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재 게임들의 잇따른 폭망, 한정적 구조와 시기가 발목 잡는 요인

[게임플]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모두의 찬사를 받을 때 그 자리에서 자랑스럽게 머물러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부분은 머무르지 않고 더 욕심을 내다가 이루어 놓은 명성까지 먹칠을 한다. 그것은 영화나 게임 모두 마찬가지다.     

원작과 동떨어진 게임성, 마케팅 용도로만 제작돼 짧은 기간 동안 개발된 낮은 완성도, 단조로운 진행 방식, 넘쳐나는 버그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졸작들이 영화의 게임화의 경우 유독 눈에 많이 띤다. 영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게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반대의 경우보다 많은데 이 역시 혹독한 평가를 받은 게임들이 많이 존재한다, 왜 그럴까?

능력을 벗어난 지나친 한탕주의

북미 게임산업을 골로 보낸 영화 원작 게임 ET

게임산업이 부흥기를 맞이하고 투자자들이 돈 가방을 들고 게임사들을 찾으러 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게임사가 대수롭지 않은 게임을 만든다고 해도 돈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였다. 뭐든 그럴듯하게 포장해 내놓기만 하면 잘 팔렸다. 그러다가 폭탄을 맞게 된 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타리 쇼크다. 안타깝게도 아타리 쇼크를 촉발 시킨 게임이 영화를 원작으로 가지고 온 'ET'였다. 

1982년 6월 개봉한 ‘ET’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관객들이 ET를 좋아했고 프라모델을 비롯, 공책, 연필까지 각종 2차 3차 산업에 불씨가 당겨졌다. 당시 아타리를 운영하던 워너(현 워너브라더스) 역시 게임 제작을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2,500만 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게임 제작 라이선스 취득해 게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망했다.  

워너는 영화의 흥행 효과를 누리기 위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출시를 독촉했고, 개발자 1명이 5주 만에 게임을 제작했다. 5주 만에 개발된 게임의 완성도는 논할 가치도 없었다. ‘ET’는 게임의 구성부터 그래픽, 시스템까지 어느 것 하나 부실하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각종 버그와 렉 등 오류와 부족한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400만 장을 출시했지만, 실제로는 150만 장 밖에 팔리지 않았고, 절반 이상이 반품 처리됐다. 아타리는 이를 처분하기 위해 다른 게임과 묶고 80% 이상 할인해 처리했으며, 반품되거나 팔리지 않은 ‘ET’ 게임을 대부분 뉴멕시코 사막의 매립지에 매장해버렸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원하는 다큐멘터리 팀이 뉴멕시코에서 30년 동안 묻혀있던 E.T 게임 카트리지를 발굴했다.

'ET'는 북미 게임업계 전반에 불신을 심어주는 기폭제가 됐다. 제값에 팔릴 수 있는 멀쩡한 다른 게임들까지 판매량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가정용 게임의 품질 저하에 대한 불만이 ‘ET’를 기점으로 폭발하며 ‘아타리 쇼크’라고 불리는 북미 비디오 게임 시장 몰락의 전초로 작용하고 말았다.  

사실 영화 원작 게임의 시도부터 잘못된 것이다. 비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우 게임의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 등 모든 부분에서 영화와 대등한 위치에 있지만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당시 게임업계 분위기는 작품성 보다 인기에 편승한 한탕주의가 팽배한 시기였다.

이후 1987년 LJN이 게임 '죠스'를 발매했다. 1975년 개봉해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전설적인 걸작 영화 '죠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이다.

이 게임 역시 마찬가지로 악평 일색에 망하고 말았다. 원작이 주는 공포감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으며 단조로운 그래픽에 유치한 마디음이 전부였다. 언급했던 이 시기의 게임이 영화적 요소로 접근해 긴장감을 줄리 만무했다. 이 영화가 죠스로 불릴만한 연관성은 바다와 상어 밖에 없었다. 

게임 역시 죠스의 이미지와 맞지 않게 공격 패턴이 매우 단순해 허탈감마저 들 정도로 패미컴 사상 최악의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잘 된 밥에 숟가락만 올리다

EA 마저 버린 희대의 망작 - 지 아이 조: 더 라이즈 오브 코브라

2000년대 들어 그래픽 기술이 발전했어도 마찬가지다. 문화 콘텐츠라는 것 자체가 기술력의 상승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영화가 원작이 아니었다 해도 8-90년대 꽤 괜찮은 게임들이 많이 나왔으니 이에 대한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거두 절미하고 이 게임은 유통사인 EA 조차 두 손 들은 게임이다. 2009년 개봉한 지 아이 조의 첫 번째 영화 ‘지 아이 조: 더 라이즈 오브 코브라’를 원작으로 개발된 게임으로 원작과 이름마저 똑같은 이 게임은 조악한 그래픽과 버튼만 누르면 총알이 무한으로 발사된다. 

