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 발목 잡는 악성 규제 철폐도 중요하지만 산업으로써의 인식 강화가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게임플 이장혁 기자] 국내 게임산업은 지난 10년간 각종 규제정책에 발목을 잡히면서 산업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게임산업진흥이라는 원대한 목표는 가지고 있었겠지만 실상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와는 반대로 게임산업을 위축시키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게임은 마약과 같은 중독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었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부정적인 기류로 대세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산업발전보다는 게임산업규제에 중심을 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 형색이다. 대표적인 규제정책은 바로 지난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다. 청소년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가치아래 시행된 셧다운제는 게임업계에서 대표적인 적폐정책으로 언급되고 있다.

성인 결제 한도 50만원 규제 또한 게임산업을 위축시키는 또 하나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게임 결제 한도 규제 정책이 지속되는 동안 개인의 영역인 소비지출을 국가가 강제적으로 막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성인의 행복추구권이나 자기결정권이 국가 정책과 충돌하는 상황인데 사실 외국에서는 국가 정부가 나서서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사례 자체가 없다. '소탐대실'이라고 할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상황이 지속될 수록 국내게임산업의 자생력 또한 계속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규제에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들어 규제 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쉬운 점은 상당히 크다. 한때 게임이 국내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었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해외 수출 사업또한 내리막길인 모양세다. 이미 게임산업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간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게임문화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쉬운 방법인 규제정책쪽으로 스탠스를 취하면서 관련업계의 눈과 발을 틀어막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과거 참여정부시절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게임산업 주무부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갈등과 반목이 벌어졌던 적이 있었다. 부처별 게임사업협의체를 신설하는 등 대립이 극에 달했고, 소위 '밥그릇 싸움'이라며 여론까지 싸늘하게 식었던 상황까지 이어지게 된 것. 

특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게임 등급 결정 심의 기준과 절차에 대해 게임업체들이 '게임등급제도 개선을 위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통신위원회도 미성년자 결제 문제와 관련, 게임업체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내리는 등 규제상황이 지속됐었다.

당시 업계관계자는 "(당시) 영등위와 통신위가 게임업계에 대한 규제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영등위의 게임규제에 대한 문화부의 중재 역할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통신위 규제에 대해서는 정통부가 게임업계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런 부침을 겪던 정통부와 문화부는 양 부처 공동으로 문화콘텐츠 및 디지털콘텐츠영역에 대한 상호 협력방안을 마련해 공식 합의하기에 이르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기에는 한참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부처별 힘겨루기는 결국 애꿎은 민간기업이 피해를 입는 구조로 파생된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지만 당시 상황이 오버랩되는 모습이다. 오히려 지금은 더 복잡한 양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신설) 등을 비롯해 게임산업과 연관된 부처들이 훨씬 많아졌다.

과거 사례로 볼 때 부처별 협력을 기대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 4년을 모두 쏟아붇더라도 상생과 협력의 협치를 기대하는 것은 조금 어렵게도 보인다. 부처간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장병규 위원장이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출처:KTV국민방송캡쳐)

이런 가운데 4차산업혁명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장병규 블루홀 의장이 위촉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차산엽혁명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대통령직속기구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전략과 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부처간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바로 어제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및 첫 회의가 개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출범이 혁신성장의 청사진을 만들어내고,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시점에서 게임산업은 더욱 큰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핀테크(결제), 서버, 프로그래밍, 코딩 등 미래 먹거리와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국가 주도로 게임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게임산업진흥을 위한 전략과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앞서 게임산업의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했는지 이미 우리는 경험했다. (가능하다면) 게임산업의 '컨트롤타워'로서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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