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촉-오 연상케 하는 세 게임의 e스포츠 삼파전

[게임플] 한국을 e스포츠 종주국이라 칭하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는 이들은 없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말이다. e스포츠의 인기나 PC방 인프라, 중계 시스템 등을 감안하면 e스포츠 종주국을 넘어 e스포츠 선진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과 e스포츠 선진국이라 불리는 한국을 비교해보자. '스포츠 시장이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는가'에서 가장 큰 차이가 드러날 것이다. 소위 4대 스포츠라 불리는 미식축구,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스포츠 종목이 각자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미국 스포츠 문화에 비교했을때, 한국 e스포츠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 e스포츠 역사를 대략 20년으로 본다면, 이 긴 시간동안 주목을 받은 e스포츠 종목은 스타크래프트와 리그오브레전드로 구분할 수 있다. 그나마도 두 종목이 공생했던 시기도 없으므로 사실상 국내 e스포츠는 당대의 1티어 게임 하나가 시장 전체를 이끄는 형태로 유지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추세로 이어지던 국내 e스포츠 시장에 2018년은 전환기가 될 수 있을까? 아직 확답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이런 기대를 하게 되는 시기인 것은 확실하다. 설레발을 조금 떨자면 국내 e스포츠 시장에 삼국지가 도래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에 최근 e스포츠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오버워치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가 더해지며 세 가지 종목이 동시에 유저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월 16일에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국내 e스포츠 리그인 2018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2018 LCK)가 개막했으며, 세계 최초의 도시 연고제 기반 e스포츠 리그인 오버워치 리그도 그 시작을 알렸다. 

2018 LCK는 대회가 겨우 이틀 진행됐을 뿐이지만 기존 강팀들의 활약과 약팀으로 분류 받던 팀들의 분전으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오래 진행된 리그이기 때문에 신선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유저들의 게임 이해도가 높아져 게임의 행간을 읽는 재미는 그 어느 리그보다 높은 것이 장점이다. 또한 이번 시즌에는 대다수 팀들이 전력이 새롭게 보강되어 기존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리그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오버워치 리그 역시 개막 첫 주에 중계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 1,000만 명을 달성했을 정도로 좋은 분위기로 시작했다. 특히 세계 최초 지역연고제 기반의 e스포츠 리그라는 점은 한국을 넘어 전세계 오버워치 팬들을 이 리그 앞으로 끌어들이는 특징적인 요소다.

또한 1월 14일에는 OGN이 주최하는 배그 프로리그인 '펍지 서바이벌 시리즈'(이하 PSS)가 시작됐다. PSS는 4명이 한 팀을 이루어 팀간 경쟁을 펼치는 스쿼드 모드와 개인전인 솔로 모드가 각각 별개의 리그로 진행된다. 스쿼드 모드는 승강제 방식을 채택했으며, 예선을 통과한 35개 팀 중 상위 20개 팀이 PSS 리그, 하위 15개 팀은 PSS챌리저스(PSSC) 리그로 나뉘어 대회를 치르게 된다.

베타 시즌이기는 하지만 배그 프로리그에 주목하는 이들은 적지 않다. 현재 국내외에서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게임 중 하나이며,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의 주요 리그를 각각 해당 게임의 개발사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주요 콘텐츠로 삼았던 OGN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배그에 집중할 것은 자명한 일. 어떤 방식으로 PSS를 주요 e스포츠 리그로 발돋움 시킬 것인지가 현재 업계의 관심사다.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이들 세 게임이 각각 e스포츠 시장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인지는 업계와 대중의 큰 관심사다. 기존 e스포츠 시장의 유저풀을 특정 게임이 다 가져갈 수도 있고, 각 게임이 시너지를 발휘해 e스포츠 시장 전체의 규모를 확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e스포츠 시장은 또 다른 전환기를 맞았다. 세 종류의 게임이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는 현 상황은 무척 흥미롭다"라며, "현 시장의 최강자, 갑작스럽게 떠오른 신흥 세력, 한때 e스포츠 시장을 지배했던 왕조까지. 지금 e스포츠 시장은 삼국지에 비교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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