처음엔 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5분 이상 플레이를 지속하다 보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영화 속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이 게임에선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글로벌 평점 역시 10점 만점 중 2점을 맞았다.  

이 게임에 대해 EA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과거로의 회귀라는 컨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략 20세기로 돌아간 듯한 그래픽은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라고 '셀프 비판'까지 할 정도였다. 

이 게임에 대해 EA 공식 블로그에선 “지아이조는 모든 게이머를 간만에 대동단결하게 만들었죠. 영화 지 아이 조를 사랑하는 분들은 심지어 혹시나 지 아이 조 2가 엄청난 대작으로 제작되어 그동안 갈고닦아놓은 지아지조 평점 2점의 업적들이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라고 밝힐 정도로 ‘지아이조: 더 라이즈 오브 코브라’는 EA 마저 버린 희대의 망작으로 꼽힌다. 이럴 것을 EA가 왜 유통했는지 기자는 그게 더 궁금해진다.

문화를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는 그릇된 인식

망한 영화를 웬 깡으로 다시 게임으로 제작? '스트리트파이터 더 무비'

엽기에 가까운 사례도 있다. 1994년 개봉한 장 클로드 반담 주연의 영화 ‘스트리트파이터’는 영화는 엉성한 스토리나 원작과 동떨어진 설정 등으로 희대의 졸작으로 혹평을 받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스트리트 파이터 영화는 제작비 3,500만 달러 수익 9,900백만 달러로 수익을 낸 영화다. 그러나 영화에서의 수익이 반드시 흥행을 대변하진 않는다. 특히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90년대 초반은 더욱 말이다. 당시는 오프라인 신문과 관련 잡지, 무작정 극장에 걸린 포스터 만으로 영화를 주관적 판단에 따라 관람하던 시기였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는 수익을 낸 영화이긴 하지만 그 누구도 흥행한 영화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경우 종영 후 이어지는 비디오 발매 개수와 누적 판매수, 그리고 대여 순위 등 개봉 이후에도 이어지는 모든 흥행적 요소를 고려한다.

그리고 누구도 이것을 다시 게임화 시킬 것으로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하지만 게임화되고 말았다. 1995년 영화 ‘스트리트파이터’를 기반으로 ‘스트리트파이터 더 무비’가 출시된 것이다. 게임에서 영화 그리고 다시 게임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사례다. 

영화 속 주인공들을 실사로 만들어 '모탈컴뱃'과 같은 스타일과 함께 '스트리트 파이터'를 짬뽕시켜 모호한 정체성과 이질감은 극에 달했다. 당시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붐비는 게임센터 안에서조차 외톨이처럼 혼자 동전을 구걸하고 있지만 아무도 이 게임에 동전을 소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였다. 

또한 이게 ‘스트리트파이터’인가 싶을 정도로 조작감에서 괴리감 컸다. ‘스트리트파이터’의 익숙한 커맨드를 넣으면 동일한 기술이 발동되는 하지만, 조작감이나 타격감에서 이질감을 지울 수 없다. 

전기를 방출하는 바이슨 장군, 채찍으로 목 휘감는 캐미, 눈에서 광선을 발사해 상대를 멈추게 하는 사가트 등 전혀 공감대 없는 캐릭터 별 신규 기술과 체력 게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사용하는 ‘데인저 필사기’는 이름과 달리 복잡한 커맨드로 위급 상황에서 사용하기조차 힘들었다.

'R.I.P.D'도 마찬가지다. 이것 역시 영화도 혹평, 게임은 더 혹평을 받았다. 스트리트파이터와 비슷하게 망한 영화를 바탕으로 게임이 나왔다. 결과물 역시 망한 원작보다 더 형편없는 10점 만점에서 2점대의 평가를 받았다. 

'R.I.P.D' 영화 자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게임에 비하면 영화는 웰메이드라 불릴 정도로 'R.I.P.D: 더 게임'은 최악의 게임으로 꼽힌다. 

캐릭터는 원작 영화와 같이 닉 워커와 로이 펄시퍼, 단 2종이 등장하며, 적이 맞았는지 알 수도 없는 타격감에 원작 콘솔과 PC 패키지로 나왔음에도 불구, 영화를 따라가는 스토리조차 없다. 이 역시 영화 속 캐릭터만 나올 뿐이다. 캠페인 모드는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그냥 몰려오는 적들을 웨이브가 끝날 때까지 버텨 최종 보스까지 처치하는 것이 게임의 전부다. 

