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검증에서는 충분히 통했다, 약점 보강 후 적절한 출시 시점 찾는 것이 중요

[게임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관용어가 현재 ‘로스트아크’의 상황에 딱 들어맞고 있다.

2010년대 초부터 모바일 게임이 주로 등장하기 시작한 뒤 쌓여온 유저들의 ‘웰메이드’ PC 게임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최근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호평 받으며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전환 시켰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주도권을 모바일 게임에게 준 이후 번번한 반격에 실패했던 온라인 게임, PC 게임이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좋은 기회가 지금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스마일게이트 신작 로스트아크 CBT는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결과부터 언급하면 테스트에 참여한 유저들 대부분에게 '잘 만든 게임,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업계 관계자 및 평론가들에게도 나쁘지 않다, 기대 보단 괜찮았다는 호평을 내놓았다. 시장의 분위기가 올라가고 있으니 이제 '노'를 어떤 형태로 저을지만 남았다.

■ 핵 앤 슬래시 한계 돌파

핵 앤 슬래시 게임답지 않게 게임 내 콘텐츠는 풍부하다. 전투와 레벨업 외에도 소소하게 즐길 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 스토리 진행마다 보여지는 연출은 지금까지 국산 게임에서 보기 힘들었던 수준급의 연출이다. 물론 스토리 연출에서 진부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마치 해외 콘솔 게임을 하는 듯한 높은 연출력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

다만 스킵 기능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개발진 측에서 스킵 기능을 넣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진 것에는 동의하지만 컷신에 관심이 없는 유저들에게도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생활 콘텐츠와 다른 부가적인 항해, PVP 등의 콘텐츠도 잘 만들어졌다. 로스트아크 자체가 개발기간이 상당히 길었고, 이번에 진행된 2차 CBT도 1차 CBT 이후 1년이라는 공백기를 거친 만큼 그 동안 개발진이 콘텐츠를 오랫동안 다듬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2차 CBT에서 주력 콘텐츠로 내세운 것이 항해 콘텐츠인데, 배를 조작하는 방식이 캐릭터를 조작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를 아쉬워하는 유저들이 많았는데, 단순한 조작이 아닌 항해 시뮬레이션 게임과 같은 방식이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평가다.

하지만 2차 CBT 기준으로 항해를 시작하게 되는 시점이 최소 5시간 이상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5시간 이상 로스트아크를 즐기면서 접하게 되는 항해 콘텐츠 역시 남다를 것이라는 높아진 기대감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로스트아크의 항해 콘텐츠는 타 게임과 비교했을 때 퀄리티 자체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항해를 진행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무작위 이벤트와 아무도 없는 섬에 들어가는 모험요소에서 오는 재미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3차 CBT에서는 약 2천개 이상의 섬이 구현될 예정이라고 밝혀지면서 지금 단순하게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 핵 앤 슬래시 고집한 이유

로스트아크는 쿼터뷰 시점의 ‘핵 앤 슬래시’게임이다. 쿼터뷰 핵 앤 슬래시 스타일 게임으로는 ‘디아블로’ 시리즈가 가장 유명한데, 핵 앤 슬래시는 전투에 특화된 게임 스타일이다.

그런데 사실 상기 언급한 로스트아크의 콘텐츠들은 쿼터뷰 핵 앤 슬래시 스타일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많다. 스토리 연출이나 항해, 생활 콘텐츠의 경우 고정 시점보다 자유 시점이 표현하기 쉽고, 키보드로 움직이고 마우스로 시점을 전환하는 일반적인 MMORPG 형식으로 더 잘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도 로스트아크가 핵 앤 슬래시를 고집한 이유는 바로 특유의 섬세한 전투 표현에 있다.

로스트아크의 액션은 확실히 군더더기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군더더기는 기본 공격이나 스킬을 시전했을 때 피격 판정이 일어나기까지의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이질감을 뜻한다. 캐릭터 모션과 실제 공격 범위에 차이가 없고, 피격 판정 또한 정확하게 나타나며 공격이 적중했다는 리액션 또한 확실하다.

로스트아크의 전투는 개발 역량을 모두 여기에 쏟아부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지만 호쾌하게 설계돼 있으며, 이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임 스타일이 쿼터뷰 핵 앤 슬래시다. 때문에 로스트아크가 핵 앤 슬래시를 고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PVP 콘텐츠도 잘 만들어졌다. 아직 직업 간 밸런스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고 앞으로 추가될 신규 직업의 밸런스도 꾸준히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섬세하게 만들어진 로스트아크의 전투는 보는 재미까지 충분히 보장할 가능성이 크다.

■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현재 PC, 온라인 게임 시장 상황이 '매우' 좋다고 보긴 어렵다. 여전히 몇 개의 게임에 주도권을 주고 있고 신작들은 매번 고배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배틀 그라운드의 대선전이라는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또 몇 년 동안 새로운 기회를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로스트아크는 2차 CBT를 거치면서 유저들의 호평과 피드백 또한 얻은 상태다. 이를 테면 튼튼하게 만들어진 배에 순풍까지 불어오는 항해를 시작하기에 최적의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한 결과는 개발사의 선택에 달렸다. 로스트 아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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