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플랫폼의 품격을 원한다면...

[게임플] 오늘(7일).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게다가 실제로 방송을 진행하는 와중에,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대로 자신의 원룸 창 밖으로 몸을 내던지는 장면이 송출됐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고 놀라게 했다.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이들 중에는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번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누군지는 모르더라도, 세상을 등진 사람의 소식에는 애도를 표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TV의 발빠른 조치가 인상적이다. 좋은 방향의 강렬함이 아니라는게 안타깝지만 말이다.

이번 개인방송 진행자의 소식이 전해지자 'BJ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이에 아프리카TV가 이런 보도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는 알림자료를 언론사를 대상으로 배포한 것이다.

내용은 이러하다. 자살한 개인방송 진행자는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유저가 아닌데, BJ라는 표현을 쓰게 되면 기사를 접한 이들이 아프리카TV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 당사자는 아프리카TV가 아닌 다른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인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TV는 자사 개인방송 진행자를 BJ라고 칭하고 있다. 또한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진행자와 트위치TV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은 각각 공식적으로 유튜버, 스트리머라는 직함으로 활동을 한다. 이런 점을 본다면 아프리카TV의 이런 요청이  일견 타당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 인터넷 개인방송 문화를 만든 것이 아프리카TV이며, 때문에 많은 이들이 BJ라는 용어를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일종의 관용구가 된 표현이라 하겠다. 때문에 BJ라는 표현이 아프리카TV를 떠오르게 만든다고 보기 힘들며, 반대로 다른 표현을 쓴다고 해서 아프리카TV를 대중이 떠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워낙 대표적인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대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아프리카TV의 이번 알림자료 배포는 또 다른 아쉬움을 남긴다. 아프리카TV는 스스로도 국내 인터넷 개인방송 문화를 선도하는 포지션임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비록 다른 업체일지라도, 동종업계에서 발생한 비극에 대해 선긋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라보기 속 편한 그런 장면은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 개인방송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자사 'BJ'들에게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경쓰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면 그들이 그렇게 원하는 '인터넷 개인방송 대표 플랫폼'의 이미지를 얻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그리 하지 않았다.

거창한 입장표명이 아니었더라도, '동종업계'에서 발생한 비극에 대한 조의를 표했더라면 그 역시 타당한 행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그리 하지 않았다.

이번 비극을 기업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안타까운 선택이며, 비아냥으로 한 개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그릇된 인터넷 문화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아프리카 TV 역시 이번 사건과는 완전히 무관한 기업이다. 허나, 동종업계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선긋기에 급급한 모습부터 보이는 행보를 바라보면 아프리카TV에게 '대표 플랫폼의 품격'을 기대해도 좋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속어)가 없냐'. 영화 베테랑에서 주인공 서도철(배우 황정민)의 대사다. 이 대사를 조금만 인용해서 말해보겠다. 이번 사태를 바라봤을 때 아프리카TV는 '돈은 있지만 품격은 없는' 그런 기업으로 보일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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