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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영화를 몰락시킨 '먹튀의 내막'
차정석 기자 | 승인 2017.09.25 10:14

'먹튀'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익만 챙기는 경우를 지칭하는 속어다. 프로 스포츠 리그에서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고 이적한 선수가 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역할을 할 때, 그 선수를 일컫는 말로 '먹고 튀었다'는 의미에서 나온 신조어다. 

현재의 '먹튀'는 스포츠를 넘어 드라마, 브랜드, 사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통용되고 있다. 명성이 있는 제작사나 감독, 크리에이터가 많은 투자를 받고 기대 속에 제작했지만 그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포함될 정도로 포괄적으로 통용된다.   

영화와 게임 역시 대규모의 자본이 투자될 수밖에 없는 장르기 때문에 먹튀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은 편이다. 이번 연재는 각 게임과 영화와 관련된 '먹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 제작비 다 어디 갔어?

'110억원의 공중분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영화에서 먹튀 사례를 꼽는다면 대표적으로 이름을 거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장선우 감독의 2002년 가을 개봉작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꽃잎', '나쁜 영화', '거짓말' 같은 사회비판적인 작품을 감독했던 장선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비주의 콘셉트로 한참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임은경을 주연으로 하고, 가수 김진표와 HOT의 멤버 강타까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제작기간 3년에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인 110억 원을 들여 제작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한국 영화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가상세계를 소재로 삼고,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따오는 등 개봉이 임박함에 따라 공개되는 독특한 설정은 언론과 사람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결과는 충무로의 재앙이었다. 평단에서는 영화에 대해서 혹평으로만 가득했으며, 주연배우의 미숙한 연기는 물론이고 산만한 스토리와 허술한 구성,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난해함 등 수많은 문제로 개봉 2주 만에 전국 관람객 14만 명에 막을 내렸다.

영화 전체가 대전 액션과 RPG, 그리고 FPS 게임에서 따온 듯한 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신선한 시도라기보단 떨어지는 몰입감, 개연성 부족으로 악평을 받았다.

잘 나가던 영화감독 장선우의 커리어는 물론, 출연배우들의 커리어마저도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린 한국 영화 역사에서 손꼽히는 최악의 작품이 되었다. 제작사 역시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몇 차례 영화를 만들기는 했으나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 정말 한국 영화계 전체에 제대로 된 흑역사가 되었다, 

영화가 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체계적인 영화 제작 환경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 영화계는 스승과 제자로 이어지는 도제 형식에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이런 경우 어떤 예술적 측면에 있어서는 일정 부분 이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 방식에 익숙했던 장선우 감독은 투자자들의 개입을 이겨내지 못하고 영화 촬영 도중 여러 차례 잠적하기도 했고, 늘어난 제작기간에 돈 만 허공에 날리는 꼴이 됐다. 이런 점에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재앙은 예고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주연 배우 임은경과 장선우 감독, 이 영화 이후 TTL 소녀로 각광받았던 임은경은...

'우주로 간 먹튀' 리차드 게리엇 

RPG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울티마' 시리즈는 모두 알고 있는 게임일 것이다. RPG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기본 틀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플레이 방향까지도 설계한 게임이 '울티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처드 게리엇이라는 핵심 개발자가 있었다. 

리처드 게리엇이 2001년 한국의 게임 개발사 엔씨소프트로 영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한국의 유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리처드 게리엇이라는 거물이 올 정도로 달라진 한국 게임의 위상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리처드 게리엇이 1,000억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SF 콘셉트 배경의 '타뷸라 라사'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유저들의 기대감은 엄청났다. 하지만 그것은 리처드 게리엇의 몰락하는 시발점이 됐다. 

당초 '타뷸라 라사'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방향과 리처드 게리엇 간에 충돌이 발생했다. 게임 내에서도 극한의 자유로움을 갈망했던 리처드 게리엇의 성향은 게임 개발 단계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견제를 반복하는 사이에 게임의 정체성은 애매하게 변하게 되었다. 

