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배틀그라운드 성공 목격하면서 외면하던 방향에 대해 의식 '시작'

[게임플 김한준 기자] 올해 나온 게임 중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처럼 인상적인 '숫자'를 남긴 게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스팀 동시접속자 1위와 200만. 30%에 육박하는 PC방 점유율. 이렇게 배틀그라운드는 자신의 이력서에 사람들이 흔히 집중하는 모든 숫자를 새겨넣었다. 

스팀과 PC방 점유율 1위 게임이라는 간판은 너무나 강렬하다. 하지만 숫자로만 말하기에는 배틀그라운드가 가진 진짜 가치가 오히려 퇴색되는 면도 있다. 성적표로만 학생을 평가하다가는 그 학생이 지닌 여러 면면을 놓치게 되듯이 말이다.

온라인, 모바일게임이 아닌 패키지 게임도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배틀그라운드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이다. 

한국 게임이 세계에서 통한다는 'K-POP 한류열풍에 가슴이 뿌듯해지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온라인게임 시장은 성장이 멈췄고, 모바일게임 시장 역시 레드오션이 돼버린 상황에서 '다음 먹거리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게임업계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인해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방향에 대해 의식하기 시작했다.

수역에 어종이 씨가 말라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외해에 나가 만선기를 올리고 돌아오는 배가 있다면 다른 고기잡이 배들도 외해로 나가는 것을 고민하게 되기 마련이다. 

게임 시장에 새로운 장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것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하는 배틀그라운드의 가치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RTS, MMORPG 장르가 게임 시장의 주력 장르로 자리했으며, 몇년 전부터는 AOS(MOBA) 장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속도감을 강조한 한국식 FPS 게임이 꾸준하게 그 뒤를 받히는 형국이었다.

배틀그라운드는 앞서 국내 게임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장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속도감보다는 긴장감을 중시한 게임성, 아군을 보호하고 소생하는 것이 적을 쓰러트리는 것만큼 중요하기에 발생하는 팀원과의 협업, 히트스캔 방식이 아닌 탄도학이 적용된 다소 까다로운 사격 방식 등. 이렇게 이 게임은 기존의 슈터 장르와는 확연히 다른 TPS 장르는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씻어내림과 동시에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임시장 뿐만 아니라 e스포츠 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기존 e스포츠가 방송사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스트리머, 스트리밍 사이트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형국이다. 스트리머들이 소규모 대회를 개최하기도 하며, 몇몇 잡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이런 형태의 대회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시청하고, 또 누군가는 부담 없이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양방향 e스포츠의 가능성 또한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배틀그라운드의 수확물이다.

세계적으로는 가장 거대한 게임 시장이지만 국내에서는 비주류 그 자체였던 비디오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 또한 배틀그라운드 흥행에 따라온 결과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세컨드 파티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은 업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비디오게임 시장의 3대 세력 중 가장 거대한 자본력을 지닌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들의 주력 파트너로 이 게임을 택했으며, 이후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비디오게임 시장에 대한 진출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 성공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약속된 출시 일정을 지키지 못 했으며, 초기에 개발사가 공약했던 것과는 달리 과금 모델을 정식출시 이전에 선보이고, 핵 이용자들 때문에 평범한 유저들이 피해를 보게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카카오 서버의 스팀 서버의 분리를 갑작스럽게 발표하며 유저들에게 실망을 안긴 점은 배틀그라운드가 올해 행보에서 보인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점들은 반드시 배틀그라운드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긍정적인 것은 이런 아쉬움들은 노력 여하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빼어난 행보를 보인 배틀그라운드는 성적표에 적힐 숫자 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마음도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어른들은 숫자에만 집착한다고 볼맨 소리를 하던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돈 버는 일도 밥 먹는 일도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숫자가 아닌 유저들을 바라보는 배틀그라운드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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