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문학의 시발점이자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준 명작, 게임으로도 만날 수 있어..

기자는 어릴 적 공포 또는 귀신, 괴담 관련된 작품들의 마니아였고 관련된 서적들을 모으며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즐겼다. 이른 아침 어제 밤 무서워서 보지 못했던 괴담 만화를 학교에서 보다 1교시가 시작될 때까지 푹 빠져 보고 있는 바람에 선생님에게 걸려 책을 빼앗겼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 시절에는 ‘세계의 귀신들’이나 ‘귀신백과사전’ ‘요괴백선’ 등 귀신이나 요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래서 친구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귀신, 괴물, 요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누군가 관련 새로운 책을 가져오면 반 전체가 며칠 동안 그 이야기로 수근수근거릴 정도였다.

사람을 먹는 ‘식인귀’부터 추격자 같은 느낌의 ‘슬렌더맨’, 유명한 드라큘라나 미이라, 왠지 코믹한 이미지가 생겨버린 강시나 벽장 속 부기맨 등 상상을 자극하는 다양한 존재들로 채워진 이 책들은 당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없어서 못 보던 ‘우주 명작’이었다.

주인공의 저 굳은 듯한 표정이 포인트! (요즘 신문을 볼 때 내 표정 같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보다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 바로 ‘공포 신문’이다. 츠노다 지로 작가가 1973년 첫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주인공 키가타 레이에게 우연한 계기로 밤 마다 다음 날 일어날 사고를 알려주는 공포 신문이 배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와창창!’ 창문 깨지는 소리와 함께 주인공의 침대로 날아드는 공포 신문에 담긴 내용들은 주인공의 지인이나 주변, 가족들의 사망사고 소식들이고 이는 다음 날 무조건 벌어진다. 주변인의 사고를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주인공의 절망감이 이 작품의 주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신문 1면에는 누군가의 죽음이 나와 있다. 지금 봐도 신선한 전개

특히 한 번 볼 때마다 구독료로 수명이 100일씩 줄어드는 설정은 그때 당시 필자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던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운명처럼 날아드는 ‘호회판’이나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캐릭터 ‘폴터가이스트’ 등의 설정 등도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이 작품 때문에 필자는 당시 ‘홍콩할매귀신’이나 ‘빨간 마스크’ 등의 도시전설 또는 괴담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옴니버스식의 전개에도 큰 매력을 느꼈고 이는 향후 이토 준지 작가의 작품들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됐다. (난 정말 이토 준비의 작품을 사랑한다.. 특히 토미에)

작품의 전개는 당시 작품 치고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창문을 깨면서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공포 신문의 연출은 지금 보면 꼭 게임 ‘역전재판’의 “이의 있소!”를 보는 것처럼 상쾌하다. 이는 원작자인 츠노다 지로 작가 특유의 연출 기법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다)

처음에는 창문이지만 나중에는 별 신기한 방법으로 날아 들어오는 공포 신문

그리고 공포 신문을 보는 동안 주인공의 주변에 등장하는 폴터가이스트의 모습이나 귀신들의 모습 역시 공포와 두려움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누군가 뛰어가는 소리와 함께 창문으로 날아드는 공포 신문과 수명을 구독료로 내면서까지 보게 되는 내일의 사건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주인공의 절망, 이 모든 것이 더해져 명작이 반열에 오른게 아닌가 싶다.
 
이런 시도는 당시 정말 획기적인 (개인적으로는 지금 봐도 놀라운) 형태가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보면 독자로 하여금 이중고의 절망 또는 공포감을 안겨준 방식이었다. 필자는 정말 내 수명이 줄어드는 공포를 느꼈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 만화만큼은 정말 까먹지 않고 기억하게 됐다.

나중에는 초자연현상까지 나온다! 소재 고갈보단 원작자의 취향이 잘 반영된 것!

