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은 커지고 신뢰는 낮아지고

소녀전선의 등장은 한국 게임업계에 충격 그 자체였다. 강력한 수익모델이 없는 게임이 매출순위 상위권에 자리했다는 것, 매스 마케팅이 대세인 시장 상황에 비교했을 때 특출난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구글 플레이 매출순위의 최상위권을 차지했으니 게임업계가 충격에 빠진 것도 당연하다.

'과금요소가 적은 착한 게임이다', '오타쿠 감성을 자극하는 일러스트가 통했다' 등의 분석이 나왔지만, 이러한 요소를 지닌 게임이 그간 아예 없던 것도 아니었기에 소녀전선의 흥행질주는 다소 신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렇듯 '신기한' 게임이었던 최근 소녀전선이 또 다른 방식으로 신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려가는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른 것마냥 순위가 지속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기를 얻던 게임이 매출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매출 상위권을 장식하던 게임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소녀전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소녀전선의 이상 징후는 지난해 가을경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9월에 진행된 요정 업데이트, 스킨 패키지 판매 등을 거치며 유저들이 조금씩 '이 게임이 마냥 착한 게임은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퍼블리셔 측에서 빠르게 진화에 나서며 유저들의 반응을 잠재우기는 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10월에 게임 내 일러스트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이렇다 할 공지 없이 일러스트가 수정됐으며, 해당 일러스트는 유저들에게 유료로 판매한 유료 스킨 일러스트였던 것이다. 이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 

퍼블리셔가 유저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은 게임 라이브 서비스에 있어 무척 치명적인 일이다. 실제로 이 시기에 소녀전선을 접었다는 유저들의 반응을 관련 커뮤니티에서 어렵게 찾을 수 있기도 했다.

여기에 '착한게임'이라는 평을 듣게 했던 게임 내 과금 구조도 매출 순위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스킨을 제외하면 딱히 구매할 인게임 아이템이 없는 게임의 특성상 출시 후 시간이 흘러 '게임을 즐길만큼 즐긴 이들'이 즐비해지자 자연스럽게 매출순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즉, 소녀전선은 초반 흥행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즐기는 사람들만 즐기는 게임'의 범주로 걸어가고 있다. 착한게임으로 주목 받던 소녀전선의 등장 초기 모습을 생각하면 꽤나 급작스러운 이미지 변화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와 이미지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녀전선을 국내에 서비스 중인 심동 글로벌은 최근 소녀전선 내에 개조 시스템을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개된 '개조 조건'이 문제가 됐다. 

당초 심동 글로벌이 공개한 개조 시스템 이용 조건 중 2, 3단계 조건이 캐릭터의 호감도를 각각 120, 150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는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이들만 달성할 수 있는 수치였다. 

소녀전선이 그동안 '과금 하지 않고도 공정한 경쟁을 즐긴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던 게임이었기에 개조 시스템 업데이트를 두고 유저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심동 글로벌이 빠르게 해당 조건을 삭제하고 나섰지만, 앞서 몇 차례나 '착한게임'과 멀어지려는 시도를 했던 소녀전선이기에 유저들은 게임의 운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녀전선의 이러한 운영 정책은 유저들의 반응을 빠르게 받아들인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와 함께 '운영방침을 선회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소녀전선의 매출이 하락하는 근간에는 많은 유저들이 소녀전선에서 후자와 같은 이미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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