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진짜 불만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일까

데스티니 차일드가 다시 한 번 입방아에 올랐다. 게임 출시 이후 크고 작은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데스티니 차일드지만 이번 사안은 이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 현지에서 개최된 데스티니 차일드의 개발사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 팬 사인회에서 김형태 대표가 한국에서는 팬 사인회를 개최하지 않느냐는 모 커뮤니티 유저의 질문에 "한국에서 하면 칼 맞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다분히 농담 섞인 대답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 소식을 접한 국내 유저들은 김형태 대표의 답변을 웃으며 넘기지 못 했다. 여기저기서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나타나며 여론이 순식간에 나쁜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김형태 대표는 이 소식이 처음 전해진 커뮤니티에 직접 사과글을 남기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 번 틀어진 여론은 김형태 대표의 사과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한 번에 터져나오는 모습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에는 게임 내 콘텐츠, 뽑기 확률 등에 국한된 불만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최근 드러나고 있는 쉬프트업의 행태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이 한 번에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사안만 따지자면 데스티니 차일드에 지금처럼 묵직하게 유저들의 불만이 날아든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사인회 논란은 그저 도화선일 뿐, 조용히 축적된 화약에 불이 붙은 것처럼 유저들의 불만은 한 번에 크게 폭발하고 있다.

<말해봐요. 어디가 본섭이에요?>

지난 몇 달, 특히 데스티니 차일드가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후 관련 커뮤니티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불만은 이른바 '한국 테섭설'이었다. 쉬프트업에게 일본 시장이 핵심 시장이고, 한국 시장은 일본 시장 진출에 앞서 여러 시험을 해보는 시장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게임 내 게임 내 일러스트를 두고 왜색논란이 불거지던 당시부터 있던 이야기지만, 데스티니 차일드가 일본에 출시된 이후 유저들 사이에서 거의 정설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데스티니 차일드의 행보를 살펴보면 유저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몇달간 이렇다 할 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이런 와중에 일본에는 김형태 대표가 직접 일러스트에 참여한 신규 차일드 '샤를'이 출시됐다. 또한 지난 1월 21일에는 하츠네 미쿠와의 콜라보레이션 발표 및 신규 5성 차일드 업데이트 등의 정보가 공개됐다.

애초에 이런 정보가 공개된 행사도 게임이 먼저 출시된 한국에서는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라는 것도 국내 유저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시프트업 측에서도 한국 유저들이 '한국에서 돈 벌어서 일본 유저들에게 잔치 열어주나?'라는 불만을 표한다 해서 이를 너무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현 상황은 한국시장에 몇달간 업데이트가 없던 것이 일본 시장 콘텐츠 준비 때문이었냐는 유저들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닌 지경이다. 더군다나 데스티니 차일드의 초기 마케팅 포인트가 국내 탑 일러스트레이터인 김형태 대표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한 부분인데, 정작 김형태 대표가 한국보다 일본 시장에만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유저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공식적인 사과라면 공식 채널로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쉬프트업이 한국 유저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일본 팬미팅에서 공개된 내용은 곧 한국 서버에도 적용 예정이다', '일본 서버에 집중하느라 한국 유저들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을 보인 점 사과드린다' 정도의 이야기만 있었어도 유저들의 불만이 이 정도로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형태 대표가 사과문을 공식 카페가 아닌 특정 커뮤니티의 마이너 갤러리에 직접 올렸다는 것도 유저들의 원성을 사는 부분이다. 이번 사안은 '김형태 개인'이 아닌 '시프트업의 수장'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기업의 수장이 공식적인 발언을 하게 될 때는 공식적인 과정을 거쳐,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공식 카페는 이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과문이 특정 커뮤니티의 갤러리에 올라왔다는 것은 유저들로 하여금 김형태 대표가 이번 사안을 기업의 대표가 아닌 개인적인 이슈로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하게 만든다. 

결국 김형태 대표가 유저들에게 사과해야 할 부분은 사인회에서 발생한 특정 이슈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저들이 꾸준히 느끼고 있었던, 그리고 이번 사안으로 인해 더욱 확신마저 드는 '한국 시장 홀대에 따른 박탈감'에 대한 해명과 사과가 있었어야 했다. 

<유저들은 버려지기 전에 버린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이 회사는 우리를 신경 안 쓴다', '버려졌다'는 느낌을 주는 것처럼 기분 나쁜 일은 없다. 하지만 정작 게임사가 유저를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유저들이 그 게임과 기업을 버리니 말이다.

해외 진출은 기업의 사업 확장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기존 시장에 해외 시장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데스티니 차일드로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프트업.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유저들에게도 정성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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