쉬운 난이도부터 강력한 적들의 맷집과 긴장감을 돋구는 특별한 적도 없이 진행되는 지루한 웨이브, 기본 무기인 권총과 기관단총, 샷건 등을 제외하면 모두 돈 주고 사야 하는 등 최악의 게임성으로 플레이할수록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영혼 없는 개발자가 만들어낸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와 게임 모두에게 비극이 되다. 원작까지 망신

개발사마저 문 닫게 한 저주의 게임 - 007 레전드

골드핑거, 여왕 폐하 대작전, 문레이커, 살인 면허, 어나더데이, 스카이폴까지의 원작 스토리를 담고, 007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스카이폴’의 개봉에 맞춰 출시했지만 역시 혹평을 받았다.   

액티비전이 출시한 ‘007 레전드’는 007 시리즈 50주년을 기념 영화 ‘007 스카이폴’ 개봉에 맞춰 콘솔과 PC 패키지로 발매된 게임으로 출시 전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007 시리즈는 '본 아이덴티티' 등 다른 스파이 시리즈에 밀리며 '한물 간 영화'의 취급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원작을 둔 게임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007 영화 시리즈의 팬심으로도 도저히 플레이할 수 없는 조악한 게임성으로 악평만 받고 말았다. FPS 게임의 기본 중 하나인 줌인 줌아웃 시스템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으며, 원작 영화와의 설정 오류까지 모든 면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평점 역시 10점 만점에서 2점대다. 

당초 액티비전은 007 시리즈를 이용한 게임 개발 라이선스를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007 레전드’가 망하면서 판권을 조기에 종료했으며, 개발사인 유로컴은 ‘007 레전드’ 이후 스튜디오 역시 폐쇄되며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이후 영화 역시 현재까지 별다른 흥행 소식이 없다. 지난해 개봉한 '007 스펙터'역시 악평을 받으며 조기종영했다. 당연히 이 영화를 게임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게임사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박 or 쪽박 '원작의 게임화는 양날의 검'

7년 동안 뭘 했을까? 에일리언: 식민지 해병대

 

그러나 7년 후 팬의 기대를 완벽하게 배신한 게임으로 혹평을 받았다.

대책 없는 AI를 선보인 캠페인 모드가 문제였다. 무작정 적진으로 돌진하는 아군부터 뻔히 보이는 곳에 엄폐하는 적들까지 ‘에일리언: 식민지 해병대’의 AI는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 캠페인 진행에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다. 

또한 에일리언 3와 설정 충돌이 굉장히 많아 팬들의 반감을 사는 등 지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에일리언: 식민지 해병대’를 기다려온 에일리언 팬들에겐 엄청난 상실감을 안겨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만약 이 게임이 '에일리언'이라는 거대한 명작의 이름을 달지 않고 새롭게 나온 게임이라도 같은 평가를 받았을까? 아마도 이 정도의 혹평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원작이 가진 분위기와 파괴적 심리묘사를 게임에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다.

기자가 포스트를 위해 이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의 소감은 10년이 넘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평점처럼(10점 만점에서 4점대) 못 해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팀 데스매치, 섬멸, 생존, 탈출 등의 멀티플레이 모드는 괜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평의 일색인 이유는 원작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원작의 게임화는 양날의 검이다. 잘 만들면 얻는 이익도 천문학적으로 높아지지만 반대의 경우 단독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혹독한 비판을 받는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목적이 불순한 영화 원작 게임

영화의 홍보수단으로 게임을 만든 사례는 유저들을 분노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문화 콘텐츠의 교류에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미 많은 유저들이 영화 원작의 게임들에 색안경을 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에일리언 시리즈, 터미네이터와 같은 시리즈는 영화와 함께 게임을 즐기며 함께 성장해온 30-40 세대에게 더 깊은 배신감을 안겼다. 

게임 '에일리언'이 오랜 기다림 속 기대에 허탈감을 안겨줬다면, 게임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은 영화 홍보에만 집중하고 게임성을 배제한 그저 플레이만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졸작으로 터미네이터 팬과 이에 편승해 이어진 팬심에 깊은 상처를 냈고 평점도 10점 만점에 4점대를 기록했다. 

이 게임은 2009년 5월 개봉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4번째 작품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의 공식 게임으로, 영화 개봉일보다 약 1주일 전에 먼저 PC 패키지와 콘솔용으로 발매됐다. 의도적으로 영화 홍보에 맞춰졌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부분도 이 때문이다.  

엄연히 영화사가 인정한 정식 영화의 프리퀄에 해당되는 게임이지만, 영화와 같은 스토리는 전무에 가까웠고, 영화 시간대 이전에 주인공인 존 코너가 참가한 작전들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냥 싸우고 이동하고, 싸우고 이동하는 것이 전부다. 콘솔과 PC 패키지로 나왔음에도 불구 시나리오적 요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터미네이터 적힌 높은 수준의 그래픽도 찾아볼 수 없으며 게임 시스템 역시 그냥 3인칭 슈팅 게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게임의 AI 수준도 낮은 편이라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게임의 순기능조차 외면, 원작에 대한 이해력 부재

 

지금은 퇴물이 됐지만 브루스 윌리스, 아놀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터 스텔론, 이연걸 등 8~90년대 스크린을 점령했던 전설의 배우들이 총출동하며 큰 이슈를 만든 영화가 있었다. 

