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부진했어도 시즌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게임플] ‘2018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십 코리아(이하 롤챔스)’의 스프링 시즌이 지난 4월 14일, 킹존드래곤X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그로부터 약 보름이 지난 지금, 지난해 섬머 시즌 일정으로 비추어보았을 때 올해 섬머 시즌의 시작은 약 한달 후가 될 전망이다.

오는 5월 3일부터는 국제 대회인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가 있는 가운데, 섬머 시즌 시작 전까지 LCK 주요 선수들의 지난 시즌 성적,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올해 롤챔스 스프링 시즌의 주요 키워드는 ‘킹존’, ‘존버메타’, ‘SKT T1의 부진’ 등이었다. 그 중 눈에 띄던 이슈는 바로 ‘SKT T1의 부진’. SKT T1(이하 SKT)은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 팀 최다 연패인 5연패를 겪었다.

팀의 이 같은 성적에 따라온 또 다른 이슈는 바로 ‘페이커’ 이상혁(이하 페이커)의 기량 하락이었다. 하지만 정작 살펴보면 이번 시즌 페이커의 성적은 지금까지의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어떤 이유에서 ‘세계 최고의 미드’였던 페이커가 이러한 시선을 받게 된 것일까?

 

# 명실상부 ‘최고의 미드라이너’, 하지만 이번 시즌은 왜?

페이커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미드 라이너다. 그 시선은 데뷔 이래 최근까지 계속되었으며 “페이커 선수는 나의 목표다”라는 말이 선수들 사이에서 오갈 정도로 높은 기량을 보유 하고 있다.

넓은 챔피언 폭과 강한 라인전, 압도적인 피지컬, 공격적인 플레이 등 모두가 페이커를 수식하는 단어다. 다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이 있듯이, 페이커의 다소 공격적인 플레이는 항상 페이커의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받아왔다.

특히 올해는 팀 자체의 성적이 부진 했기에, 그 외에도 단점들이 보인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러한 시선들과는 달리, 페이커의 성적은 지금까지의 시즌과 별 차이가 없다. SKT가 우승했던 2017년 스프링 시즌의 성적과 비교했을 때, 비록 KDA 점수가 4.70에서 4.26으로 줄어들긴했으나 그것이 ‘부진’이라 말할 정도는 아니며, 전체 퍼포먼스 점수는 단 1점 차이에 불과하다.

심지어 팀 내 데스 비중은 26%에서 21%로 5%가 줄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성적 중 하나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늘어난 팀 내 킬관여도다. 65%에서 77%로 확연히 오른 이 수치를 마냥 좋게 만은 볼 수 없는 것이, 페이커가 받는 팀 내 부담이 늘어났음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번 스프링 시즌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게임이 ‘공격적으로 빠르게 끝난다’였다. SKT가 진에어 그린윙스와 치렀던 장장 94분의 경기가 충격이었는지, 라이엇게임즈가 내셔 남작 버프의 상향, 공성 미니언의 피해량 상승 등 게임이 빨리 끝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배치한 것이 변화의 발판이 됐다.

하지만 SKT의 승리 공식은 한결 같았다. 후반을 보기가 힘들어진 리그 경기에서 SKT는 ‘버티면 이긴다’라는 공식을 지속했다. 게다가 최근 게임들의 승부처는 미드 라인뿐만이 아닌 미드-정글 간의 호흡에서 나왔다. 그런 와중에 ‘블랭크’ 강선구, 새로 영입된 ‘블라썸’ 박범찬이 상대 정글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왔기에, 페이커는 ‘SKT의 승리 공식’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예전처럼 미드 라이너만의 ‘슈퍼 캐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러한 페이커의 부담 가중은 전매 특허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에서 ‘리스크’만을 떠안게 만들었다. 물론 팀의 부진만이 페이커의 성적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겠지만, 큰 역할을 한 것은 자명하다 말할 수 있다. 오죽하면 팬들이 “이번 시즌 끝나고 페이커는 다른 팀으로 이적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겠는가?

 

# 페이커의 ‘짝꿍’이 필요하다.

현재 필요한 것은 페이커의 ‘짝꿍’이다. 지난 해 ‘피넛’ 한왕호의 다소 공격적인 플레이가 SKT의 팀 내 공식, 그리고 페이커와 다소 안 맞았다지만, 현재 ‘피넛’ 한왕호는 LCK에서 그야말로 ‘정글 패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만큼 지금의 공격적인 메타와 잘 맞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SKT의 팀 내에는 페이커라는 ‘톱’을 살려줄 짝꿍이 없다. 현재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선수를 받쳐줄 선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시즌 기대 해볼만한 선수는 ‘블라썸’ 박범찬(이하 블라썸)이다. 팀이 5연패 수렁에 빠져있을 때 활약한 것도 블라썸이며, 다소 지겨웠던 SKT의 경기를 긴장감 있게 만들어 준 선수도 블라썸이다.

게다가 블라썸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는 현재의 공격적인 메타와도 잘 들어맞는다. 물론 신인이기에 플레이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시야가 다소 좁은 것은 문제다. 하지만 그건 경험이 쌓인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그리고 ‘버티기’라는 다소 부진한 전략을 블라썸과 페이커의 조합을 필두로 해서 바꾸는 것도 팀 내 ‘페이커 살리기’라는 숙제의 답으로 활용할 수 있다.

MSI의 진출이 좌절되긴 했지만 이것은 팀에 있어서 기회다. 페이커의 짝꿍으로 블라썸이 자리한다면 전성기의 페이커, 나아가 SKT를 보는 것도 꿈만은 아닌 것이다.

‘전성기 지남’, ‘기량 저하’ 등의 소리를 듣고 있는 페이커지만, 그는 아직도 여러 팬들에게 ‘최고의 미드라이너’다. 지난 2016년 페이커가 말했던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는 말처럼, 다시금 이러한 시선을 딛고 일어서는 페이커를 다음 시즌에는 볼 수 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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