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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비들은 왜 죄다 뛰어다니나
차정석 기자 | 승인 2017.10.09 11:26

[게임플] 보통 좀비는 부두교 전설에 나오는 움직이는 시체 주술에서 유래되며 그 존재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죽은 자가 살아나 거리를 활보한다는 설정. 기독교적 관점에서 죽은 자의 부활에 대한 무정체성은 혼돈의 대상이자 공포다. 이러한 심리로 인해 '좀비'는 판타지부터 현대 호러까지 폭넓게 등장하는 대표적인 캐릭터가 됐다.

게임은 물론, 미드와 영화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좀비'는 부두교 주술사가 마술적인 방법으로 소생시킨 시체라는 설정과 달리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아포칼립스 형태의 작품들이 많은 편이다. (게임에서 주술사가 소생시키는 '골렘'은 좀비와는 다른 차원의 존재다.)

좀비를 그리는 모습도 시대 별로 천차만별인데, 초창기 좀비는 일반적으로 전설에서 그려지는 보편적 모습을 표방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신음소리를 내며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능과 감성을 가진 좀비는 물론, 엄청난 파괴력과 빛의 속도로 질주(?)까지 하는 '슈퍼 좀비'들이 속속 등장하며 유저와 관람자에게 당혹감을 주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인간을 공격하는 부패한 시체, 좀비의 대중화를 이끈 게임과 영화 

우리가 일반적으로 '좀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느리게 걸어 다니며 인간을 공격하는 부패한 시체의 모습이다. 초창기 좀비 영화들의 경우 대부분 이런 모습의 좀비를 그리고 있다.

좀비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좀비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1968년 개봉한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갑자기 시체들이 좀비가 되어 일어나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공격받은 인간도 죽었다가 좀비가 되어 일어나는 현상이 발생했고, 공격을 받은 몇몇 사람들이 한 시골 농가에 숨어들어 탈출하는 것이다. 

당시 영화계에서 의무적으로 삽입된 남녀 간의 로맨스나 영웅적 인물 등의 요소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있는 연출을 선보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좀비 영화뿐만 아니라 공포 영화계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컬러가 아닌 흑백 영화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엄청난 인기를 끌며 11만 달러의 제작비로 3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거두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대성공을 거두며, 1969년에서 1977년까지 유럽과 미국에서만 30여 편에 이르는 좀비 영화가 제작되기도 한다. 저속한 장르로 천대받던 호러 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좀비 영화의 기본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매우 의미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좀비 영화의 대중화를 이끈 작품이라면, 게임에서 좀비 하면 떠오르는 대명사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다.

1996년 첫 시리즈가 발매된 '바이오하자드'는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반적인 좀비부터 강력하게 변형된 좀비까지 다양한 좀비의 형태를 만나볼 수 있는 게임이다.

지금에서야 좀비 게임의 대명사로 평가받고 있지만,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와 같은 대전 액션 게임 위주의 게임들을 선보여 온 캡콤이었기에 '바이오하자드'의 탄생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고 회사 내부에서의 반대도 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좀비를 제거하며 퍼즐을 풀어내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출시된 '바이오하자드'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첫 출시되어 독특한 로딩 장면, 3인칭 시점의 카메라 앵글하고는 상관없는 조작 방식 등 당시에 등장한 게임으로는 신선한 시도가 많았던 게임이기도 하다. 

특히 당시에는 로딩이라는 개념이 없이 게임을 즐기다가 CD 게임 시대가 열리며 게임성은 둘째치더라도 길고 긴 로딩에 질린 유저들이 많았다. '바이오하자드'는 로딩이라는 느낌을 최소화하고,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문을 클로즈업한 방식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바이오하자드'의 로딩 장면은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바이오하자드'는 첫 시리즈가 디렉터즈 컷, 듀얼쇼크 버전 등 후속 보강 버전을 합쳐 500만 장이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으며, '바이오하자드'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제작되는 등 좀비 게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다. 

최근에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리마스터 버전을 남발해 사골 우려먹기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캡콤에서 선보인 '귀무자', '데빌 메이 크라이' 등과 같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타이틀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좀비의 진화,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변화하는 좀비

다양한 좀비물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기존의 좀비에 익숙해지고, 식상해져 갔다. 부패된 시체라는 설정에 이동속도가 느리고 힘도 인간과 같은 수준에 불과한 좀비에 대한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좀비 마니아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더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에서도 변종 '슈퍼 좀비'가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좀비란 매력적인 소재를 놓치기 싫었던 제작사들은 기존 좀비의 모습에 더 빠르고, 더 자극적이고, 더 강력해진 능력을 지닌 새로운 좀비들을 등장시키기 시작한다. 

