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쩜오' 였던 슈터 장르의 반격

[게임플] “요즘 어떤 장르가 잘 나가는가?”라는 질문은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시기와 상관 없이 던지고 하는 질문이지만 그 답변은 시기마다 항상 변해왔다. 한때는 RPG라는 답변이 정답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국내의 경우엔 '바람의 나라', '리니지'부터 시작해 최근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검은 사막’까지, 해외 시장에서는 수많은 고전 MMORPG를 비롯해 최근의 위처 시리즈나 엘더스크롤 시리즈, 분야를 넓혀 온라인게임 시장까지 살펴본다면 울티마 온라인부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다양한 게임들이 사랑 받아왔다.

MMO가 한동안 득세를 한 이후에는 AOS 장르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로 대변되는 AOS 혹은 MOBA 장르는 근 몇 년 간 e스포츠 시장의 저변을 확대시키며 주목 받고 있다. FPS 장르는 꾸준한 인기를 구가한 장르지만 언제부터인가 시장을 선도하는 장르라는 이미지는 약해졌다. 특히, 밀리터리 FPS가 득세를 한 이후로 게임의 형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장르의 변화가 정체됐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봤을 때 게임 시장, 특히 온라인게임 시장의 핵심 장르는 크게 MMORPG, AOS, FPS 등 세 장르가 자리하는 와중에 '원탑' 장르는 과거 스타크래프트로 시작된 RTS 장르의 뒤를 이어 MMORPG와 AOS가 명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FPS 장르의 쉴틈 없는 공방이 펼쳐지고 빠르고 정확한 조준능력을 요구하는 특성은 이 장르의 인기요소이지만, 그 자체로도 게임의 진입장벽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쉽게 즐기기 어려운 장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온라인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장르가 MMORPG, AOS로 이어지고, 그 중 AOS 장르의 인기가 뜨겁게 달궈진지도 몇 년이 지났다. 때문에 슬슬 AOS 장르의 뒤를 이을 장르가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예측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본다면 FPS로 대변되는 슈터 장르가 AOS 장르의 뒤를 이어 다시 한 번 '1티어' 장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대변되는 '배틀로얄' 소재가 슈터 장르와 만나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게임판 전체를 흔들고 있다. 다소 마니악한 소재로 보일 수 있는 이 소재가 친숙한 슈터 장르를 만나 상호보완적인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 게임인 ‘Day Z’로 시작해 배틀로얄 게임의 토대를 만들었다 볼 수 있는 ‘H1Z1’까지. 배틀로얄을 소재로 한 게임이 ‘배틀그라운드’이전부터 그 성공 가능성을 보여왔고,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그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꿨다.

다소 게임성에서 아쉬운 면을 보였던 'Day Z'나 'H1Z1'와는 달리 ‘배틀 그라운드’는 배틀로얄 소재의 특성은 부각시키고, FPS 장르에서 요구하는 체험적인 특징들을 잘 조화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슈터 장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피로도’나 ‘피지컬’의 정도가 상당히 적다는 점, 자신이 총을 잘 쏘고 전투를 잘해야 승리하는 게임이 아닌,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는 조건은 사람들에게 있어 FPS 진입장벽을 상당히 낮춰주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슈터 장르에 첫 발을 들이는 것에 대한 망설임을 줄여줬다. 느린 공방,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 유저의 피지컬 등 기존 슈터 장르의 특징과 대척점에 있는 요소들로도 게임을 즐길 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자칫 ‘배틀 그라운드 짝퉁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틀로얄 요소의 인기를 증명하듯이 이런 요소를 차용한 게임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최근엔 한때 ‘오버워치’를 따라한 것이 아니냐고 질타를 받았던 ‘팔라딘스’를 개발한 하이레즈 스튜디오는 '팔라딘스'에 배틀 그라운드 모드를 출시하겠다 공표했다. 에픽게임즈 역시 배틀로얄 장르를 강조한 슈팅 게임인 포트나이트를 출시해 게임의 접속자 수는 물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틀 그라운드’는 시장에 새로운 물꼬를 텄고, 그렇게 물이 흘러들어올 때 노를 힘껏 저어보는 여러 개발사들로 인해 한동안 정체됐던 게임 시장은 새로운 흐름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흐름이 게임시장 전반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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