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이지 않은 GOTY 수상을 팬들이 열망하는 이유

연말은 시상식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시상식이 펼쳐진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자기 분야에 대해 훌륭한 성과를 낸 대상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대중들 역시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수상할 수 있을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는 한다.

게임계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다를 것이 없다. 어떤 게임이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 이하 GOTY)을 수상할 것인지에 큰 관심이 몰리고는 한다. 이는 유저들 뿐만 아니라 게임사들도 마찬가지인데. GOTY를 수상하게 되면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 다시 한 번 게임 판매량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북미 지역의 메이저 웹진이 수여하는 GOTY와 올해로 35회를 맞이한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GJA),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시상식(GDC), 더 게임 어워드(TGA) 등이 주요 GOTY로 꼽힌다. 하지만 이 밖에도 GOTY를 수여하는 다양한 매체가 있으며, 때문에 일각에서는 GOTY 기준을 'GOTY PICKS BLOG'에서 수집한 최다 GOTY에 두기도 한다.

매년 큰 화제가 되는 GOTY지만 올해 GOTY는 국내 유저들 사이에게 몇 가지 측면에서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슈퍼마리오 오딧세이, 호라이즌 제로 던, 페르소나5 등 역대급 게임들이 연달아 쏟아져나왔기 때문인데 마치 80년대 중후반 전세계 복싱 팬들이 '미들급 페뷸러스4 중 누가 최고인가'를 지켜본 것처럼 게임 유저들 역시 '이 와중에 어떤 게임이 최고를 차지할 것인가'에 관심을 둔 것이다.

또 하나는 배틀그라운드(PLAYERUNKNOWN'S BATTLEGROUNDS)의 수상 여부도 관심사였다. 게임의 국적성은 차치하더라도 2,0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고 스팀 동시접속 기록까지 갈아치운 게임에 이러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배틀그라운드는 12월 15일 현재 1개의 GOTY를 수상했다.(GOTY PICKS BLOG 기준) 또한 TGA에서 데스티니2, 마리오카트8 디럭스, 콜오브듀티: 월드워2와 경합한 끝에 최우수 멀티플레이 게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배틀그라운드가 연말 시상식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은 한국 게임이 GOTY를 수상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쏠리게 만들었다. 과연 한국 게임이 GOTY 전선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는 않다. 배틀그라운드의 수상으로 한국 게임이 몇몇 해외 국가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GOTY 수상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단계가 많다. 특히 GOTY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이 길이 더더욱 쉽지 않은 길임을 알 수 있다.

서양 매체가 주로 수여하는 GOTY에는 특징이 있다. 스토리텔링이 강조된 게임이 유리하며, FPS, 액션 RPG, 액션 어드벤처 장르가 특히 강세를 보인다. 이들 모두 싱글플레이를 통해 스토리를 만끽할 수 있는 장르들이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에는 '오픈월드 게임에는 가중치를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픈월드 장르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도 눈에 띈다. 실제로 작년 최대 흥행작 중 하나인 오버워치는 '싱글플레이가 없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GOTY 선정에서 외면당하는 분위기가 일어나기도 했을 정도다.

이는 한국 게임시장에서 유행하는 게임들과는 전혀 반대 성향의 것들이다. MMORPG, 아케이드 등 온라인 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한국산 게임들은 대부분 스토리텔링보다는 파밍, 캐릭터 육성과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한 게임의 영속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단순하게 즐기는 것을 넘어 종합적인 멀티엔터테인먼트 성향을 띄려는 것이 전세계 게임시장, 특히 AAA급 게임 개발사들이 보이는 경향이다. 이런 경향만 본다면 한국 게임의 GOTY 수상 소식은 더욱 염원하다. 

GOTY 수상을 위해 한국 게임사들이 해외 웹진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정 필요하다면 전세계 게임시장을 아우르면서도 한국 실정에 맞는 더욱 객관적이고 권위있는 시상식을 만들면 될 일이다. 애초에 GOTY라는 존재가 공신력을 지닌 것도 아니며, 유력 GOTY 역시 어느 정도는 편파적인 측면을 보이기에 GOTY 수상에 큰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내 유저들이 한국 게임의 GOTY 소식을 기다리는 것은 몇년째 비슷한 시류를 보이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의 게임들만 쏟아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양산형 게임, BM에만 치중한 게임이 아닌 '한국에서도 스토리텔링이 강조된 AAA급 게임이 나왔으면' 하는 팬들의 바람이 투영된 것일 수도 있다. 

배틀그라운드로 가능성을 본 한국 게임업계에서 몇년 안에 유력 GOTY 수상작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해보자.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