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스포츠 선수의 참가가 끝이 아니다

[게임플] “e스포츠도 엄연한 ‘스포츠’라는 걸 명심해주십시오”

지난 5월 4일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의 국민 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이 올라왔다. 바로 8월 18일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국내 e스포츠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다. 어째서 이러한 청원이 올라온 것일까?

최근 e스포츠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에 국내 e스포츠 팬들은 열광했다. e스포츠 자체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도 있지만,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면서 국내 선수들 또한 각종 e스포츠 대회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 가장 크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 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에서 얻었던 회원종목단체 지위를 잃었기 때문인데, 담당 부처인 대한체육회에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한국 e스포츠협회는 오랜 시간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되도록 노력을 기해왔다. 전국체전에 ‘동호인 종목’이란 자격으로 참가하기도 했으며, 노력 끝에 ‘준가맹 단체’라는 지위도 획득하는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17년 한국 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에서 지정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이에 ‘유보단체’로의 지위 하락을 겪었다. 이후에는 대한체육회에서의 자리를 완전히 상실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에 국내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30일 KBS 뉴스9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이후 팬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여러 내로라하는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국내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하는 e스포츠대회는 ‘앙꼬 없는 찐빵’격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도 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와 대한체육회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인정 단체 자격 기준을 완화 시켰는데도 안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회원종목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3개 이상의 시, 도 종목 단체가 해당 시, 도 체육회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현재 아시안게임 개최까지 100일도 채 안 남아있기에 사실상 대응 방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는 정상적으로 참가를 하기에 지난 평창 올림픽 때의 러시아와 같이 팀 단위 신청은 불가능하다. 아시아 올림픽평의회(OCA)가 지정한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문제는 채택된 이후에도 일부 발생한다. 현재 e스포츠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 중인 리그 중 하나는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다. 국내에도 ‘페이커’ 이상혁을 필두로 여러 선수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으며, 그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기에 리그오브레전드가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 만약 리그오브레전드가 채택이 된다면 각종 리그 진행 시일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시안게임은 8월 18일부터 시작이며, 국내에서 진행되는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십 코리아 섬머 스플릿(이하 롤챔스 섬머)’은 이르면 5월 말에서 6월 초에 시작된다.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보이나,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롤챔스 섬머의 플레이오프, 즉 포스트시즌 기간이다. 때문에 일정 차원에서 부딪혀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해외 유명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들도 비슷한 일정을 거친다. 만약 그대로 진행된다면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나 아시안게임 둘 중 하나의 일정 연기나 취소는 불가피해지는 것. 규모와 가지는 위상에서 아시안게임이 우선시 되겠으나, 각 나라의 리그도 무시할 수는 없다.

기존 스포츠인 축구와 야구에서 주요 시즌에 선수들을 각 나라 국가대표로 기용하지 못하는 문제와 같지만,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선수풀이 전통 스포츠에 비해 작다는 것 때문에 더 큰 문제로 작용한다. 잘못하면 대한체육회에서 한국 e스포츠협회가 회원종목단체가 되더라도, 각 팀의 주요 선수들을 아시안게임에서 보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아시아 올림픽평의회의 시계는 돌아가고, 아시안 게임은 예정된 시간에 시작된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와 대한체육회, 한국 e스포츠협회와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여러 숙제를 풀기 위한 서로의 ‘머리 맞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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