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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불거진 '소수자 논란''동성애 코드'는 이번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김한준 기자 | 승인 2017.12.06 11:45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에 때 아닌 '소수자 논란'이 벌어졌다. LOL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 바루스의 공식 설정이 변경되며 벌어진 논란이다.

바루스는 각종 대회와 LOL 월드 챔피언십에도 꾸준히 등장하는 것은 물론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선택될 정도로 폭 넓은 인기를 구가하던 캐릭터. 캐릭터 성능이 출중한 것도 이유지만 캐릭터의 콘셉트와 이를 뒷받침하는 배경 스토리가 매력적인 것도 바루스 인기의 주요 원인이었다.

적군의 침공에 가족보다 자신의 사명을 택했고, 활과 화살로 수많은 적군을 물리쳤으나 그 대신 가족을 모두 잃어버린 사나이. 복수를 위한 힘을 얻기 위해 타락한 구덩이에 몸을 내던져 스스로를 버린 사나이. 그렇게 인간성을 잃어가는 바루스의 완전한 타락을 막아주는 마지막 존재인 가족의 유품. 

하지만 사뭇 다른 이런 스토리는 지난 12월 1일, 라이엇게임즈가 발표한 코믹스 2종과 뮤직비디오 'As we fall'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바루스는 참혹한 과거를 지닌 복수귀가 아닌 아이오니아의 동성애자 발마와 카이, 다르킨의 영혼이 하나의 몸에 합쳐진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이에 전세계 유저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부분 기존 바루스 스토리를 포기하고 갑작스럽게 동성애 코드를 집어넣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과거 오버워치에서 벌어진 '트레이서 동성애자 논란'을 연상케 한다. 

약 1년 전인 2016년 12월 21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오버워치 홈페이지에 공개한 크리스마스 기념만화 '성찰'을 선보였는데, 이 만화 속에서 트레이서가 연인 에밀리와 입맞춤 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바루스 스토리 변경과 마찬가지로 당시 오버워치 유저들은 트레이서의 성 정체성 공개에 대해 왈가왈부를 이어겄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번 바루스 스토리 변경에서 드러나는 반발과는 달리 트레이서 레즈비언 건은 비교적 무난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이유는 '당위성'에 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오버워치 내에 성 소수자 캐릭터가 있다는 식의 암시를 게임 출시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갔고, 유저들은 그 유력 후보로 트레이서를 꼽았다. 때문에 트레이서의 성 정체성이 드러났을 시에도 '굳이 레즈비언 캐릭터가 게임에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가지는 정도였지, 캐릭터 스토리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한 '엉덩이를 강조한 트레이서의 자세가 성 상품화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캐릭터 자세를 '핀업걸 스타일'로 바꾸며 유머러스하게 대응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였기에 유저들의 반발이 유하게 마무리 될 수 있었다. 특정 계층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대변하지는 않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이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이는 트레이서 레즈비언 설정 공개에서도 '맹목적인 평등을 위한 공개는 아닐 것이다'라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반대로 바루스 스토리 변경은 이러한 사전 작업이 전혀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됐으며, 기존 스토리와 괴리감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도 반발을 부르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아내와 자식이 있었고, 이를 모두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은 캐릭터를 아무런 징후도 없이 하루 아침에 성 소수자 캐릭터로 변경한 라이엇 게임즈 측의 스토리 변경 작업은 전혀 자연스럽지 못 했다. 오히려 스토리 디자이너의 신념이 과다하게 투영된 것으로 여겨져 더욱 큰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실제로 바루스 스토리를 개편한 스토리 디자이너는 '게임 스토리를 망치더라도 다양한 성 정체성을 지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현실을 더 낫게 만든다'며 자신의 행동을 옹호해 더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신규 캐릭터가 성 소수자 캐릭터였다면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유저가 적지 않다는 것도 라이엇 게임즈의 이번 바루스 스토리 개편 문제의 원인이 성 소수자 설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당위성'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레이스와 바루스 사례에서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점은 유저들은 캐릭터의 성 정체성이 이성애자냐 동성애자냐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사전작업만 충분히 진행한다면 유저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이를 더욱 흥미롭게 바라보기도 한다는 점이다. 

소수 인권을 대변할 필요성이 점점 대두되는 요즘. 일각에서는 '소수 인권을 보호하려다보니 편집증적으로 소수 인권을 무리하게 콘텐츠에 녹여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바루스 스토리 변경 논란은 이러한 게임 업계의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례이며, 이는 국내 게임업계도 한번쯤은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김한준 기자  khj1981@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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