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있는 바츠 해방 전쟁, 혁명에 대한 목소린 어디에나 있다

바츠 해방전쟁 관련 아트 (사진 출처: 엔씨소프트)

[게임플] 과거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군부 정권과 독재에 반발해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 항쟁'은 근현대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독재와 불의에 항거한 시민들이 집단 행동으로 이뤄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게임에서도 현실의 거울처럼 비슷한 사건이 과거에 일어난 바 있다. 지난 2004년 리니지2 바츠 서버에서 일어난 일명 '바츠 해방 전쟁'이다. 이 전쟁은 온라인 게임 역사에서 민주화가 어떻게 작동하고 실행되는지를 보여준 빛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민주화를 이룬 5.18과 6월 항쟁

6월 민주 항쟁

바츠 해방 전쟁을 설명하기에 앞서 당시 근현대사의 흐름을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는 전두환 정권의 독재에 반발해 수많은 곳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시기다.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된 ‘부림 사건’역시 이 시기에 일어났다.

전두환 정부는 민주화 운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했지만 5.18과 6월 항쟁을 겪으며 결국 스스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대통령 선거가 직선제로 개헌되고 첫 선거가 치뤄졌지만 결과는 노태우 후보의 당선. 약 36%라는 낮은 득표율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당선된 노태우 후보 (사진 출처: 조선일보)

당선의 주된 이유는 제13대 대통령 선거가 결선투표가 없는 단순다수 대표제인 이유도 있었지만 야당 후보의 단일화가 실패한 점이 컸다.

이후 김영삼이 14대 대통령으로 선출돼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형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사면되게 된다.

■ 성공한 듯 했으나 실패로 끝난 바츠 해방 전쟁

바츠 해방 전쟁도 일부 혈맹의 통제와 횡포에 항거해 일어난 전쟁이다.

당시 바츠 서버의 모든 성을 점령한 Dragon Knight 혈맹 연합(이하 DK)은 주요 사냥터를 통제하고 세율을 올려 일반 유저들의 원성을 사기 시작했다.

리니지에서 혈맹이 성을 차지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이다. 성을 점령한 혈맹은 해당 영지의 세율을 조정할 권리를 갖고, 세금을 혈맹이 얻을 수 있다. 세율을 올리면 그만큼 혈맹에게 돌아오는 세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DK 연합은 모든 성을 차지한 뒤 세율을 10%에서 15%로 올린다.

세율이 올라가 상점에서 구매하는 아이템 값이 비싸지자 유저들은 불만을 갖기 시작했고, 이윽고 사냥터 통제까지 시작되자 당시 DK 연합에 반기를 들고 있었던 ‘붉은혁명’ 혈맹을 중심으로 연합군이 꾸려지기 시작했다.

내복단은 약 20만 명이 몰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 출처: 엔씨소프트)

바츠 서버 연합군에 가담하는 유저들은 점점 늘어났고, 한 유저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 감동을 받은 타 서버 유저들이 가담하며 본격적인 전쟁의 형태를 띄게 됐다.

당시 리니지2는 서버 이동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 서버에 접속하려면 새 캐릭터를 만들어야했다. 새 캐릭터가 입은 장비가 마치 내복처럼 보여 ‘내복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결국 긴 싸움 끝에 연합군은 내복단의 도움에 힘입어 DK를 몰아내고 모든 성을 되찾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에게 당선을 내준 김대중, 김영삼 후보처럼 성을 차지하게 된 연합군의 혈맹들은 실질적인 이득을 챙기기 시작하자 균열됐고, 결국 혈맹을 재정비한 DK에게 다시 성을 빼앗기게 된다.

■ 데칼코마니 같은 게임과 현실의 두 역사

내복단은 인간 장벽을 쌓아 DK의 진군을 막았다

독재에 반발한 민중들이 뭉쳐 민주화를 이룩해 내지만 내부 균열을 겪어 다시금 군부에게 정권을 허용했던 6월 항쟁과 13대 대통령 선거.

타 서버 유저까지 합세해 과도한 세율 이득을 챙기고 힘으로 유저들을 억압했던 DK를 몰아냈지만 내부 균열로 인해 다시 성을 내줘야 했던 바츠 해방 전쟁의 결말.

이 둘은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서로 닮아있고, 형태는 다소 다르지만 우리는 비슷한 사건을 최근 겪었다. 헌정 사상 최대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촛불집회다.

바츠 해방 전쟁을 단순한 게임속 사건 사고가 아닌 하나의 역사로 볼 필요가 있다. 게임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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