기자 포함 많은 유저들 역시 이 영화가 게임화될 것을 예상했었다. 게임으로 만들기에 이만큼 좋은 소스는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만큼 각 캐릭터성이 강한 영화 역시 드물다. 한때 내로라했던 배우들을 총집결시켰고 영화 역시 주인공의 액션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2012년 출시된 '더 익스펜더블2 : 비디오 게임'은 전반적으로 원작 영화 익스펜더블2의 화끈한 액션과 연출을 느낄 수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강조된 캐릭터성을 게임에서 가장 쉽게 부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었음에도 전혀 나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로딩 화면과 타이틀 명만 가리면 그 어떤 이름을 붙여도 그 게임이 될 정도의 수준이다. 캐릭터 묘사는 실버스타 스탤론만 눈에 띌 뿐 나머지는 제대로 구분하기 조차 쉽지 않다.

또한 화면을 구분하기 힘든 저해상도의 그래픽과 부족한 전투 애니메이션이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받았으며, 단순히 무언가를 파괴할 뿐 인상적인 게임 플레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원작의 스토리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저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만나는 적을 모두 제거하는 게임의 목표 또한 단조롭다. 

캐릭터 성장 시스템이 있지만,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보다 오히려 AK와 로켓 런처를 사용하는 것이 편할 정도로 쓸모없는 편이다. 

쉬운 난이도의 경우 그냥 적진 중앙으로 돌격해 보이는 모든 것을 없애면 되는 이상한 난이도와, 흔한 조준 시스템도 없는 액션 시스템 등 전반적으로 낮은 완성도로 영화 팬은 물론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다.

명품 영화에 명품 게임들

이와는 달리 원작의 분위기를 게임 환경으로 잘 구현해 호평을 받은 게임도 많이 있다. 1985년 동명의 영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구니스’는 영화의 스토리는 물론 OST를 게임 배경음으로 사용해 큰 인기를 누렸으며, ‘해리포터’ 시리즈, ‘아바타 : 더 게임’, ‘배트맨 아캄’ 시리즈 등도 원작의 세계관을 충실히 살린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설 원작의 ‘반지의 제왕’은 영화는 물론 게임에서도 많이 활용된 콘텐츠다. 많은 ‘반지의 제왕’ 게임들 중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EA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반지의 제왕 중간계 전투’다. ‘반지의 제왕 중간계 전투’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한, 곤도르, 아이센가르드, 모르도르 4개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해 대규모 전투와 공성전을 영화만큼이나 박진감 있게 그려내 평론가들로부터 ‘양질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루카스아츠에서 1989년 출시한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도 동명의 원작 영화를 게임화한 수작으로 평가받는 게임이다. 총격전에 탱크까지 등장한 원작의 액션은 물론 지하 무덤과 오스트리아 아성을 상당히 복잡하게 만들어 놓아 적절한 아이템 사용과 적과의 대사로 다음 상황을 유추하는 등 어드벤처 게임의 진수를 선보였으며, 2009년 스팀으로도 재출시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액티비전이 2009년 출시한 ‘엑스맨 오리진 더 울버린‘ 게임은 영화 울버린 역에 휴 잭맨이 실제로 게임에 참여했으며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 라인과 수준 높은 그래픽, 훌륭한 사운드, 화끈한 액션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울버린의 극적인 과거사를 깊게 소개하는 등 스토리에도 공을 들였으며, 영화의 홍보를 위해 제작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홍보용 게임과는 다르게 높은 완성도로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마블이나 DC 시리즈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들 역시 기본적으로 많은 호평을 받아왔다.(같은 시리즈로 다른 게임들이 많이 나와 혹평을 받은 게임도 분명 존재한다)

마치며

영화가 게임으로 만들어진 것은 게임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함께였다. 문화적 코드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기 때문에 상호 간 교류가 여타 콘텐츠에 비해 활발한 편이다. 문화콘텐츠 이전에 상업을 목적만으로 봐도 이만큼 궁합이 잘 맞는 콘텐츠들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원작들이 혹평 속에 사라져 갔다. 이 문제를 놓고 게임사 탓만 할 문제는 아니다. 영화사 역시 콘텐츠를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내 작품이 어떻게 되든 높은 라이선스 비용을 받고 팔면 된다는 자본주의적 논리로만 접근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문화 전반까지 팽배해 있다는 것은 분명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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