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공포와 느끼는 공포는 다른가?, 결국 어떤 식의 접근이 공포 강도 결정

[게임플]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감정은 공포이며,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공포는 인간의 여러 감정들 중 하나지만 그 감정 중 가장 역사가 깊고 가장 강력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뭔가를 두려워하며 꺼리고 거부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공포를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크다. 모 방송 프로그램의 연예인처럼 생선의 눈을 보기만 해도 기겁을 하던가, 반면 회사 동료는 고어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 적당한 수준의 공포를 시원하게 즐기는 사람들도 꽤 많은 편. 

2009 전설의 고향(출처:KBS)

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을 무섭긴 하지만 이불 뒤집어쓰고 살짝 살짝 본 기억이 한 두번 쯤은 있을 것이다. 공포와 호기심의 동시발현이랄까. 이런 공포를 조장하는 장르, 호러(Horror) 콘텐츠를 살펴본다.

■ '갑툭튀' 연출로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영화 플랫폼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호러 콘텐츠는 영화다. 호러장르는 관객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공포심을 건드려 두려움 및 짜릿한 그 무언가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포영화 한 편씩은 봤을 정도로 여름철 호러영화에 대한 인기는 상당한 편. 

귀신, 살인마, 좀비, 괴물 혹은 질병,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비롯해 얼마 전 새로운 컨셉의 공포영화로 이슈가 됐던 '겟아웃'처럼 등장인물들의 내면 및 집단 심리, 그리고 상호갈등이 불러일으키는 심리적인 공포까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는 아주 다양하다.

곡성(2016), 주온파이널(2015)

이런 호러영화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 등과 함께 극장에 가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액션이나 SF, 로코, 드라마 등 타 장르에 비해 호러 장르는 혼자 보는 경우가 드문 편. 혼자 보면 더 무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만 뭐 다른 이유도 있을 거다.

처음에는 호러영화도 공포감이 상당했다. 비록 주인공이나 등장인물과는 좀 떨어진 3인칭 관찰자적 시점에서 공포감을 주는 존재를 마주하게 됐지만 그 정도로도 오금이 저리고 손에 힘이 꽉 들어갈 정도로 공포심을 주기에는 충분했던 것.

시대가 바뀌면서 호러영화가 보여주는 시점도 점차 변해갔다. 관찰자의 측면에서 느낄 수 있었던 공포감은 나와 주인공이 동일시되는 1인칭 시점 연출이 대세가 돼면서 더 커져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신선한 공포를 선사하던 살인마나 악령 소재의 영화가 점차 사라지고 핸드헬드나 페이크 다큐 스타일의 영화가 주목 받게 된 이유다. 바뀐 이유는 뚜렸하다. 더 큰 공포심을 줄 수 있었기 때문.

90년대 공포영화의 흐름이었던 스크림(Scream,1996)

안타깝지만 호러영화가 보여주는 공포는 이제 익숙해질 정도로 연출적인 부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호러영화는 최근 하락세를 타고 있는 상황.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갑툭튀'하는 귀신이나 살인마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미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똑똑해졌다는 것이 문제다.

호러 장르의 특성 상 관객들에게 익숙해지지 않도록 새로운 개념의 공포심을 계속 넣어줘야 하는데 영화라는 플랫폼의 특성 상 이 부분이 실패하면서 타 장르보다 '식상함'이 주는 타격이 큰 것이다.

■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극한의 '공포' 쾌감

호러 게임, 즉 공포게임은 사용자에게 공포감을 주면서 재미를 주는 게임이다. 대체로 공포게임들은 어두운 공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등 뒤로 불상의 물체를 만나면서 묘한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보통 집이나 병원, 학교 등 일상과 관련된 곳을 무대로 괴기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주인공과 내가 동일시되며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게임은 영화와는 달리 플레이 시점을 바꿀 수 있게 된 경우가 많다. 주인공의 몸이 모두 보이는 3인칭 시점으로도, 캐릭터의 손이나 발만 볼 수 있는 1인칭 시점까지 변경이 가능하다. 단,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인칭 시점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상당히 크다(출처:바이오하하자드스크린샷)

호러게임의 목표는 하나다. 바로 '살아 남는 것'.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 귀신, 살인마, 좀비, 유령 등을 쉴새없이 보내준다. 플레이어는 이런 것들을 피하거나 없애는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대표적인 게임은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다. 부도덕한 거대 기업 '엄브렐러'가 개발하던 바이러스 병기가 유출되면서 사람은 물론 모든 생물들이 감염이 되는데 이것들을 파괴하고 탈출하는 것이 게임의 내용이다.

시리즈 초기에는 3인칭 시점으로 캐릭터를 움직였는데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1인칭 시점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게 됐다. 당시 1인칭 호러 게임장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었는데 시스템 쇼크, 화이트데이, SOMA나 아웃라스트 등 다양한 게임들이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한 바이오하자드7 레지던트 이블은 PS4 VR로 선보였는데 플레이한 유저들의 평가만 봐도 무서울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한 수준이라는 것. 왠만한 공포영화는 무섭지도 않게 보는 호러게임마니아들도 VR이 제공하는 가상현실 공포감에 대해서는 '정말 무섭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VR 바이오하자드7을 플레이 해본 한 호러마니아는 "시작한 지 30분도 안돼서 VR을 벗어버리고 말았다"며 "결국 엔딩은 VR을 벗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당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호러게임은 게임기술 발전에 따라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VR이 도입되면서 리얼 4D 기술은 극강의 공포감을 선사해 줄 최적의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 1인칭 시점으로서의 연출력이 극대화 될 수 있는 기기가 바로 VR이기 때문이다.

최근 PSVR이나 오큘러스리프트 등 고사양 고기능 VR기기들의 출시와 더불어 VR호러게임들이 기존의 공포게임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놓고 있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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