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재단, 미래 게임인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소통의 장 마련
[게임플 고광현 기자]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은 업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과거부터 부르짖던 이슈였다. 게임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필수 과제였지만 사실상 기업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게임인재단이 주관하고 서울특별시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가 주최하는 '게임인 토크콘서트'는 게임과 게임에 대한 인식에 대해 페널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귀중한 자리였다.
특히 서울 시내 80개 특성화고교 및 마이스터고교 학생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학부모와 교사들이 함께해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 조민희 장학관은 "4차 산업이 중요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중 게임 산업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행복하게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게임 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였던 질문의 장
패널로는 '마녀의 샘'시리즈로 유명한 1인 개발자 장수영 키위웍스 대표, 게임을 근간으로 한 각종 사회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예비 사회적기업 모두다 박비 대표, 카카오게임즈 운영 PM 10년 차 베테랑인 김창호 PM이 참석했다.
토크콘서트는 정해진 것 없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1부로 진행된 학생들의 질문으로는 주로 '게임 산업에서 어떻게 하면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 '개발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장수영 대표는 "처음에는 성공에 관심이 없는 상태로 시작하게 됐다.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다행히 알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의외로 중,고 학생, 20대 초반 학생들이 많이 알아줘서 의외로 게임 시장에 트렌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개발자가 소신대로 개발한다면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또한 그런 팬 분들 덕분에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고 질문에 대해 답했다.
박비 대표는 "게임이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다가 발달장애우와 게임을 같이 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이 일은 내가 아니면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며 현재 일에 대해 설명했다.
김창호 PM은 "본인이 어릴 때보다 지금의 게임 산업은 훨씬 커져있다. 지금은 다소 앞날이 어둡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분위기는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 때문에 좋다고 보고 있다. 업무로는 이벤트를 다양하게 진행하는 편이다. 상상을 많이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대학교 꼭 가야하나?
특성화 고교와 마이스터 고교에 다니고 있는 참가자들은 대학교에 꼭 진학해야 하는지도 궁금해 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대학에 가야 하냐는 질문에서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라고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수많은 자유가 주어진다. 그 자유를 바탕으로 혼자서 대학을 가지 않고 경험할 수 있는 그 범위 자체가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대학에 기회가 된다면 꼭 진학할 것을 추천했다.
장 대표 역시 "가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상관은 없지만 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들이 게임 개발을 하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김 PM 또한 "대학은 가는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패널이 모두 대학교에 진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게임
패널에게 '진정한 게임은 어떤 게임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3명의 패널 모두 의외의 질문에 놀라는 눈치였지만 각자 소신을 담아 답변했다.
김창호 PM은 간단하게 답변했다. "재미있는 게임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재미가 있어야 유저들이 플레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재미가 있으면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어릴 적에 '너구리'와 같은 간단한 게임을 하다 동생의 추천으로 목도로 다람쥐를 잡는 게임을 처음 접했다. '바람의 나라'를 플레이하며 다른 수 많은 유저와 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덕분에 게임 산업에 평생 몸담아야겠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만 운명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게임이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 비슷한 게임들이 다수 출시되고 있는 국내 게임 시장 상황에 대한 심도있는 질문도 나왔다. 패널들은 당황했지만 차분하게 답변했다.
박 대표는 "본인도 동의한다. 이제 국내 게임 산업이 창의력 있는 게임을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배틀그라운드'가 등장했다. '배그'의 경우 다들 PC에서 모바일로 바꿀 때 PC로 개발한 게임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실행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업계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국내 개발자들 모두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힘들다"면서,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해답인 것 같다"고 밝혔다.
■ 게임을 너무 모른다
당초 이번 행사가 크게 홍보나 마케팅이 되지 않았던 점에 비해 400명이 정원인 성동공업고등학교 강당은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게임인재단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줄 몰랐다"면서, "게임을 진로로 희망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부모 세대들이 게임을 너무 모른다"고 말했던 박비 모두다 대표의 말처럼, 국내 게임 산업은 산업 자체의 위상에 비해 국민적인 관심과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게임인재단 토크콘서트와 같은 자리가 앞으로도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며,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게임 산업을 위해 이런 행사를 진행하는 일종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