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 간판보다 '주도국' 간판이 필요하다

[게임플] 글로벌 e스포츠 시장 성장세가 무섭다. 게임산업 시장조사 업체 뉴주(Newzoo)는 올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규모가 9억 6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화 약 9,680억 원 규모다. 

글로벌 시청자 수는 약 3억 8천만 명이며 2020년 정도가 되면 시청자 수가 약 5억 9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뉴주는 예상했다. 이는 e스포츠 시장의 규모가 향후 3년 안에 지금보다 더욱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다. '1조원 규모 산업군'이 되기까지 갖춰진 인프라가 있으니 성장속도 역시 지금까지 성장했던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를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렇게 e스포츠 시장이 발전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닦은 것은 단연 한국이다. 한국이 '우리가 e스포츠 시장을 만들었다'고 자부심을 내비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물론 한국에서 e스포츠가 태동하기 이전에 각종 게임대회가 개최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현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직접 관람하는 '현장 대회'의 형태에서 벗어나지는 못 했다.

하나의 게임 대회를 위해 중계 인프라를 구축하고, 방송사를 통해 대회를 송출해 중계방송이 편성되고, 기업이 구단을 창설해 선수들을 영입하고 연봉을 지급하는 '프로 스포츠'의 형태를 띈 '게임대회'는 한국에서 e스포츠가 생겨나기 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형태다. 

현대 음악의 역사가 비틀즈 전후로 나뉘듯이 e스포츠의 역사는 한국 스타크래프트 리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는 말도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급성장 추세에 접어든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뉴주가 예측한 글로벌 e스포츠 규모의 상승세에 한국은 '수준 높은 선수들이 있는 국가' 정도의 영향력만 주고 있을 뿐이다. 

한국의 e스포츠 '종주국' 타이틀은 유효하지만 '주도국' 타이틀은 없어졌다. 한국 e스포츠는 게임 전문 방송사와 e스포츠협회가 주도하에 형성됐으나, e스포츠협회는 회원사가 계속해서 이탈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방송국은 '중계 노하우'를 기반으로 그 영향력을 발휘해왔으나, 오랜 시간에 걸친 벤치마킹 끝에 게임 저작권자들이 이를 습득하며 인프라를 구축, 결국 게임 리그에 대한 중계권을 자신들의 품으로 가져갔다. 

라이엇게임즈가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오버워치 리그를 창설한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단지 영향력 상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뉴주는 2018년 글로벌 e스포츠 관련 저작권 매출을 약 1,725억 원 규모로 예상했는데, 한국 e스포츠의 영향력 축소는 이런 시장에서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금전적으로도 아쉬운 결과가 남는 셈이다. 

결국 뉴주가 예상한 2018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성장은 한국이 아닌 서구권의 주도 하에 e스포츠 시장의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고, 문화를 선도했던 한국 e스포츠는 결국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만한 방안이 당장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1조시대'를 넘어 고속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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