물론 이 게임은 꽤 참신한 시도를 했고 개중에는 발전이나 진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 클라이언트는 수많은 버그로 인해 게임의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였고 완성도는 바닥을 기었다. 

결국 모든 게이머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겠다던 리처드 게리엇의 포부와는 다르게 게임은 서비스 7개월 동안 69억 원의 기대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익을 거뒀고, 그나마도 첫 발매했던 11~12월 2개월 동안 50억 원의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타뷸라 라사 트레일러 영상중 일부 (엔씨소프트 제공)
아마존에서 1달러에 거래된 타뷸라 라사

'타뷸라 라사'의 실패가 결론났을 때 리처드 게리엇은 휴직에 들어가 있었다. 휴직 기간 동안 그는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우주여행을 계획하고,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기에 이른다. 그의 개인적인 소망은 이루었을지언정 1,000억을 들여 제작한 '타뷸라 라사'는 아마존에서 단돈 1달러에 팔리는 수모를 겪었고, 결국 리처드 게리엇이 퇴사하자 15개월 만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이후 국내에서 게리엇은 '우주먹튀'라는 조롱 섞인 별칭을 얻게 된다.)  

퇴사 이후에도 리처드 게리엇과 엔씨소프트와의 충돌은 끝나지 않았다. 입사 당시 엔씨소프트가 제공한 주식을 팔아 120억 원의 순익을 보고도 엔씨소프트 측이 사기를 쳤다면서 2,4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250억 원에 상당하는 소송을 건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엔씨소프트가 자신을 해고했음에도 자진 퇴사한 것으로 꾸며 엔씨소프트의 주식 가치가 낮은 상황에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기에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으로 리처드 게리엇은 승소했고, 엔씨소프트는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리처드 게리엇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최고의 게임 개발자와 한국 최고의 개발사의 만남은 서로에게 앙금만 남긴 채 끝나고 말았다.

위에서 언급한 두 작품의 공통점은 명성이 뛰어난 제작자에게 많은 제작비를 투자해준 만큼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고,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만큼 투자사의 과도한 개입과 간섭이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제작사가 제작자에게 좀 더 자유로운 환경을 보장해주었다면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않았을까?

■ 개인적인 욕심이 부른 참사

'심오한 내 작품세계를 건들지 말라' 우베 볼 

게임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독일의 영화감독, 우베 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악명으로써 말이다. 우베 볼 감독은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블러드 레인, 어둠 속에 나 홀로, 왕의 이름으로(던전 시즈 원작), 포스탈 등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제작했고, 팬들에게 철저하게 외면을 받아 왔다.

우베 볼 감독의 게임 원작 영화 흥행 수익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 제작비 1,200만 달러, 수익 1,300만 달러 

블러드 레인 - 제작비 2,500만 달러, 수익 360만 달러 

블러드 레인2 - 제작비 1,000만 달러, 수익 16만 달러 

어둠 속에 나 홀로 - 제작비 2,000만 달러, 수익 1,044만 달러 

왕의 이름으로(던전 시즈 원작) - 제작비 6,000만 달러, 수익 1,300만 달러 

포스탈 - 제작비 1,000만 달러, 수익 10만 달러 

파크라이 - 제작비 3,000만 달러, 수익 500만 달러

이들 영화들의 특징은 게임의 팬이라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공분이 일자 우베 볼은 “게임하는 놈들은 죄다 불법 다운로더들이니 게임도 영화도 불법 다운받을 것인데, 내가 왜 그런 놈들을 기쁘게 해 줘야 하나? 수익이 적더라도 내 영화를 보고 감동한 관객만 상대하고싶다.”라는 거침없는 그의 소신(?)발언은 게임 팬들이 그를 증오할 수밖에 없게 만든 대표적인 일화다. 

최근 개봉한 '워크래프트'는 물론 FPS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영화화하려는 접촉도 있었지만, 우베 볼의 악명(?)을 잘 알고 있던 블리자드와 밸브 측이 단칼에 거절해 팬들이 안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영화 포스탈 트레일러 영상 중

긍정보단 부정이, 호평보단 혹평이 넘쳐나는 상황에도 우베 볼이 계속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이유는 독일의 영화 세금 감면법(Tax Shelter)에 있다. 

