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입체화 통한 설정 및 스토리텔링 강화로 게임에 몰입감 부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주인공 오이디푸스

[게임플] 정신분석학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콤플렉스는 인간 행동의 동기를 분석하는 유력한 실마리 중 하나다. 때문에 창작물 속에서 등장인물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으로 쓰여 왔다.

그리고 이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문화 콘텐츠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역시 단순히 치고박고 싸우는 것 외에도 캐릭터 마다 각자의 스토리가 있고, 게임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근간 역시 크고 작은 콤플렉스에 있다.

게임 캐릭터가 콤플렉스를 가지게 된 배경에는 '스트리트 파이터2'의 역할이 컸다. 게임 내 프로필 요소를 도입한 이 게임은 격투 게임의 기술과 외형의 차이 외에도 어떠한 이유로 싸우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혈액형이 어떻게 되는지 등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등장한 격투 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 내 캐릭터들은 누구나 이름과 성별, 나이, 혈액형 등의 자세한 프로필을 장착하게 됐다. 일본의 캐릭터 산업이 성장하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콤플렉스가 캐릭터 근간에 자리 잡게 된다.

■ 캐릭터를 다채롭게 만드는 콤플렉스

트레버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콤플렉스 중 가장 유명한 것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다. 콤플렉스라는 것 자체가 복잡한 개념이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도 여러 형태가 있지만 간단하게 ‘아버지를 싫어하고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게임 속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캐릭터는 ‘GTA5’의 트레버가 있다. 트레버는 자신의 어머니를 욕되는 발언을 한 인물을 스스럼 없이 죽이거나 특정 단어에 크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게임 엔딩 후에 서브 미션을 통해 트레버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데, 여기서 트레버가 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트레버는 GTA 5에서 주로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가지지 않은 인물로 표현된다. 이야기 속에서 거리낌 없이 마약을 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등 다른 두 캐릭터에 비해 비정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칫 ‘미치광이’로 끝날 수 있는 캐릭터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어머니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내면적으로 나약한 캐릭터인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메이플스토리 '베릴'

국내 게임에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메이플스토리’의 ‘베릴’을 들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중 ‘제논’의 누나로 설정된 캐릭터인 베릴은 제논과 함께 자신을 만든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겔리메르’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약한 의미의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지닌 캐릭터로 묘사된다.

유저가 조작하게 되는 제논은 창조주인 겔리메르가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실상 ‘아버지’인 겔리메르와 반목하게 된다.

반면 베릴은 자신보다 성능이 뛰어난 동생인 제논에게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인 겔리메르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크리티카 신규 캐릭터 '홍령'

'크리티카'의 신규 캐릭터인 '홍령'에서도 이런 부분을 찾을 수 있다. 홍령은 본래 빼어난 활 솜씨로 동방 대륙의 용병들 사이에선 붉은 깃털(홍령)로 불리던 여성 궁수다. 본명은 밝혀져 있지 않다. 활을 주 무기로 사용하고 매를 동반자로 쓰고 있는 홍령의 이미지는 국내 유저들에게는 익숙한 이미지다.

홍령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오랜 방랑 생활과 용병 생활을 해왔다. 거친 용병 생활을 오래 한 탓에 사람을 잘 믿지 않게 되고, 혈육을 제외한 인간관계에서 믿음이란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자라왔다. 게임속 설정이나 이야기 등을 통해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홍령 역시 그런 부분에서 정신적인 콤플렉스의 한 종류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애정결핍은 질병으로 볼 수 있을 지 아직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캐릭터에 그런 설정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캐릭터는 달라 보일 수 있다. 게임 속에서 캐릭터들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당위성이 만들어지고 이에 대해 유저들이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게임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다.

■ 스토리텔링과 양념 역할의 콤플렉스

GTA 5가 멀티플레이, 오픈필드와 다양한 미션, 자유도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메인 스토리만 즐기더라도 충분히 제 값을 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런 작은 이야기들이 게임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메이플스토리 또한 배경 이야기와 캐릭터 설정 업데이트에 개발 중점을 둔 것은 유저가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어떤 배경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제공하기 위함에 있다. 그로써 메이플스토리가 단순히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임이 아닌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유저는 게임과 캐릭터를 다시 보게 되고,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적인 원동력이 된다.

'라스트 오브 어스'

‘라스트 오브 어스’, ‘언차티드’, ‘위쳐3’, ‘니어 오토마타’ 등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게임들의 공통점은 모두 나름의 훌륭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와 관련해서 넥슨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에 배경 세계관을 강화하고 각자 이야기가 담긴 신규 캐릭터를 출시하면서 유저들의 반응이 좋고 실제로 PC방 순위가 상승하는 등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도 게임 스토리에 점점 주목하고 있다. 사냥, 레벨업, 사냥이 전부였던 메이플스토리에 세계관과 캐릭터 스토리가 생겨난 것,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과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는 것, ‘단검’과 ‘가죽자켓’으로 시작했던 ‘리니지’ IP에 원작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와 설정들이 추가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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