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외설의 기준 폭력에 대한 기준 분명치 않아

적나라한 배드신과 피와 살이 튀는 살해 장면 등 선정적이고 잔인한 영상들이 마지막까지 쉴 틈 없이 노출되는 영화 '곡성'은 15세 중학생 관람가 심의를 받은 호러 장르의 영화다. 게임의 경우 호러물과 또, 생존 서바이벌 게임 등 대부분은 선정성이나 폭력성 부문에서 이 영화보다 낮은 수준의 콘텐츠까지 여지없이 18세 이용가를 받는다.  

게임을 보는 잣대가 엄격한 것일까? 아니면 영화를 보는 시각이 관대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동일한 선상에 놓고 보면 이 두 개의 장르 중 하나는 분명히 잘못됐다는 점이다. 영화와 게임의 심의 규정 그 면면을 살펴보자.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2013년 3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으로 등급 판정을 받고 발매됐다. 이유는 과도한 폭력성 때문이다. 게임의 대부분이 액션, 호러, 어드벤처 장르이기 때문에 폭력성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마찬가지로 이미 언급한 영화 '곡성'을 비롯해 '여고괴담' 일본의 호러 영화 '링' 등 대부분의 호러 영화들은 12세 혹은 15세 관람가다.

글로 표현하기 과격한 수준의 흉기가 오고 가고 신체 훼손이 되는 수위는 이들 영화나 게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음에도 말이다. 오히려 영화가 만화풍의 게임보다 현실감이 더욱 강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심의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성 유무로 완전히 바뀌다.

영화는 폭력성과 선정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도 '예술적 가치'가 인정된다. 예컨대 여고괴담의 주된 주제인 '학업문제', '집단 따돌림', '다이어트', '동성애' 등을 사회적 문제로 대두 시키면 영화로서의 가치가 인정되고 15세의 청소년들도 관람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예술과 외설은 종이 한 장 차이이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훼손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것을 평가하는 사회적 인식이 가장 크게 차지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한국에서 게임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심의에서 자유로워진 이유는 정치적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정치적 계몽적 영화들은 검열 대상 0순위였다. 등급제가 아닌 검열제로 하여 정상적인 영화도 내용에 정부의 기조에 반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포함돼 있다면 여지없이 난도질 당하거나 상영금지가 됐던 시기다. 이러한 시기를 거치며 예술계는 표현의 자유를 요구했고 오늘날의 등급제가 시행된 것이다. 그렇다면 등급제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영화 '곡성'을 먼저 살펴보자 1번부터 7번까지가 규제의 범주다. 이 범주를 살펴보면 게임의 잣대로 보면 '곡성'은 1번부터 7번까지 모두 해당되는 사항으로 미성년자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어야 한다. 1번 주제 부문에서 가치관이 완성되지 않은 중학생의 정서 및 가치관, 인격형성에 큰 지장을 주는 영화다.

선정성과 폭력성은 물론,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거친 욕설이 난무하는 저속한 언어는 1번과 4번 모두 해당되며, 5번은 기본적인 장르이며, 6번 역시 영화의 주 소재로 7번이 우려된다.

똑같이 15세 심의를 받은 영화 '여고괴담'도 마찬가지다. 시리즈별로 모든 부분이 해당된다. 이 영화는 특히 살인, 자살, 학교 내에서의 폭력 및 따돌림 부문에서 김앤장 급 변호사를 쓴다 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빼도 박도 못할 부분이다. 링 역시 2, 4, 6을 빼면 모든 부분의 심의를 피해 갈 수 없다.

2012년 개봉 당시 논란이 됐던 영화 '남영동1985'를 살펴보자. 이 영화는 고 김근태 의원이 1985년 9월 민청련 사건으로 구속된 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기술자인 이근안에게 고문당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논란이 됐었던 고문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고문 받는 남성의 성기마저 노출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논란이 일자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성적 맥락이 없기 때문에 15세로 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알바트로스',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의 전쟁영화의 경우 고어한 장면이 등장하지만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게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용자 간 일방적인 대결이 가능하며, 대결의 결과에 따른 보상이나 손실이 존재하는 경우 해당하는 게임물이나, 선혈 및 신체 훼손이 사실적인 게임들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분류한다.

때문에 '언차티드', '갓오브워' 등과 같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과 '콜오브듀티', '배틀필드'와 같은 FPS 게임들의 대부분은 '사실적인 무기류 등을 통한 폭력 표현과 그에 따른 붉은색 선혈 표현'이라는 이유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경우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와의 전투 중 과도한 선혈 묘사 및 죽은 사체에 대한 2차 폭력이 사실적으로 표현됨'이라는 이유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아 별도의 'TEEN' 버전이 나오기도 했다.

다시 바이오쇼크로 돌아가 보자.