당시 독일에서는 영화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영화에 투자를 하면 투자액 절반을 정부에게 돌려받을 수 있었고, 독일에서 소유권을 가진 영화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투자액 전부, 순수 자기 자산뿐만 아니라 설령 대출금이라 할지라도 모든 소요금액을 세금 감면액으로 신고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영화가 올린 수익에 한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세금 감면을 목적으로 투자한 투자자들은 영화가 적자가 나면 오히려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원래라면 모두 세금으로 나가야 하는 금액의 절반을 독일 정부가 되돌려 주니, 결과적으로 투자금 절반의 세금 감면을 받게 되는 것으로 이를 악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악용되는 사례가 늘자, 결국 독일 정부는 '영화 세금 감면법'을 폐지했다.

3D MMORPG에 대한 집착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시리즈 등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게임 제작에 참여한 빌 로퍼의 퇴사 소식은 CNN 뉴스특보로 나올 만큼 많은 화제를 모았다. 

빌 로퍼가 블리자드를 퇴사한 이유는 블리자드의 모회사 비벤디의 극심한 경영난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블리자드 매각설이 나돌기 시작하고, 이에 빌 로퍼는 매각설에 관해 협상을 요구하며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퇴사를 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비벤디는 빌 로퍼의 퇴사를 받아들였다.

당시 빌 로퍼가 속해있던 블리자드 노스는 '디아블로3'를 3D MMORPG 형태로 개발 중이었지만,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블리자드를 퇴사한 빌 로퍼는 블리자드 노스의 멤버들과 함께 플래그십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자신이 원하던 3D MMORPG와 슈팅이 결합된 '헬게이트 런던'을 발표해 전 세계 유저들을 열광케 했다. 그러나 열광이 곧 절망으로 바뀌는 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4년간의 제작 끝에 2007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헬게이트 런던'은 국내의 경우 일반 유저들은 온라인 플레이만 가능하고, 한정판을 구매한 유저들만 싱글 플레이가 가능하게 하는 과금 정책으로 시작부터 알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게임 자체의 퀄리티 또한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었으며, 유저들의 소비 속도를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한 콘텐츠와 각종 버그로 인해 유저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헬게이트 런던 소개 영상 중
헬게이트 런던에 등장하는 워트의 의족. 다이블로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헬게이트 런던'은 1년간의 짧은 서비스 끝에 북미/유럽 서비스가 중단되었고, 2008년 7월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파산하게 된다. 파산 이후 한빛 소프트가 '헬게이트 런던'의 모든 지적 재산권 획득해 서비스를 지속해 왔지만, 올해 2월 26일 국내 서비스마저 종료됐다. 

'헬게이트 런던'의 지적 재산권을 소유한 한빛소프트는 최근 모바일 FPS로 재탄생된 '헬게이트: 런던 FPS'를 선보인 바 있으며, VR 게임으로 제작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게임으로 돌아온 헬게이트 런던 FPS

개인의 역량도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데 필수조건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우베 볼처럼 개인적인 금전적인 욕심에 치중해 불순한 의도로 영화를 만들거나, 아니면 빌 로퍼처럼 시대착오적인 판단으로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 속에서 제작하는 것 역시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현대 시대는 점점 개인의 역량만으로 감당하기에는 복잡해지고 있으며, 협업과 분업에, 치밀한 시장조사가 있을 때야말로 개인의 능력이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 용의 머리에서 뱀의 꼬리로

