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관점으로 미래를 재단할 수는 없다

[게임플] 인간은 게임을 왜 즐기는 것일까. 게임을 즐기는 이가 늘어날 수록 게임중독, 게임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나는데 이는 과연 타당한 의견일까.
 
오늘(2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에서 진행 중인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 2018에 이장주 심리학 박사가 자리해 '게임에 매달리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이런 궁금함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장주 박사는 WHO의 ICD-11에 게임장애 코드가 등록된다는 것이 이슈가 된 이후 꾸준한 강연을 통해 게임중독의 부당함을 설파해 온 인물이다. 이번 강연에서도 그는 게임장애가 발생한 원인과 게임장애를 주장하는 이들의 오류 등을 지적함과 동시에 이런 시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인간이 게임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자신이 상황을 통재할 수 있는 것 자체에 달려있다고 운을 띄운 그는 갓난아기들도 모빌을 움직이며 재미를 느낀다며 인간이 재미를 느끼고 추구하는 것은 본능적인 부분이라 이야기했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가 공동체의 붕괴, 개인사회의 탄생을 유발하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지표인 '청소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공동체가 붕괴됨에 따라 새로운 교육을 하기 위해 학교가 생겨났는데, 이 학교에서 청소년기의 사람들을 자리에 묶어두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본능에 반하는 행위이며, 이런 새로운 기준에 적응하는 소수와 그렇지 못 한 다수의 부적응자가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즉, 이 시기부터 사회가 이러한 자연스러운 부적응을 병리화, 일탈로 규정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게임에 빠져드는 것은 대중이 기여하고 소통할 장이 사라지자 생긴 현상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마약중독과 관련한 유명한 실험인 쥐공원 실험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예시다. 쥐를 약물에 중독 시킨 후 격리시켜 두면 계속해서 약물을 찾지만, 놀거리가 있고 같이 어울릴 쥐가 있는 우리에 넣어두면 약물을 찾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즉, 게임에 빠져드는 이들을 중독자로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의 욕구를 배려하고 해소할 길을 찾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장주 박사는 이야기했다.
 
또한 게임장애라는 주장 자체가 낡은 적응기준이 낳은 부적응을 이야기 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는 19세기 기준으로 21세기 젊은이를 진단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1996년에 이반 골드버그와 킴벌리 영이 만든 '인터넷중독' 보고서가 내건 문제의식이 당시에는 타당한 것이었으나 지금 기준에서 봤을 때에 그 척도 자체가 유효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처럼,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게임장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이론적 근거의 부재가 지적됐다. 중독 개념은 크게 'Addiction'과 'Intoxication'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게임장애는 유독물질에 취해 신체기관이 손상되는 'Intoxication' 개념에 의거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게임이 신체손상을 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뇌 연구 기반의 디톡스 사업으로 연계된다는 것이다. 다분히 상업적이 의도를 지닌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게임이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과거 미국에서 젊은이를 타락시키는 주범으로 만화와 록큰롤을 지목해 이를 탄압했던 것을 예시로 들며, 젊은이들이 타락해 사회가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감이 기성세대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공포감을 확증편향으로 연구와 증거수집해 불안이 재생산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게다가 이런 연구에 참가한 연구자들이 '젊은이의 대한 태도가 부정적이고, 게임을 해보지 않고, 전공이 보수적인 경우'에 게임에 더욱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연구를 소개했다. 게임자체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주기 보다는 연구자들의 성향이 결과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게임중독과 장애는 이런 연구 속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게임장애 분류는 유용성보다 유해성이 크며, 이로 인해 실효성 없는 장애보유자가 양성되거나, 노시보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규정을 악용하는 이들이 발생할 여지도 크다고 경고했다.
 
결국 게임장애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정책당국에 물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하며 이장주 박사는 강연을 마무리했다. 게임장애를 주장하는 것은 과거의 관점으로 미래 세대의 활동영역과 잠재력을 훼손하는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게임 말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게임산업도 억울하다는 항변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이미지 개선을 넘어 더 적극적인 온, 오프라인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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