그래서 이 작품을 소재로 한 동명의 영화가 등장했을 때 정말 기뻤다. 물론 영화를 접하게 된 건 원작을 봤을 때보다 훨씬 후에 일이며 1991년에 나온 2편의 OVA를 모두 본 후였다. 아쉽게도 첫 번째 오리지널 비디오였던 공포신문 영화는 보지 못했다. (이건 지금 찾으라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 제일 아쉬운 대목)
 
필자가 제일 처음 접한 작품은 두 번째 작품인 2004년 작 ‘예언’이었다. ‘가장 무서운 영화를 만들어라’ 라는 조건 아래 시작된 ‘J호러 시어터’ 시리즈 중 하나로 나온 이 작품은 일본을 대표하는 공포 영화 감독 츠루타 노리오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공포 신문 원작의 특징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예언은 원작의 액기스를 뽑아내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 시킨 영화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극의 전개를 이끌지만 원작의 주인공인 키가타 레이의 이름을 사용하는 캐릭터가 등장해 원작 팬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쉽게 말하면 공포 신문이 배달된다는 설정 정도를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주인공인 히데키와 아야카 부부가 어느 날 불에 탄 신문지 조각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내일 자 신문에는 부부가 애지중지하는 딸 나나가 교통사고로 죽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이는 얼마 안돼 그대로 벌어진다. 이로 인해 부부는 이혼하게 되고 주인공 히데키는 자신들을 비극의 나락에 빠뜨린 공포 신문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한다.

신문을 보지 말았어야.. 딸의 교통사고를 눈 앞에서 보게 된 두 사람

이 작품은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독자에게 ‘먹먹한’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깜짝 놀라게 만드는 연출 위주의 요즘 작품과 달리 서서히 조이듯 오는 압박감과 주연 배우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력을 통해 원작이 주는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본다.

주연을 맡은 미카미 히로시 배우의 연기는 꽤나 볼만하다. (아역 이노우에 하나의 연기도 발군!)

그리고 난 후 공포 신문을 다시 만나게 된 시점은 2011년이다. 오오모리 켄이치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는 청춘스타 아타에 신지로가 주연 배우로 등장해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아쉽게도 작품 수준이 기대에는 살짝 부족해 큰 흥행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예언과 다른 색다른 느낌으로 원작의 팬들 사이에서는 입 소문을 타기도 했다.
 
이 영화는 학생 시절 악령에 빙의 돼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히로시를 두고 도망친 후 10년이 지내 대학생이 된 주인공 키가타 레이가 그 사건의 악몽을 꾼 후 자신에게 공포 신문이 배달되면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포 신문을 잘생김으로 읽고 있는 주연 배우 아타에 신지로.

물론 원작을 그대로 살렸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 역시 오리지널 내용을 다뤘다. 대신 주인공이 공포 신문의 주인공의 후손이라는 설정을 더해 작게 남아 연관성은 이어 나가고 있다. 원작의 풍미를 최신 영화 연출과 기법으로 살린 건 꽤나 매력적이었으나 왠지 모를 어색한 요소들이 대거 반영되면서 원작의 아성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특히 유리창을 깨면서 냅다 들어오는 원작의 공포 신문과 달리 현관문의 신문 투입구를 통해 조심스럽게 전달되는 공포 신문의 모습은 허망함을 넘어 헛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에 원작에서 밀당의 주인공 ‘폴터가이스트’가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 이 부분이 이 영화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잘 생김~ 잘 생김~ 때문은 아니고 전개와 내용의 부실함이 실패의 원인이 됐다.

그나마 공포 신문 구독료가 100일에서 1년으로 변경되고 호회로 발행된 공포 신문의 구독료가 수명 50년으로 설정되는 등 영화의 러닝 타임 내에서 어떻게든 마무리하겠다는 감독의 굳은 의지는 볼만했다. 어설프게 마무리하는 공포 영화가 많은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정말 확실하게 마무리해준다. 물론 원작의 느낌과 비슷하게 말이다.

이렇게 보면 폴더가이스트가 주인공처럼 보인다.. 공포 신문 첫 공식 게임의 표지

원작의 느낌을 살린 게임도 눈길을 끈다. 첫 번째 작품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1로 출시됐던 동명의 비주얼 노벨 식 어드벤처 게임이다. 1997년 아틀리에 더블 개발사에서 제작하고 유타카에서 출시한 이 게임은 원작의 에피소드 중 3개의 작품을 체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원작 이미지와 적절한 배경음악, 효과음 등을 사용해 원작이 가졌던 느낌을 최대한 잘 살린 것이 포인트.

공포 신문은 이렇게 들어와야 제 맛이지! 와장창!

게임 내 3개의 에피소드는 원작과 동일한 전개 또는 선택지에 따른 다른 전개 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으며, 만화적인 2D 연출은 물론 3D 연출 요소 등을 더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 3D 기능은 당시 3D 요소를 콘솔의 주요 특징으로 잡은 플레이스테이션1 때문에 다소 억지스럽게 들어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제는 막 등장하는 폴더가이스트 형님, 근데 아군이야 적군이야?