'식스센스'에서 '해프닝'까지,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인도인 무명 영화감독인 M. 나이트 샤말란이 감독한 영화 식스센스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차분한 영상과 치밀하게 구성된 반전은 아직도 영화사에서 길이 남을 명작으로 남아 있다. 식스센스는 제작비 4,000만 달러에 수익은 6억 7,9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이후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언브레이커블, 싸인 등의 작품을 연달아 선보인다. 하지만 언브레이커블은 제작비 7,500만 달러에 2억 4,8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으며, 싸인은 제작비 9,000만 달러에 4억 1,000만 달러 수익이라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영화 '레이디 인 더 워터'를 제작하는 도중에 M. 나이트 샤말란은 데뷔 때부터 함께 해왔던 디즈니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되나 대체적으로 디즈니의 한 간부가 '레이디 인 더 워터'에 대한 비판하고 중단시키는데 반발해서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순히 나오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M. 나이트 샤말란은 자신이 디즈니에서 나오는 과정에 대한 책까지 써내 디즈니와 디즈니의 간부들을 비판했다.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다 공개적으로 책까지 써내가면서까지 비판까지 했던 M. 나이트 샤말란은 워너브라더스와 계약하고 '레이디 인 더 워터'를 제작한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제작비 7,000만 달러에 7,200만 달러라는 수익은 그가 만들었던 영화 중에서 가장 낮은 성적을 거두었고, 오히려 그를 내보낸 디즈니 간부가 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고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디즈니와 단절로 인해 그와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제작사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레이디 인 더 워터'의 참패로 워너브라더스와 관계도 끝나버리고 만다. 워너브라더스를 나와 제작한 영화 해프닝도 평단과 사람들에게 처절한 평가를 받았다.

M. 나이트 샤말란의 흥행 참패작 '레이디 인 더 워터'와 저술한 책 'The Man WHo Heard Voices'

'록맨' 아버지의 몰락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가 2010년 자신 블로그에서 캡콤을 퇴사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록맨 외에도 다양한 캡콤의 게임 디자인에 참여했고 귀무자, 데드라이징 같은 작품을 프로듀싱했다. 그동안 꾸준하게 성공을 거두며, 캡콤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나후네 케이지의 퇴사는 충격적인 이슈였다.

퇴사 후 콘셉트를 설립한 이나후네 케이지는 PS 비타용 액션 게임 '소울 새크리파이스'를 선보여 '몬스터 헌터' 이후 제작된 헌팅 액션 중 급진적인 웰메이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내 주간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등 성공적인 출발을 보여왔다.   

그러나 '마이티 No. 9'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문제였다. 90만 달러 목표의 킥스타터 페이지가 올라온다. 2013년 10월 1일 종료까지 예상 치보다 훨씬 많은 4백만 달러나 모였다. 

하지만 '마이티 No. 9'의 2차 펀딩부터 유저들은 슬슬 불안의 여지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미 두 차례나 출시 연기를 했던 터라 차츰 유저의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레드 애쉬'라는 신규 소셜 펀딩을 킥스타터에다 올리면서 논란의 핵심은 '마이티 No. 9'로 모이게 된다.

마이티 No. 9 소개 영상 중

'록맨' 시리즈의 정통 후속작을 자처한 '마이티 No. 9'는 비평가들과 유저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저분한 그래픽부터 어색한 특수한 능력, 지루한 레벨 디자인까지 유저들의 기대를 배신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록맨의 향수를 되살리고 꽤 신선한 대쉬 시스템이 호평을 받았지만, 4백만 달러나 들어간 게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임이었다.

M. 나이트 샤말란의 차기작 '스플릿'과 이나후네 케이지의 차기작 '리코어'

하지만 M.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이나후네 케이지는 먹튀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M. 나이트 샤말란은 해프닝 이후 영화 '더 비지트'로 호평을 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했으며, 현재도 제임스 맥커보이 주연의 '스플릿'을 제작 중이며 오명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나후네 케이지 역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유저들에게 사과를 하고, 차기작 '리코어'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아직은 게임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재기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M. 나이트 샤말란과 이나후네 케이지, 이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꽤 즐거운 상상이 되지 않을까?

■ 이것은 리얼 먹튀! 돈을 갖고 튀어라!

