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열정과 기업의 비즈니스 논리 사이에 생기는 괴리감

올해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팀 삼성 갤럭시가 KSV에 매각됐다는 소식은 e스포츠 팬들은 물론 게임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이번 롤드컵 우승이 아니더라도 2014 롤드컵 우승(당시 삼성 갤럭시 화이트), 2016 롤드컵 준우승을 비롯해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을 기록한 명문 구단의 매각 소식이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 매각은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사건이다. 특히, e스포츠 판에서 삼성전자가 그동안 보였던 행보를 생각하면 이는 더욱 예측 가능한 범주에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갤럭시 프로게임단을 지난 2000년 6월에 창단했지만, 팬들의 기억 속에는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은 구단 운영'을 했던 팀으로 남아있다. 또한 2013년에는 월드 사이버 게임즈(World Cyber Games) 상표권을 스마일게이트에 매각하며 e스포츠에서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단지 e스포츠에서만 영향력을 줄인 것이 아니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 프로야구팀 삼성 라이온즈를 두고 "명색이 프로구단이 모기업에서 지원을 받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프로구단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중이 담긴 말이었고, 결국 지난 2015년 12월에 삼성 라이온즈는 제일기획으로 인수됐다.

즉,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프로스포츠에 대한 기업의 태도를 일관적으로 보여왔다. 때문에 이러한 행보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삼성 갤럭시 매각 소식은 놀랄만한 소식 혹은 충격적인 소식이라기 보다는 받아들이기에는 아쉬운 소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무리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해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해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순히 삼성 갤럭시의 팬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남는 아쉬움이다. 

구단 자체가 자생력을 지니지 못 하고 기업의 광고판 역할에 머물고 만다는 지적은 국내 메이저 프로스포츠에서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지적이다. 구단들은 어느 지역의 프로팀이 아닌 특정 기업의 프로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이를 두고 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구단 모기업의 광고판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한다. 

삼성 갤럭시 매각은 결국 스포츠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e스포츠 역시 기존 '한국형 클래식 스포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챔피언 팀마저 기업의 입김에 의해 운명이 좌우될 정도지 않은가.

또한 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직까지 e스포츠의 위상이 높지 않다는 현실도 확인케 했다. 국내외 크고작은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 경험을 갖추고있고, 이번 시즌 챔피언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구단이 매각됐다는 것은 철저하게 비즈니스 측면에서 움직이는 기업에 있어 롤드컵 우승조차 '수지타산'에 큰 영향을 주지 못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여전히 게임판 밖에서 e스포츠를 '찻잔 속의 태풍' 수준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스럽게도 삼성 갤럭시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의 모습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즌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승할 수 있는 팀을 원한다'는 구단주의 말을 생각하면 KSV가 '챔피언팀'의 맴버를 쉽게 변경할 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e스포츠 리그 창설, 배틀그라운드로 인해 확대되는 다양한 방식의 대회 등 e스포츠 판에 긍정적인 소식이 꾸준히 전해지던 와중에 전해진 이번 소식은 소스라치게 놀랄만큼 차가운 현실을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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