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처럼 애매한 정의.. 적절한 수준이라면 화제 요소 자리잡아

[게임플] 적과의 치열한 전투가 막바지로 가며 긴박한 상황이 흐른다. 마지막 한 발, 그 한 발이 모자라 끝내지 못하는 전투. 마지막 최종 병기는 타고 있는 비행기뿐이다.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무전을 하고 직선으로 날아올라 적의 비행선과 자폭을 한다.  "Hello Boys~ I'm Back!"이라는 명대사를 남기고. 

게임과 영화는 그 속성이 매우 흡사하다. 그래서 많은 콘텐츠들이 교류를 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오마주 혹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장면 및 액션, 심지어 주인공들의 특징 등 서로 간 어렵지 않게 만은 아이콘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영화 '인디펜던스데이'

왕성한 콘텐츠 교류, 패러디 혹은 모방, 아니면 표절?

필자는 최근 ‘인디펜던스데이2’의 상영 소식을 듣고 아주 오래전 플레이했던 메탈슬러그X의 엔딩 장면이 떠올랐다. 마지막에 자신을 희생해 인류를 구한다는 설정과 그 방법이 비행기 자폭이라는 설정도 많은 부분에서 과거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의 결말과 유사했다. 

그 당시에도 “아~ 이건 정말 똑같은데!” 라고 생각했었고, 필자와 같은 생각을 했었던 유저들 또한 다수 존재했다.

영화도 마찬가지였지만, 메탈슬러그2의 엔딩은 정말 인상 깊었다. 모방했다고 드는 멸시감보다는 영화보다 더욱 뭉클했던 것도 오랜 시간 플레이를 하며 그 게임 속으로 동화돼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와 게임은 상호보완적으로 각종 ‘씬’과 ‘액션 스타일’ 등 많은 부분을 서로 모방한다. 좋게 표현하면 패러디 혹은 모티브를 따온다고 해야겠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액션, 호러의 장르에서 자주 발견된다. 영화가 게임을, 게임을 영화가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문화콘텐츠들이 상호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콘텐츠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원작자가 있는 작품을 기반으로 한 계약된 라이선스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다. 

예를 들면 A라는 작가가 드라마 시나리오를 썼는데 B라는 영화사가 라이선스를 취득해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C라는 게임사가 이 영화를 모티브로 영화나 드라마에 핵심이 되는 내용을 게임에 사용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법리적 해석일 뿐 국내의 경우 게임업계를 통틀어 현재까지 초상권과 지적 재산권에 대한 분쟁은 비일비재하지만 지식 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문제는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체결된 국가 간의 FTA 내용 중 지식 재산권에 대한 조항이 붙은 나라가 다수 있어 안심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다.

아예 대놓고 표절이다. 회사 이름조차 요코라고 만들어 마치 일본 회사인 것처럼 세탁했다. 이 정도가 돼야 표절인 것이다.

게임을 포함,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가장 큰 손님인 중국의 경우 일반 제조업은 기본에 게임, 소설, 영화, 드라마, 쇼 프로그램까지 모방(혹은 표절) 해 끊임없는 초상, 지적, 지식 재산권 분쟁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사실 분쟁 수준이 아니고 거의 폭풍이다. 

중국의 경우 아예 게임 자체를 컨트롤 C, 컨트롤 V 하는 수준으로 전 세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렇다고 쉽게 건들 수도 없다. 중국의 내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밥줄이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방일까?

'스트리트파이터2' 의 가일로 시작해 '킹오브파이터즈', '용호의 권', '철권', '버추어 파이터' 등의 격투게임에서 무수히 등장하는 필살기 360도 회전차기(섬머솔트 킥)가  영화 미션임파서블3에서 그대로 사용됐다. 이것은 모방일까 패러디일까? 둘 다 아니다. 그 이전 이 스킬의 주인공은 이소룡이었다. 무한적으로 게임과 영화가 기술을 교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소룡은 배우이자 무도가 였고 그가 사용하는 절권도 기술 중 하나인 '섬머솔트'의 캐릭터 사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편적인 무술 중 하나고 액션 영화 혹은 게임에 이같이 기술적인 잣대를 댈 수도 없다.

잘못된 예 알지 모르겠지만 우베 볼은 아예 게임 화면을 영화에 넣어 망하기로 작정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악평 속에 사는 신세가 됐지만 말이다. (우베 볼 감독이 활동하는 독일은 영화가 망하면 정부에서 감독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이런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영화 속에 게임을 녹였지만 역효과만 났고, 이 장면으로 인해 우베 볼은 현재까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마주 하다

스타일리시 액션 게임 맥스페인은 타임리스 스킬까지 모두 영화화하며 또 다른 액션 장르를 만들었고 그것은 영화 매트릭스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더욱 진화하고 완벽해진 상태로 옮겨가서 원작보다 더욱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어느새 이러한 기법들은 수많은 영화들이 사용하고 있다. 
  