내용마저 변한 영화 '하이프네이션'의 먹튀

영화 '하이프네이션'은 아이돌 그룹 2PM에 탈퇴한 박재범이 출연하고, 파라마운트와 공동 제작되며, 미국 유명 비보이 그룹 B2K가 출연한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그보다 더 유명해진 것은 바로 리얼 먹튀 사건이다.

제이슨 리 라는 재미교포 영화제작자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오랫동안 영화를 제작했으며, 이번 영화 '하이프네이션'에 엄청난 제작비와 최고의 스탭으로 구성해 훌륭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해 많은 이들이 기대감 속에 영화 개봉을 기다렸다. 

하지만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제이슨 리가 투자금을 챙기고는 미국으로 잠적해버린 것이다. 제이슨 리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3D와 미국 문화에 괸심이 많다는 점을 노려 당시 막 JYP를 떠나 주목을 받았던 박재범을 주연으로 내세워 국내 투자자를 모았다. 그러나 일정부분 투자금이 모였을 때 투자금을 들고 정말 먹튀를 한 것이다.

하프네이션: 힙합사기꾼 예고 영상 중

이러한 전말은 영화 '하이프네이션: 힙합사기꾼'이 2014년 개봉되면서 표면에 드러났다. 원래 '하이프네이션'은 비보이들의 일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던 영화였으나, 제이슨 리가 모든 돈을 횡령 하면서 남은 촬영분과 실제 자신들이 당한 사건 자체를 소재로 삼은 것이다. 물론 촬영 분은 굉장히 조악하고, 저예산으로 만들 수밖에 없어 영화의 완성도는 떨어져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크기만 커질 뿐 내실이 없는 한국 영화계에 대한 허상과 거기에 대한 비판은 가치가 있었다. 현재 먹튀 사기꾼인 제이슨 리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의 흡혈'  모바일 게임의 먹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대,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만 타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광경은 이제 일상이 됐다. 

대기업들로 재편된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은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 게임 초기에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오른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게임들이 등장했다. 

패키지 형태에 가까웠던 과거 피처폰 시절의 게임과 달리 스마트폰 게임들은 온라인 게임과 같은 부분 유료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유저들은 적게는 몇 천 원에서 많게는 수 천만 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이용해 스마트폰 게임 초기에는 먹튀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았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특히 아이템 할인 이벤트 이후 최대한 이익을 이끌어 낸 직후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들이 많았다. 한국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할인 이벤트 이후 즐기던 게임이 서비스 종료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8.3%를 차지했으며, 유료 아이템을 구입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58.3%나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제작사의 일방적인 서비스 종료 후 환불 대책이 없으며, 제작사에서 마련해 놓은 환불제도도 이용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캐시 자체는 환불이 되나 캐시로 구입한 영구 아이템에 경우에는 환불이 불가하다는 등 충실히 먹튀의 조건을 부합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현재 사업자 홈페이지, 공식 카페, 게임 서비스 내에서만 고지되는 서비스 종료 사실을 스마트폰 푸시 알림을 통해 적극적인 방법으로 알리고, 문제가 되는 '무제한 아이템'은 최대 이용기간을 정해 이를 기준으로 환급기준 등 보상책을 마련하도록 업계에 촉구할 예정이다. 

먹튀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유 없는 무덤이 없다고, 이들의 공통점은 사전에 충분히 불안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불화 간에 조정할 사람이 없다거나, 제작자의 의욕 같은 불안요소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감추거나 덮는 순간부터 먹튀의 씨앗은 이미 잉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문제 중심에는 돈이 있다. 정확히는 문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오로지 돈 밖에 없다는 데서 시작한다. 문화를 어떤 감성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으로 이해한다. 때문에 오로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제이슨 리의 어이없는 사기행각도, 제작사의 일방적인 게임 서비스 종료도 어디까지나 오로지 문화가 만들어내는 돈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좋은 문화 콘텐츠가 몰락하고, 아니면 사기를 당하거나 저열한 작품 만 나오는 토양을 만들어질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칼럼은 네이버에 원고료를 받고 진행됐으며, 이에 따라 소유권은 네이버에 있음을 밝힙니다.>

차정석 기자  game@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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