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로 불린 양사의 대결, 결국 강력한 창이 방패를 무기력하게 만들다

"창과 방패의 대결, 창이 뚫지 못하는 방패는 없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시즌에서 엘 클라시코의 LOL 버전인 SKT텔레콤과 KT롤스터의 대결에서 SKT T1이 승전보를 올렸다.

27일 벌어진 LCK에서는 통신사 더비이자 스프링 시즌부터 라이벌 구도로 떠오른 SKT와 KT 양 팀간 대결이 주목 받았다. KT가 스프링 시즌 중 SKT에게 당한 2패와 결승전의 패배를 설욕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1세트를 내준 이후 집중력이 강해진 SKT는 KT를 2:1로 누르며 승리했다. KT의 설욕은 아쉽게도 다음으로 연기됐다.

■ '방패' 든 SKT 승리로 끝난 대결

KT는 1세트를 승리했지만 2,3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사진 출처: OGN)

창과 방패의 이번 대결은 방패의 승리로 끝났다. 2016시즌을 마치며 대대적인 로스터 개편을 통해 ‘타도 SKT’를 외치며 새로 뭉친 KT는 이번에도 방패를 뚫지 못했다.

경기 양상 자체는 스프링 시즌과 비슷했다. 1세트부터 3세트까지 매 경기가 그러했다. 시작은 탑 라인이었다. 탑과 정글러 픽을 소규모 교전에 강한 챔피언으로 고르면서 집요하게 정글러 ‘스코어’는 집요하게 SKT의 탑을 공략했다.

SKT 역시 그런 KT의 노림수를 예상하지 못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SKT 정글러 ‘피넛’의 움직임은 둔해졌다. 상체 쪽에서 얻은 이득을 바탕으로 KT는 전 라인에서 이득을 취하기 시작했고 SKT를 매섭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SKT는 불리한 상황에서 노력했지만 ‘SKT식 방패 플레이’에 탑라이너 ‘듀크’와 ‘피넛’은 다소 맞지 않는 듯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SKT의 방패 플레이는 절대적으로 후반 지향형 플레이다. LOL은 초반에 아무리 이득을 많이 챙기더라도 후반에 한타 한번 패배하면 초반에 얻은 이득이 전부 무산되기 때문이다.

매년 LOL의 메타가 바뀌어도 SKT 전매특허인 방패 플레이는 게임이 후반으로 치닫기 시작하면 항상 효과적이었다. 마치 기계가 플레이하는 듯한 SKT의 무서울 정도로 높은 한타 집중력과 실수 없는 깔끔한 플레이는 불리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초반부터 몰아치는 플레이로 스노우볼을 끝까지 굴리는 KT 앞에서 SKT는 이번에도 방패 플레이를 앞세웠다. 공격력이 높은 KT 앞에서 어설프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다간 돌이킬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내줄건 내주되, 높은 한타 집중력과 오래 호흡은 맞춘 팀플레이로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플레이가 KT를 상대하는 SKT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런 SKT의 플레이는 오랫동안 왕좌에 군림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SKT만 가능한 플레이처럼 보인다.

■ '무뎌진 창'···집중력 부족했던 KT

3세트 분수령이 된 '페이커'의 솔로킬 (사진 출처: OGN)

만화 ‘슬램덩크’ 중 북산과 산왕의 경기에서 산왕은 점수차가 큰 여유로운 상황에서 북산을 상대로 체력 소모가 큰 ‘풀코트 프레스’ 수비를 한다. 풀코트 프레스는 고된 체력 단련을 견뎌낸 팀만이 할 수 있는 수비다.

이번 SKT의 플레이는 산왕의 풀코트 프레스 수비를 떠올리게 했다. SKT 원거리 딜러인 ‘뱅’선수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실수를 줄이기위해 엄청난 연습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KT는 작년에 새로 만들어진 팀이다. 2016시즌을 호령했던 구 락스 타이거즈의 ‘스멥’과 2014년 삼성 왕조 멤버였던 ‘폰’, ‘데프트’, ‘마타’와 구 KT 구심점인 ‘스코어’까지 멤버는 완벽해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 세계 최고 리그로 손꼽히는 LCK 왕좌에 군림한 SKT의 경기력 앞에서 KT는 개인 기량이 아닌 팀적인 기량에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새 멤버로 시작한지 이제 6개월이 된 팀과 3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팀과는 분명 차이가 있고, KT가 SKT를 상대로 5대5 한타를 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 차이는 나타났다. 초반 이득을 바탕으로 하는 플레이가 후반에 KT 예상보다 효과적이지 않자 선수들은 급해졌고, 실수를 연발했다. SKT는 KT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고 차근차근 게임 흐름을 자신들 것으로 가져온다. KT가 패배한 2,3세트 모두 비슷한 패턴이었다.

KT로서는 좀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KT는 스프링 시즌 SKT와 2연전과 비슷한 패턴으로 이번에도 패배했다. SKT를 상대로 찌르는 플레이만이 승리의 길이라고 믿는다면 KT는 창을 좀 더 날카롭게 다듬고 냉철한 플레이로 실수를 없애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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