영화와 달리 원작의 이야기 전개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화제가 됐으나 다소 불친절한 UI나 부족한 완성도 등으로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게임의 등장 인물 중 한 명인 다이센 절의 주지 스님 성우를 원작자 츠노다 지로가 맡았다는 점이다.

무려 코나미가 출시한 공포 신문 헤이세이 판.. 역시 코나미스러운 작품이다

두 번째로 나온 공포 신문 게임은 2004년 플레이스테이션2용으로 출시된 ‘공포 신문 헤이세이’다. 이 작품은 원작자 츠노다 지로가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동명의 작품을 게임화 시킨 버전이다. 게임 속 이야기는 원작과 달리 유저의 노력과 선택에 따라 신문의 내용을 막을 수 있다는 독특한 형태로 전개된다. 꼭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처럼 말이다. (물론 희망고문이다)

실사를 사용한 공포 신문 헤이세이 편은 꽤나 독특하고 신선한 느낌을 줬다.

볼륨도 큰 편이다. 총 6개의 에피소드는 학원과 방송 스튜디오, 병원, 숲, 여관, 철공소 등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회화 파트와 탐색 파트, 그리고 에필로그 등의 전개를 통해 보고 듣는 드라마 같은 느낌을 유저에게 전달한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2의 성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3D 어드벤처 탐색 파트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소로 마니아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이는 비주얼, 사운드 노벨에서 전개되는 탐색 파트는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나 ‘사일런트 힐’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원작이 가진 공포 요소를 능가하는 새로운 체감으로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분만큼은 원작이 주는 느낌 이상의 공포감을 줬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탐사를 하며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픽은 꽤 괜찮았다

독특한 게임 요소로 눈길을 끄는 점은 2개의 컨트롤러를 연결하면 주인공을 지켜주는 수호령을 플레이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완전 2인 플레이처럼 전개되는 방식까지는 아니지만 나름의 쏠쏠한 재미를 주는 요소로 기억되고 있다. 
 
다만 이 게임의 엔딩은 위에서 언급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영화와 흡사하다. 신선한 시도까지는 좋았지만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설정은 유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될 사람은 안 된다”라는 진리를 깨닫게 해줬기 때문이다. 이 게임이 잘 만들고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원인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실사 사진 사용은 옴니버스 식 괴담 콘텐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엔딩 뿐만이 아니라 6개의 에피소드 모두가 비슷한 절망감을 유저에게 느끼게 해준다. 게임 진행 내내 주인공의 친구와 가족, 지인들 모두가 최악으로 치닫는 전개는 원작자 츠노다 지로의 선택이 반영됐는지 모르지만 원작 못지 않게 괴롭고 절망스럽다. 일부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 점 때문에 이 게임은 마니아들도 기피하는 아쉬운 작품으로 남게 됐다.
 
이 외에도 공포 신문은 플래시 기반의 게임을 비롯해 ‘타자 연습’용 캐주얼 게임 등으로 제작돼 일본에서 출시되기도 했다. 물론 대 부분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그냥 이름을 알리는 수준으로 막을 내렸다. 73년 처음 등장해 신드롬을 일으킨 원작과 비교하면 팬의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인기에 힘입어 이런 피규어도 등장!! 퀄리티는 별로지만.. 가지고 싶다.

그래도 필자가 이 작품을 꺼낸 이후는 도시 전설 또는 괴담이 주는 시원함이 필요한 요즘이기 때문이다. 놀라게 만드는 연출 위주의 공포 작품보다 이야기와 전개에 중점을 둔 이 작품이 주는 공포감은 4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공포 신문은 일본 내 도시 전설, 괴담 등의 콘텐츠가 양산되는 계기가 됐으며, 90년대를 휩쓴 공포 소재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옴니버스 식 전개로 일본 대표 장수 프로그램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나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환상특급, 어메이징 스토리 등의 작품들이 성공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포 신문은 지금의 도시 전설, 괴담 작품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지금은 접하기 힘든 플레이스테이션1, 2로 나온 게임이라는 점과 구하기 힘든 원작을 고려하면 칭찬할만한 추천까지는 아니지만 영화만큼은 지금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다. 더운 여름 원작 특유의 서서히 조여오듯 압박하는 공포 신문 특유의 재미를 한 번쯤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 12시를 기다려보자. 과연 내일은 누가 죽을까.

<이 칼럼은 네이버에 원고료를 받고 진행됐으며, 이에 다른 소유권은 네이버에 있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