바이오쇼크의 심의 범주 역시 마찬가지로 영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모든 부분에 해당된다. 바쇼 역시 폭력적이고 범죄 및 약물이 있고 비속어도 있다. 선정성 역시 있다. 영화와 같은 잣대로 평가한다면 그렇다. 마찬가지로 바쇼 역시 깊은 철학과 복선이 있는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나리오와 그래픽 곳곳에 전체주의의 공포감을 표출해내고 있으며 명장 게리 슈만이 OST를 담당한 작품 중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위에 언급했던 영화 세 작품에 내려졌던 잣대라면 바쇼 역시 당연히 15세 중학생도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다른 점은 영화와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관람자 시점과 체험자 시점이라는 것이다. 보기만 하는 영화보다 직접 조작하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욱 강하게 어필된다 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감안한다 해도 변함없이 게임과 영화 두 콘텐츠의 심의 잣대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게임을 할 때 심의를 맡고 있는 당사자의 전문성과 콘텐츠를 바라보고 있는 시각이다.

무수한 게임들이 위와 같은 해당사항에 해당돼 심의 규정에서 여타 다른 문화 콘텐츠와 달리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면 그것은 게임의 발전 요소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장르를 통틀어서 국내만큼 게임에 수많은 허들을 걸어 놓고 현미경 잣대를 내세우는 나라는 거의 없을 정도다. 이러한 결과 한국의 게임산업은 살수록 체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체험자적 시각이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와 닿고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향후 차세대 게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VR의 경우 국내 게임 시장은 전멸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애니메이션 시장이 사장되고 뽀로로나 코코몽 같은 유아 콘텐츠 시장만이 생존해 있는 것처럼 말이다.

1980년 후반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화 및 정부의 검열 완화와 함께 한국 영화산업의 변화가 시작된다.

스크린 쿼터제의 확대로 한국 영화의 의무 상영 규정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 속에서 한국 영화산업을 지탱해 주었으며, 1990년 대 한국 영화의 수출과 공동제작은 정부의 추천이나 허가 등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폐지하는 등 영화산업 진흥 정책들은 자유화 및 탈규제 정책으로 변경된다.

현재 국내 스크린쿼터는 1년의 5분의 1인 73일이지만, 5분의 2 이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자료:영화진흥위원회)

또한 1999년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을 제정하고, 1,700억 원의 영화 진흥 기금으로 조성했다. 정부의 간섭 없는 지원 정책 속에 영화진흥위원회는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극영화 등의 제작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과 함께 한국 영화의 해외 진흥을 위해서도 힘썼다.

그렇다면 게임의 경우는 어떤가? 영화와 마찬가지로 게임 역시 당시 시대의 사회상과 인식을 반영한 심의 결과가 많았다.

게임이 태동한 1990년대 초엔 게임 심의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었으며, 사회통념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부당한 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1996년 타프 시스템이 선보인 '못말리는 탈옥범'는 게임 제목 때문에 성인 게임 등급을 받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게임은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청소년 보호'가 중요한 심의 기준이었다.

이 게임이 성인등급 판정을 받은 건 게임 이름 이외에 아무런 이유가 없다

게임 관련 심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2002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온라인게임 사전심의부터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콘텐츠가 아닌 영상물로서의 표현 범위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이라는 나름대로 구체적인 조건을 가지고 심의를 진행했다. 해석하는 심의 위원에 따라 등급 판정이 달라지는 문제가 계속됐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는 일방적인 대결이 가능하다는 점과 캐릭터의 속옷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초창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만나게 되는 중립지역인 가시덤불 골짜기와 같은 곳에서 한 번쯤은 만렙들의 무분별한 학살을 당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슷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15세 이용가를 받았다.

내용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도 북한이 미국의 심장부인 백악관을 장악하는 '백악관 최후의 날',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26년' 등의 영화가 등장하는 것에 반해 게임에서는 아직도 제약이 많은 편이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는 게임은 아예 등급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

캐릭터 표현 때문에 안드로이드와 iOS 두 플랫폼에서 다른 등급 판정을 받은 '데스티니 차일드'의 경우도 있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에서는 18세 성인 등급이지만 iOS의 앱스토어에서는 12세 등급을 받는다.

앱스토어에서는 성인등급의 콘텐츠 자체가 이용불가기 때문에 개발사인 '시프트업'은 iOS버전의 경우 캐릭터의 노출 수위를 낮추어 12세 등급으로 출시했다.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용등급을 나눈 것에 대해 "표현의 외적 제약과 창의력을 규제하지 않는 용도로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18등급을 선택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리니지2'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표현 보다 노출 수위나 표현이 강하지만 12세 판정으로 현재도 서비스 중이다.

미국의 특수부대가 북한에 침투해 제2의 한반도 전쟁이 일어난다는 내용을 그린 '고스트리콘2'는 등급보류 판정을 받고 국내 발매가 무산됐으며, '홈프론트' 시리즈 역시 국내에선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

게임산업진흥정책도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영화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비롯해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매도하고, 게임업계 매출 중 1%를 징수해야 한다는 등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것도 게임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아닌 여성가족부와 같은 타 부처에서 청소년 보호라는 거창한 명목 아래 게임산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더욱 문제를 야기 시켰었다. 셧다운제에 이어 게임 방송과 스마트폰 이용도 규제하는 제2차 청소년보호 종합 대책을 진행하기도 했다. 보완을 위한 규제가 아닌 규제를 위한 규제를 끈임없이 연구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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