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에 악재 이어지는 한국 게임, 중국은 쾌속 독주

국내서 중국산 게임 활개에 토종업체들 고사위기... 마땅한 대안도 없어
 
[게임플] 중국과 한국의 게임산업 무역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게임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지만 그 해답이 쉽게 보이지 않아 그 근심의 깊이는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한때 중국 게임시장은 한국 게임산업에게 기회의 땅처럼 여겨졌다. 금광을 찾아 서부로 향하던 미국인들이 'Go West'를 외쳤던 것처럼, 한국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Go China'를 외쳤다. 
 
중국 게임의 수준은 한국 게임보다 뒤떨어졌고, 한국 게임산업 종사자들에게 중국 게임산업은 '한수 가르쳐줘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리 오래 전의 이야기도 아니다. 불과 7~8년 전, 짧게는 4~5년 전만 해도 이런 시류는 업계의 지배적인 흐름이었다.
 
개발사의 실력 차이는 이런 흐름을 유지할 수 있던 근간이었다. 중국 게임은 한국 시장에 언감생심 진입할 엄두도 내지 못 했다. 낮은 퀄리티로 인해 한국 유저들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게임산업의 對중국 무역은 한국이 중국에서 돈을 끌어오는 형태가 됐다. 
 
이는 역사 속 이야기가 됐다. 당시를 경험하지 못 한 이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지경이다. 한국에 진출하는 게임의 수는 늘어났으며, 그에 비례해서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게임의 수는 줄어들었다. 중국 최대의 게임쇼 차이나조이에서 관심을 끄는 한국 게임의 수는 점차 줄어들었으며, 이제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예다.
 
하지만 중국 게임사의 개발력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한국 게임산업은 그들에게는 없는 IP가 있었고, 이는 한국 게임산업에게 구명줄 같은 역할을 했다. 이렇게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한국 게임산업과 중국 게임산업의 균형이 단숨에 무너진 것은 게임 외적인 문제가 원인이 됐다.
 
사드의 국내 배치를 두고 한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 '사드 정국'은 한국 콘텐츠, 관광 산업에 불똥을 튀었고, 게임산업 역시 이런 상황에서 불벼락을 맞게 됐다. 중국은 한국의 콘텐츠를 수입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사드와는 관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사드 배치가 논의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막혔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진술은 '사드 정국'이 국내 게임산업에 영향을 줬다는 유추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국 게임산업은 중국 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중국에 출시할 수 없으니 한국 게임산업의 IP를 중국 개발사에게 내주고, 중국 내에서 개발한 게임을 중국 시장에 선보이는 전략이었다. 나름의 역사 속에 팬덤을 구축한 IP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이 역시 최근 중국이 외자판호에 이어 내자판호까지 발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타격을 입었다. 외산게임이건 국산게임이건 가리지 않고 출시를 허용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정책은 한국 게임산업이 넘을 수 없는 벽이 됐다.
 
이 와중에도 중국산 게임은 한국 게임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소녀전선, 벽람항로, 붕괴3rd 등의 게임은 매출수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이윤을 추구했다. 그 와중에 중국 게임사들은 한국에 법인을 내지 않고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매출은 올리면서 세금은 내지 않는 특혜 속에 한국 게임산업과 중국 게임산업의 불균형은 심화됐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청소년과 어린이의 시력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게임 플레이 시간 총량을 제한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운 것도 양국 게임사업의 무역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자국 내에서 게임을 출시할 수도 없고, 게임 플레이를 독려할 수도 없게 된 중국 게임산업이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이고 진출을 시도할 국가로 한국이 꼽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한국 시장에 게임을 출시한 중국 게임사들은 한국 시장과 유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이는 별도의 시행착오 없이 이들이 한국에 역량을 기울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신작 게임 출시를 최소 6개월 가량 중단시킬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을 보면 이런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한국 게임산업은 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가지고 있을까? 정부는 게임산업이 처한 이러한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을까? 여러모로 근심만 깊어지는 한국 게임산업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