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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 과도한 게임 규제, ‘비행 게임’ 만들지도과거 행해온, 그리고 지금도 행하고 있는 게임 규제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정진성 기자 | 승인 2018.10.04 14:00
정진성 기자

[게임플] ‘비행 청소년은 어른이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과도한 구박과 체벌, 청소년에 대한 어른의 몰이해는 그 청소년이 ‘어른’을 싫어하게끔 만들고, 방황하고 비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비행 청소년’을 어른들은 또 다른 잣대를 들이밀며 처벌한다.

현재 전세계 게임 산업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 산업은 기존 문화 콘텐츠보다 크게 성장하고 있으니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과거부터 셧다운제, 온라인게임 결제 금액 제한, 게임 중독물 법안 발의 등을 통해 게임을 구박하고 핍박해왔다.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랜덤 박스’의 도박 분류는 어쩌면 이러한 과거 규제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의 게임 결제 금액 한도는 성인은 월 50만 원, 청소년은 7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 제도는 2003년 처음으로 시작되어 2009년 게임물관리위원회(당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한도를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린 이후 9년 째 상한선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과는 다르게 결제 한도가 없다. 때문에 게임사들은 ‘고과금 유저’를 유치하기 위한 게임을 대거 개발, 출시했고 그 여파로 현재 잘나가는 모바일게임들 중 랜덤 박스가 없는 게임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랜덤 박스에서의 도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국내에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사고를 치면 처벌을 하듯이, 게임에서 점차 ‘비행’이 발생하자 그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최근 이슈로 보자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블루홀의 장병규 의장이 각 기관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것을 들 수 있다. 이번 국정감사로 확률형 아아이템 자율규제의 실효성 논란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지난 9월 2K가 발표한 성명문의 일부, 벨기에의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랜덤 박스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벨기에가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으며 EA, 블리자드, 2K 등의 대형 게임사들이 자사 게임에서 랜덤 박스 요소를 삭제하거나 변경하고 있다.

물론 과거의 규제로 인해 발생한 랜덤 박스 이슈에 대한 개선 요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유저들 사이에서는 랜덤 박스의 폐해를 지적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해외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업계의 주장과는 반대로 랜덤 박스가 ‘도박의 성질’과 흡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점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와 개발하는 게임사에게도 랜덤 박스는 이른바 ‘계륵’과 같은 존재이다. 때문에 이러한 행태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대중의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과거 소위 ‘게임 셧다운제’, ‘게임 중독물질’을 운운하던 규제 정국과 달리, 게임 내 랜덤박스 규제에 대해서는 유독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저들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급한 불 끄기식’ 규제는 또 다른 랜덤 박스의 형태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게임 규제로 인해 ‘랜덤 박스’라는 요소가 모바일게임에서 활성화 되었듯, 랜덤 박스에도 이전과 같은 기준으로 규제를 가한다면 제 2, 3의 랜덤 박스가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밤이면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셧다운제의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거나, 불법적으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다수 존재하기에 효과에 대한 입증도 되지 않은 것이다.

게임 시장에 대한 위축도 문제다. 여성가족부에서는 “계속해서 시장이 커지고 있기에, 셧다운제가 시장 규모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지만,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약 1조 1600억 원의 피해가 셧다운제 이후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발간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도 시장은 커지고 있으나 성장률은 셧다운제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심지어 2013년에는 -0.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규제가 없던 모바일게임에도 셧다운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달(10월)부터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 이용제도(셧다운제) 관련 평가’를 실시한다. 게임에 대한 자체 평가로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평가는 내년 4월까지 진행되며, 5월 중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청소년들이 셧다운제를 피해 여러 우회적인 수단을 쓰고, 결제 금액 한도로 인해 게임사들이 ‘고과금 게임’에만 매달리는 등 규제로 인한 여러 ‘비행’은 게임 업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게임 시장과 규제를 바라보기 보다는, ‘급한 불 끄기’에만 매달리는 모습이다.

문제가 생기면 처벌하고 그 처벌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되면 또 새로운 규제와 처벌을 반복한다. 비행 청소년을 바로 잡으려 처벌 해도 정확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채 비행 처벌에만 급급하기에 근본적인 문제는 고쳐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비행 청소년에게 ‘게임 중독’을 원인으로 들이대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다.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억제하면 다른 현상이나 문제가 새롭게 발생하는 ‘풍선효과’처럼, 앞을 보지 못하는 규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뿐이다. 국내 게임 산업은 이제 ‘청소년기’를 거치고 있다. 게임이 ‘비행 청소년’이 되지 않으려면 과도한 규제와 처벌은 오히려 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진성 기자  js4210@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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