영화 '28주 후'와 '새벽의 저주'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느리고 걸어 다니는 일반적인 좀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좀비의 무서움은 유지한 채 빠른 스피드를 더해 영화에 속도감을 높인 것이다.

'28주 후'에 등장하는 좀비들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좀비의 진화는 스피드에서 멈추지 않는다. 바이러스나 특수 화학물질의 영향으로 좀비가 된다는 설정 속에 인간형을 벗어나 스피드는 물론 압도적인 힘을 지닌 좀비들도 등장하고 있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인간형을 벗어나 괴물에 가까운 모습의 좀비들이 등장하며 압도적인 힘과 스피드를 지닌 모습으로 긴장감 있는 액션을 선보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월드워Z'에서는 좀비에 물린 사람도 좀비가 된다는 설정에서 감염되는 시간을 빠르게 당겨 좀비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대형 스케일까지 도입하는 등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다.

압도적인 물량의 좀비를 선보인 '월드워Z' 저글링 부대를 연상시킨다

게임에서도 좀비는 느리고 약한 기본적인 몬스터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집단적인 모습은 물론 더욱 빠르고, 강력해진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터틀락스튜디오가 개발하고 EA가 출시한 '레프트4데드' 시리즈는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벗어나 안전지대로 가기 위해 처절한 투쟁을 펼치는 인물 중 한 명이 돼 시종일관 몰려오는 좀비들과 싸우는 대표적인 게임이다. 

'레프트4데드'는 2008년 11월 첫 시리즈를 출시한 이후 '웨이브'와 협력 방식의 게임들이 쏟아지는 계기가 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으며, 2009년 11월 출시한 후속작 '레프트4데드2'는 그 해 가장 많이 '불법 다운로드 받은 게임' 1위에 오르는 웃지 못 할 기록도 세웠다.

'레프트4데드2' 트레일러 영상

'레프트4데드'는 갑작스럽게 몰려드는 좀비 떼의 살벌한 모습은 물론 기본적인 좀비부터 강력한 보스 좀비까지 끝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좀비를 상대로 멈추지 않고 달리며,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액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이지만 '데이즈 곤' 역시 기대할 만한 게임이다. 지난 6월 진행된 E3 2106에서 첫 선을 보인 '데이즈 곤'은 고독한 생존을 담은 어두운 이야기와 생존 요소 등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임이다. 

'데이즈 곤'은 좀비 바이러스로 멸망해 버린 세계에서 살아남은 유저가 안전지역으로 가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공개된 영상에서는 어떤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파도처럼 몰려드는 좀비를 피해 도망가고 살기 위한 처절한 모습을 담았다.

'데이즈 곤' 영화의 좀비 트랜드에 맞춰 진화된 좀비의 모습을 갖췄다

특히 문이나 벽을 부수는 좀비와 높은 곳으로 피신한 생존자를 잡기 위해 몰려든 좀비가 탑처럼 쌓이는 모습은 영화 '월드워Z'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는 설정이다. 관람자적 시점이 게임에서 체험자적 관점으로 바뀌면서 좀비물의 공포감은 더욱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레프트데드 등의 게임들의 특징은 한정된 공간과 플레이어의 시점을 극단적으로 제한시켜 놓은 상태에서 공포감을 극대화 시켰다. 반면 최근 좀비물들은 게임과 영화를 망라하고 스피디하고 더 파괴적이며 지능까지 겸비해 인간을 능가한다. 그렇기에 콘텐츠들은 캐릭터에게 더욱 강력한 무기를 쥐어주고 무기를 획득하지 못한 조연급들은 비참하게 도륙 당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도 저도 안될 것 같으면 줄행랑이 생존의 유일한 길이다.

