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 시장의 글로벌 진출 이끈 황금시대, 경제부흥과 함께 게임 산업도 대성장

1980년대는 일본의 경제부흥이 절정에 오른 시기였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태엽 감는 새'의 내용 중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미덕은 '소비'다."라고 할 만큼 일본은 당시 돈이 넘쳐 흘렀고 수많은 문화 콘텐츠들과 함께 게임 콘텐츠 역시 많은 수혜를 입었던 시기다. 이러한 내수를 바탕으로 일본은 오늘날 전 세계 톱 수준의 게임들을 보유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됐다. 약 30여년 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는 일본게임의 성장배경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16년은 RPG ‘드래곤 퀘스트’가 탄생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또한 30년 전인 1986년에는 ‘드래곤 퀘스트’ 외에도 수많은 히트작이 나왔던 전례 없는 ‘게임 대박의 해’였다. 1986년에 태어나 시리즈화되고 있는 주요한 타이틀은 아래와 같다. 

· 젤다의 전설 (닌텐도)· 드래곤 퀘스트 (에닉스, 현 스퀘어에닉스)· 힘내라 고에몽! 꼭두각시 여행길 (코나미)· 메트로이드 (닌텐도)· 악마성 드라큘라 (코나미)· 고교 명인의 모험도 (허드슨)

이 게임들은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아직까지도 시리즈를 거듭하며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타이틀이다. 이 밖에도 ‘광신화 파르테나의 거울’, ‘아케나’ 등, 많은 게임이 1986년에 세상에 나왔다. 안타깝게 시리즈가 끊긴 것도 있지만, 현재도 신작이 나오고 있거나 다양한 형태로 캐릭터가 노출되는 등, 1986년은 ‘게임 업계 황금의 해’라고 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1986년은 ‘황금의 해’가 됐을까?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폭발적 인기가 기폭제 역할을 했고, 이후 많은 회사들이 게임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 일본에서 1986년은 대량의 게임 타이틀이 투입된 시기다.

전년 1985년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큰 인기에 힘입어, 콘솔은 물론, MSX 등의 가정용 컴퓨터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1986년에 발매된 타이틀 중 해를 거듭하며 도태된 타이틀도 많았다. 그만큼 많은 소프트웨어가 시장에 투입된 해였다.

닌텐도의 인기를 실감한 많은 회사들이 속속 게임 업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고, 소프트웨어를 출시하게 된 것이 1985년 말부터 1986년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타이틀과 많은 히트작이 태어나게 됐다. 사실 소니의 첫 게임 하드웨어는 플레이 스테이션이 아닌, MSX 용 컴퓨터인 '히트 비트'를 만들었다. 말이 컴퓨터이지 MSX는 게임 전용 기기에 가까웠다. 당시 샤프, 산요, 파나소닉 등 대다수의 일본 전자회사들이 모두 만들었으며, 한국도 대우가 IQ 시리즈를, 삼성이 SPC 800을, 금성(현 LG)도 FC 시리즈를 일본에서 수입했다.

MSX는 말이 컴퓨터지 전용 게임기에 가까웠다.

참고로 1986년에는 패밀리 컴퓨터의 주변 기기인 3.5인치 디스크 시스템(디스크 형식의 타이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도 발매됐으며, ‘젤다의 전설’과 ‘메트로이드’는 디스크 시스템용 게임이었다. 이후 디스크 시스템은 존재감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후에 이름을 남긴 시리즈를 뒷받침했던 존재였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게임이 많이 팔리던 시기였다.

당시의 패밀리 컴퓨터의 게임은 어찌 됐든 팔렸다. 지금은 매출이 20만 개를 넘으면 히트라고 하고, 100만 개를 넘는다고 하면 ‘대박’이라고 하지만, 당시는 "20만 개는 당연하다."라고 할 만큼 게임이 많이 팔렸다. 그냥 대충 만들고 표지만 그럴듯하게 내놔도 매진이 되던 시기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다지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디스크 게임으로 나온 ‘젤다의 전설’과 ‘메트로이드’ 조차 당연한 것처럼 100만 개 판매를 넘어섰다.

이처럼 100만 개 판매를 넘는 게임이 많이 존재했으며, 만화 원작의 ‘게게게의 기타로 요괴 대마경’, ‘드래곤볼 신룡의 비밀’ 같은 캐릭터 게임도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게임이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게임이 남아있다는 것. 1986년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다양한 게임 타이틀이 세상에 나온 해이므로, 많은 게임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새겨진 해였다.

세 번째 ,'개발 기간이 짧았다.'

‘메트로이드’와 같이 후속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 사례도 있지만, 당시 대부분의 게임은 개발기간이 짧았고, 발매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는 점도 시리즈 정착에 큰 일조를 했다.

국내에서 '봄버맨'으로 잘 알려진 '마이티 봄잭'

  
예를 들어 ‘드래곤 퀘스트’가 발매되고 나서 속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불과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속편이 발매될 때까지의 기간이 짧다는 것은, 게임을 하는 유저의 관심이 식기 전에 새로운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판매까지 연결될 확률이 높고, 시리즈가 정착할 수 있는 속도도 빨랐다. 현재는 모바일 게임이 이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당시는 팔린 게임의 복사품 역시 재빨리 세상에 나올 때였다. 복사품이 가져온 피해도 크지만, 이러한 복사품이 RPG나 액션이라는 장르를 세상에 정착시키고, 본 작품에 대한 기대치와 인기를 떠받친 일도 어찌 보면 그 역할을 한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같이 1986년은 패밀리 컴퓨터 붐을 실감한 많은 회사가 게임 소프트웨어를 내놓고 특히 인기가 높았던 게임 후속편이나 복사품이 빠르게 세상에 나옴으로써 인기를 확립하고 시리즈화된 해가 1986년이었다.

다케시의 도전장(좌)과 마두라의 날개(우)

이러한 이유로 1986년에 발매된 게임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 밖에도  ‘타케시의 도전장’, ‘마이티 봄 잭’, ‘트랜스포머 콘보이의 비밀’, ‘마두라의 날개’ 등도 있다. 이들도 모두 유저의 사랑을 듬뿍 받은 30주년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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