영화와 게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게임이 태동했던 초창기에 단순히 이름만 빌려와 비슷한 게임을 만들었다면 게임들이 3D로 진화하는 시점부터 각종 기법들까지 모두 상호 교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영화와 게임은 등급조차 같은 선상에서 받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 매트릭스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주요 뼈대를 만들었고, 맥스페인에서 핵심이 되는 스킬을 만들었다. 필름 누아르 스타일 연출의 시작은 맥스페인부터다. 물론 영화 내 철학은 자체적인 생산이라 믿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믿고 싶을 만큼 매트릭스는 완성도가 높은 영화다. 

사실 게임은 초창기만 해도 일방적으로 영화에서 많은 모티브를 가져왔다. 배우나 유명인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는 기본 중 기본이고 람보, 코만도, 영웅본색 그리고 공각기동대,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소재들이 게임으로 이식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임과 영화 그 경계에 관하여

필자가 연재를 통해 수차례 언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과 영화는 완전히 부합될 수는 없다.' 영화는 관람자적 시점이고 게임은 체험자적 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단계 더 깊숙이 내려가면 콘텐츠는 같지만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변해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화같이 게임을 만들었다 해도, 게임을 완벽하게 영화처럼 접근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고속도로 씬 중 트리니티, 모피어스, 키메이커가 경찰과 에이전트와의 추격 씬이 있다. 이 영화를 게임화 시킨 '엔터 더 매트릭스'에선 니오베와 고스트의 경찰 추격 씬이 있다. 원작인 영화는 경찰과의 추격이 아닌, 에이전트의 추격이 메인이다. 사실 이러한 부분이 원작 영화를 보고 게임을 즐기려 한 유저들에겐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부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자체로만 보고 플레이에 집중한다면 이것 또한 여타 게임과 마찬가지의 '미션'중 하나일 뿐이다. 여기서 영화와 게임이 가진 이면적인 모습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유저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원작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플레이 한 유저가 원작과 다른 게임 진행, 혹은 원작 대비 낮은 그래픽과 사운드 등의 모습을 찾아내면 여지없이 혹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원작의 게임화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다. 잘 만들면 얻는 이익도 천문학적으로 높아지지만 반대의 경우 단독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혹독한 비판을 받는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영화를 만드는 시점과 동시에 게임 제작에 들어갔던 '트랜스포머' 역시 '영화'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긴듯한 느낌이 들지만 막상 플레이들 해보면 게임과 영화의 스토리는 조금씩 어긋나 있다.  원작이 가진 분위기와 파괴적 심리묘사를 게임에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게임화된 영화, 혹은 영화화된 게임에서 표현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기술적인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상호 간 영화 욕심은 '매우 긍정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닮고 싶어 하는 게임. 게임을 영화화하고 싶어 하는 현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조금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게임이란 콘텐츠를 이미 영화적으로 인식하고 플레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적 요소가 깨알같이 들어간 콘솔 게임들. 누가 봐도 이건 한편의 영화 같다고 했었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그리고 현재 개봉해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워크래프트' 등 무수히 많은 게임들은 당장 영화를 만들어도 이상할게 전혀 없는 탄탄한 스토리와 오마주들이 깨알같이 등장한다.

스타쉽 트루퍼스... 누가 봐도 테란과 저그다 이 영화는 1997년 개봉했고, 스타크래프트는 1998년 발매됐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역시 영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주 오래전 시작돼 시리즈로 이어져 오는 스타쉽 트루퍼스 1편만 보더라도 스타크래프트와 연결시킬 수 있다. 게임에서 저그 진영과 영화에 등장하는 버그 의 캐릭터성 또한 상당 부분 흡사하다. 
   
현재에 이르러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블리자드 입장에서 보면 스타크래프트의 영화화는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갈수록 망해가는 스타쉽 트루퍼스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마니아층도 탄탄하며, 1편은 대체적으로 평가가 좋았기 때문에 블리자드가 스타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면 그보다 더 좋은 소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당연히 프리퀄로 얼마든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즉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영화화는 캐릭터 성으로는 많은 실패를 목격했다. 그러나 폭넓은 세계관과 스토리를 가진 게임의 경우 성공의 가능성을 엿본 것도 사실이다.

바이오쇼크나 이미 소설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매트로 시리즈 등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게임들은 영화로 제작돼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깊고 심오한 세계관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게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화 소식이 없는 것은 아직도 영화업계 전반이 수없이 실패를 거듭함에도 게임에서 이미 보장된 캐릭터 중심의 영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화학 테러를 다룬 게임 '더 디비전'도 곧 영화화 된다. 필자는 이 게임의 영화화가 정말 기대되는데 그 이유는 주연배우의 캐스팅 때문이다. 유력한 주연으로 점쳐지고 있는 제이크 질렌할은 영화 '소스 코드', '나이트크롤러', '조디악', '브로크백 마운틴' 등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다.

평가가 어떻든 게임의 영화화 영화의 게임화는 변함없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언급했듯 이 둘의 콘텐츠는 시장에서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데빌메이크라이나 베요네타와 같이 캐릭터 성이 강한 게임이 영화화된다면 성공할까? 아니면 언급한 바이오쇼크나, 매트로, 폴아웃과 같은 작품의 영화화가 성공률이 높을까? 반면 이런 물음도 동시에 든다.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은 이미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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