도구 사용부터 연애까지... '감성 좀비'의 탄생 

'나는 전설이다' 감독판에 등장하는 감염자는 부성애를 느끼는 좀비를 그리는 등 인간적인 면도 담고 있다

좀비의 진화는 신체 능력 강화에서 멈추지 않는다. 단순한 육탄전을 넘어 도구를 사용하고 심지어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느낄 정도로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총사용 방법까지 알려주는 '랜드 오브 데드'의 빅 대디

1954년 리처드 매드슨 소설 '나는 전설이다'는 1964년 '지구 최후의 사나이'. 1971년 '오메가맨', 2007년 '나는 전설이다' 등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되었다. 최신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는 원작 소설이 흡혈귀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흡혈귀와 좀비를 적절히 섞은 모습으로 감염자들이 등장한다. 

수류탄과 함께 자폭하는 극장판과 달리 감독판에서는 여성 감염자를 찾으러 오는 감염자의 모습이나 유리에 나비 그림을 그리는 장면 등 좀비화된 감염자들도 인간성과 사회성이 남아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이작 마리온의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웜바디스'는 기존에 등장한 좀비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깬 영화다. 대부분의 좀비들처럼 사람을 공격하고 식인을 하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R은 지성과 감성이 남아있고, 심지어 인간과 사랑도 나눈다.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라는 포스터 문구와 “사랑은 인간이 되게 만들어 준다.”라는 예고편 영상만 보더라도 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스토리 진행이나 주인공 R과 줄리 캐릭터 이름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따온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좀비와 인간의 사랑이라니... '웜 바디스' 예고편 중

게임에서도 육탄전을 넘어 도구를 사용하거나 은폐를 하고 플레이어를 기습하는 지능적인 좀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네크로모프는 좀비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죽은 것을 의미하는 네크로와 변이를 의미하는 모프가 합성된 것으로, 말 그대로 변이된 시체라는 점에서 좀비라 불리고 있다. 

시리즈 초반 네크로모프는 의식 통합체 하이브 마인드를 제외하면 각 개체의 지능은 낮은 편으로 등장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환풍구를 통해 사냥감을 추적하거나 자신을 은폐하고 기습하는 것은 물론 신호를 보내 집단적인 공격을 하는 등 지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네크로모프가 등장하는 '데드 스페이스'

온라인 게임에서 좀비하면 떠오르는 게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좀비전을 기반으로 시작한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좀비 모드는 좀비, 좀비 클래식, 좀비 뮤턴트, 좀비 히어로, 좀비연합, 좀비 다크니스, 좀비 팀 섬멸 등 다양한 모드로 확대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이후 '서든어택', '아바', '스페셜포스' 등 온라인 게임에서 유사한 모드를 탄생시킨 계기라고도 할 수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에는 일반 좀비, 라이트 좀비, 헤비 좀비, 사이코 좀비, 부두 좀비, 데이모스, 가니메데, 밴시, 스탬퍼, 강시, 스팅 핑거, 베놈 가드 등 다양한 좀비가 등장하며, 각 좀비마다 특수스킬을 지니고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Z-virus: 제2의 진화 영상

테크랜드가 개발한 '다잉 라이트'는 게임 속에서 낮과 밤이 전환되고 이에 따라 등장하는 좀비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지는 독특한 방식을 선보이고 있는 게임이다. 

생화학방호복을 입은 '가스 탱크', 철근 곤봉을 들고다니는 '군', 강력한 대미지와 맷집을 자랑하는 '데몰리셔', 점액을 장거리에서 뱉어내는 '토드', 폭발하는 '봄버', 밤이 되면 등장하는 최강의 감염자 '볼래틸' 등 다양한 좀비들이 등장한다. 

특히 건물 지붕을 넘나드는 파쿠르 액션까지 더해 높은 액션감을 맛볼 수 있다. 최대 4인 협업 플레이가 가능하며, 여기에 추가로 1명의 특수 좀비가 가세해 총 5명이 함께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좀비에 파쿠르 액션까지 담은 '다잉 라이트'
하우스 오브 더 데드는 진지하고 스릴감 넘쳤던 원작 좀비 게임을 영화로 만들며 희극으로 만든 케이스로 꼽힌다.

최근에 등장하는 좀비물의 키워드는 크게 속도감, 처절함, 그리고 생존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유독 더운 요즘, 처절하고 숨 가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좀비물은 국내 영화계까지 진입한 상태다. 하지만 의아한 부분도 있다. 심의등급에서 어떻게 부산행이나 곡성이 15세 관람가를 받았는지 필자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차정석 기자  game@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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