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나 급격히 쇠퇴한 비운의 게임사

[게임플] 인터넷에서 아재라는 표현이 너무나 쉽게 쓰이는 요즘이다. 대학교 신입생은 복학생을 아재라 하고, 고등학생들은 대학생을 두고 아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인터넷은 '大아재시대'를 맞이했다 하겠다.
 
아재라는 표현이 특정 연령대를 칭하는 표현이 아닌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현학적으로 부르는 용어' 정도가 된 요즘이지만. 이 게임을 즐겼던 이들은 '아재 게이머'의 기본 소양을 갖춘 이들이라 할 수 있다. 여러분의 아재 여부를 측정해줄 그 게임. 바로 포트리스2와 RF온라인이다.
이들 게임은 모두 CCR이 개발하고 서비스 하던 게임들이다. CCR은 1995년에 한양대학교 공대 출신 5명이 만든 벤처기업으로 초기에는 게임개발이 아닌 웹 브라우저 제작을 기업이었으나 1999년 선보인 포트리스2가 대성공을 거두며 단숨에 온라인게임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포트리스2는 각종 탱크와 투석기 등을 귀엽게 캐릭터화 시킨 그래픽, 각도를 맞춰서 스페이스바를 눌렀다가 떼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조작 방식, 상대를 명중시켰을 때의 쾌감을 장점으로 내세운 게임이었다. 당시 PC방 점유율을 집계하는 서비스가 없었기에 정확한 점유율을 알 수는 없지만, 1999년부터 2001년까지 PC방은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2, 리니지가 천하삼분지계라도 하듯이 시장을 삼등분 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기준의 대형 PC방에서 장기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본인의 기억 속 PC방은 스타크래프트의 시즈탱크가 내뿜는 포격 소리와 포트리스2의 탱크들이 내뿜는 포격소리로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게다가 SBS에서 포트리스2를 소재로 한 공중파 애니메이션 '무한전기 포트리스'까지 제작했을 정도였으니 포트리스2가 당시 누린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CCR은 2004년에 SF MMORPG RF온라인을 선보인다. 당시 CCR은 2002년에 출시한 포트리스3 패왕전의 실패와 무리한 PC방 과금 정책으로 다소 주춤하던 상황이었는데, 이 시기에 출시된 RF온라인은 CCR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게다가 캐주얼 게임에 몰두하던 1세대 개발사가 SF MMORPG로 재기에 성공했다는 것 또한 눈길을 끄는 부분이었다.
 
RF 온라인은 판타지와 무협이 주를 이루던 국내 MMORPG 시장에서 SF 세계관과 3:3 종족전 개념을 도입해 신선한 재미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하나의 광산을 두고 3개의 종족이 대립하며, 광산을 차지한 진영이 각종 이득을 볼 수 있는 개념은 당시에는 흔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CCR은 포트리스2에서 했던 실수를 RF온라인에서도 범하는 우를 저지르고 만다. 이는 CCR의 기세가 극적으로 꺾이는 단초가 됐는데, 당시 CCR은 RF온라인의 일반강화재료를 캐시 아이템으로 판매하거나, 광산의 일일 채굴량을 제한해서 유저들의 캐시 구매를 반강제적으로 유도해 반발을 사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CCR은 게임 시장의 주류에서 비주류로, 비주류에서 유저들의 기억 밖으로 점차 사라졌다. 포트리스2의 피처폰 버전, 스마트폰 버전을 각각 2002년과 2010년에 출시하기도 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 했으며, RF온라인 역시 다음(현 카카오)으로 이관되어 서비스되기도 했으나 전성기의 힘을 되찾지는 못 했다.
 
이후 CCR은 네시삼십삼분과의 연합을 통해 공동투자회사인 433CCR을 설립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 하고 있다. CCR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다소 아쉬운 소식이다.
 
지금 시점에서 CCR을 돌아봤을 때 겹쳐보이는 것은 모바일게임 시장이다. 캐주얼게임으로 태동해서 성장을 거듭하다 MMORPG 장르로 전환됐으며, 부분유료화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드높다는 점까지 CCR의 행보와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의 행보는 사뭇 비슷하다.
 
CCR 게임을 주로 즐기던 당시 10대 후반, 20대 유저들은 이제 시간이 흐름에 따라 30대 중반~40대 유저가 됐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구매력을 지닌 유저의 연령대가 바로 이 연령대라는 점이다. 
 
지금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아재 유저'들이 요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데자뷰 현상을 느낀다면 아마 그 대상은 십중팔구 CCR일지도 모르겠다. 내년이면 포트리스2의 출시 20주년이 된다. 그럼에도 당시의 게임사와 현재의 게임시장이 서로 닮은 면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기도 하면서 조금은 씁쓸하 입맛이 남기도 한다.
 
CCR이 시대를 앞질러갔던 것일까? 아니면 CCR의 행보가 알게 모르게 지금의 모바일게임 시장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준 것일까? CCR을 추억하다 답을 알 수 없는 궁금함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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