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설계도를 이용해 다양한 주변기기 생성, 가족 친화적인 닌텐도 특유의 성향 잘 느껴져

닌텐도의 강점을 가족 중심의 콘텐츠에 있다. 파티형 게임부터 연령대와 상관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들로 대중화에 성공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동안은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Wii의 성공 이후 닌텐도는 과도기를 거쳤고, 작년 2월 스위치가 출시됐다.

스위치 출시 당시만 해도 아직도 과도기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금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등에 힘입어 전 세계 1천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순항 중이지만 Wii에서 완성됐던 가족 친화적인 느낌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닌텐도 라보

하지만 ‘라보’의 등장은 이런 생각을 단 번에 날려버렸다. 닌텐도가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놀이의 최종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도 보였다. 복잡한 기술의 향연보다 손으로 직접 자르고 접어서 탄생 시킬 수 있는 라보는 닌텐도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됐다.

라보는 지난 18일 공개된 스위치 연동의 ‘골판지 완구’ 시스템이다. 골판지제의 공작 키트를 조립해 낚시대와 핸들, 피아노, 로봇 등 ‘토이 콘’을 제작해 게임과 연동하는 방식을 띄고 있다. 게임과 단순히 연동을 넘어 커스텀 기능을 극대화 시킨 점이 눈길을 끈다.

라보는 골판지 설계도를 자르고, 조립해 사용한다.

‘Make, Play, Discover’라는 단어를 앞세운 라보는 공개 첫 날부터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우선 완성된 주변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르고 조립해서 만들어내는 주변기기라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대 부분의 게임용 주변기기들은 고가의 제품들이다. 최근 유행하는 VR 기기나 PS4 무브 등의 동작인식 기기, 차량 게임용 휠과 페달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라보는 골판지와 설계도만 있으면 이와 흡사한 주변기기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아이들에게 교육, 특히 창작을 선호하는 요즘 시대에 상당히 어울리는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정해진 형태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 스스로가 주변기기를 만들고 게임을 편집해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보기 드문 신선한 시도다.

나만의 커스텀 토이 콘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초반에는 ‘버라이어티 팩’으로 출시가 돼 구매 유저가 직접 조립만 하면 되는 식이지만 기본 형태에서 토이 콘을 색칠하고 외형을 변경하는 등의 자체 커스텀이 가능하다.

게임 역시 세부적으로 조정이 가능해 관련 게임이지만 완전히 다른 조작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결과물을 낼 수 있게 만들었다. 바이크 레이싱 게임이지만 조작 방식을 비행기나 차량처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커스텀이 강조된 요소가 많아 눈길을 끈다.

또한 확장성도 상당해서 본격적인 시장 유통 이후 오픈 마켓이 활성화 되면 콘솔로 규정돼 있는 게임 시장 이상으로 확대도 가능해 보인다. 이를 활용한 서드 파티들의 게임은 물론 유저 스스로가 설계도를 만들어 공유,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행보는 게임을 바라보는 닌텐도의 시각이 어떤지 엿볼 수 있다. 닌텐도DS 당시 뇌운동을 컨셉으로 살려 게임이 가진 다른 측면을 강조했고 Wii와 Wii fit은 게임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였다. 스위치의 라보는 게임으로 줄 수 있는 창의성을 극대화 시켰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평가와 결과를 낼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게임을 ‘가지고 논다’라는 닌텐도 특유의 철학과 독창성이 이번 라보에서 잘 드러난다. 라보의 출시 시점은 올해 4월 경이다. 국내 정식 출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시점에 출시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공개된 팩은 버라이어티, 로봇, 데코 세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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