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생활에 밀접한 요소 된 게임, 산업 그 이상으로 보는 시각 필요해

[게임플] 게임은 과거 오랜 시간 서브 컬처로 분류됐었다. 게임 자체를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게임 외에도 재패니메이션, 특정 장르 문학, 만화 등에서 파생된 수많은 콘텐츠들이 '서브컬쳐'라는 이름 아래 구분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이제 서브컬쳐를 벗어나 대중문화라고 까지 불릴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있다. 대중문화는 다수의 대중들이 즐기는 문화고,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서브컬쳐라면 게임은 이제 어떤 문화라고 구분지어야 할까.

학계에서는 이미 서브컬쳐와 주류문화에 대해 구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어떤 문화든 주류·하위라는 구분 없이 인간 사회 속 다양한 문화 중 하나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 게임의 국제 e스포츠 대회는 수 십만 명의 유저들이 지켜본다

■ 주류문화를 압도하는 서브컬쳐

서브컬쳐(Subculture)는 주로 부분 문화나 하위 문화로 알려져 있다. 기존 문화에서 파생되거나 해당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소수인 경우 주로 서브컬쳐로 불린다.

용어의 기원은 1950년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서브컬쳐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주류문화에 반하는 개인의 모임’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된 서브컬쳐는 사회적 주류 문화와 가치관으로부터 벗어난 하위집단을 부르는데 쓰였다.

반면 서브컬쳐의 반댓말로 하이컬쳐(Highculture)라는 말도 있다. 주로 문학, 미술, 클래식 음악 등 먼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와 역사가 깊고 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문화를 말한다.

'너의 이름은'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가 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서브컬쳐들이다. 하지만 서브컬쳐가 주류 문화를 압도하는 사례가 과거부터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는 ‘재패니메이션(일본과 애니메이션의 합성어)’인 ‘너의 이름은’의 국내 흥행이다. 재패니메이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에서 개봉일 예매율 1위와 350만 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이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사례는 많지만 재패니메이션이 국내에서 흥행한 것은 ‘너의 이름은’이 처음이다. 서브컬쳐로 여겨졌던 재패니메이션이 주류 시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코스프레' (사진 출처: Team CSL 포스트)

게임 역시 서브컬쳐에서 벗어나 주류 문화가 된 사례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관련 상품과 e스포츠 산업, 코스프레, 2차 창작 등 다양한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게임 산업은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콘텐츠 산업 중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래도 게임이 서브컬쳐일까?

■ 하위·주류 문화 나누는 것 이제 무의미

‘테라’의 인기 캐릭터 ‘엘린’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엘린은 일본에서 2차 창작물 시장으로 흘러들어 유저들이 수많은 새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위문화였던 게임이 새로운 하위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각종 언론들은 보도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문화를 주류·비주류, 상위·하위 문화로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일본에서 수많은 2차 창작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는 '테라'의 엘린

앞서 하이컬쳐로 소개했던 문학, 미술, 클래식 음악 등은 과거 ‘부르주아’로 불리던 상위 계층 시민들이 즐기던 문화였다. 주류 문화와 하위 문화라는 개념은 거기서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노동자 계층과는 달리 이들은 각종 문화생활을 즐기며 자신들이 즐기는 것과 노동자들이 즐기는 문화에 차별을 뒀다. 하지만 지금의 문학과 미술, 클래식 등은 계층과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됐다.

우리는 ‘취향 존중’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곤 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취미와 취향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것처럼 문화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것 또한 ‘취향 존중’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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