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사랑을 보내는 마니아가 있기에 가능한 일

[게임플] 창세기전 IP의 역사는 '영욕의 역사'다. 한국 PC게임 전성기를 이끌었고, 수많은 마니아를 만든 IP. 그리고 이렇게 창세기전을 통해 게임을 접한 이들이 결국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져 한국 게임산업이 형성되는 밑바탕이 됐다. 말 그대로 한국 게임 시장을 '창세'한 작품이다. 

창세기전이 남긴 기록은 당시 한국 게임시장의 마일스톤 그 자체였고, 창세기전은 말 그대로 '신화적' 존재가 됐다. 특히 인상적인 그림체로 그려진 멋진 캐릭터들은 게임 내 스토리에서 보여진 행적과 어우러져 창세기전이라는 게임을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자리하도록 이끌었다. 

플레이를 한 기억이라는 추상적인 가치가 일러스트라는 형태를 지닌 콘텐츠와 결부되며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창세기전3 파트2가 나온 시점을 기준으로 창세기전 IP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눈다면, 창세기전 IP의 역사 전반부는 영광 그 자체였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IP의 역사가 영광으로만 가득했다면 글의 서두에 '영욕의 역사'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창세기전 IP 역사의 후반부는 '오욕의 시간'에 가깝다. 피처폰 시절에 창세기전 IP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이 출시되기는 했으나 투박한 그래픽(창세기외전 용자의 무덤), 원작 캐릭터의 설정 무시(창세기전 낭천편), 과거의 시스템을 현재로 가져오는 바람에 불편함을 가중시킨 이식도(창세기전3 모바일) 등의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 했다.

또한 창세기전4의 실패로 대변되는 소프트맥스의 오랜 부진 역시 이런 평가에 힘을 싣게 되는 요소가 됐다. 

그럼에도 창세기전 IP가 대단한 것은 영광의 시절보다 오욕의 시간이 더 길었음에도 여전히 이 IP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팬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스티니차일드에 창세기전 IP의 인기 캐릭터 '살라딘'이 업데이트 되는 것만으로도 해당 게임의 매출 순위가 상승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때문에 창세기전 IP를 활용한 게임인 주사위의 잔영이 새롭게 출시된다는 소식에 팬들의 기대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기대는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에 자연스레 따라붙는 기대가 아니다. 그리운 게임이 어떤 형태로 돌아오는 것인지. 그리고 그동안 이어진 창세기전 IP의 '흑역사'를 이제는 떨쳐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는 넥스트플로어와 스튜디오 포립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사위의 잔영 원작 서비스가 종료된 것이 2004년이니 자그만치 '14년짜리 기대치'가 한 번에 몰아치는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는 다른 게임들은 쉽게 얻지 못 할 긍정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출시를 하고 나서도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 하고 사라지는 게임이 숱하게 많은 현 시장 상황에서 많은 기대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는 '꿈 같은 이야기'다. 준비만 충실하게 이뤄진다면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판이 갖춰진 셈이다.

IP의 오랜 부진이 신작에게 기회가 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런 흔치 않은 기회를 스튜디오 포립과 넥스트플로어는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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