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깬 복병,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대작.. 4인 협력은 새로운 재미를 준다

지난 달 오픈 베타 진행 시 ‘고스트리콘: 와일드 랜드’(이하 와일드 랜드)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린 작품 치고는 실망적인 모습이었다. 그 동안 트레일러로 공개됐던 플레이와 사뭇 거리가 먼 밋밋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장점도 있었지만 영상 자체만 생각해보면 와일드 랜드는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흔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과 비교해도 와일드 랜드는 큰 장점보다는 적당히 재미있는 수준 자체가 아닌가 싶었다.

볼리비아를 독립.. 아니 카르텔을 파괴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래서 3월8일 출시된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쏟아진 2월의 대작들에 묻힐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픈 베타는 말 그대로 데모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정식 출시된 와일드 랜드는 기자가 생각하는 이상의 게임이 담겼다.

이 게임은 가상의 세계 ‘볼리비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전 ‘킹슬레이어’에 참여한 특수부대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코카인’ 생산국이 돼 버린 이 곳은 각종 부패와 비리로 얼룩져 있으며, 폭력과 억압을 통한 값싼 노동으로 국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유저는 이 작전에 참여한 고스트 중 한 명이 돼 코카인 생산에 참여하는 수 많은 보스들을 제거하고 ‘보스 중의 보스’ 엘 수에뇨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는 볼리비아 최대의 마약 그룹 ‘산타 블랑카’의 수장이기도 하다.

이놈들을 전부 다 잡으면 볼리비아에 평화가.. 코카인이니 전 세계 평화가!

볼리비아는 3개의 세력으로 나눠져 있다. 나라를 장악한 산타 블랑카 카르텔과 그에 대항하는 저항군, 그리고 사실상 카르텔을 묵인하고 있는 치안 유지 용병 우니다드 등이다. 이 중 저항군은 우니다드와 카르텔에 눌려 사실상 패배 직전에 놓여 있다.

게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게임은 볼리비아에 파견된 특수요원들이 현지의 저항군 및 관계자를 만나 산타 블랑카 조직을 파헤치고 그 곳의 간부와 최종 대장을 찾아 제거하게 된다. 그러면서 저항군의 세력을 키워 카르텔과 우니다드에 대항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게임은 전형적인 FPS, TPS 게임과 액션 어드벤처를 혼합한 느낌을 준다. 기본적으로는 유비소프트의 ‘파 크라이’ 시리즈와 흡사하다. 오픈된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하고 그로 획득한 단서를 활용해 곳곳의 간부들을 납치, 제거하면 된다.

제가 안그랬습니다. 저쪽 훈련병이 운전을 잘못 한거라구요.

이 과정은 상당히 재미있다. 최근 유비소프트의 게임들의 단면을 보면 의외로 꼼꼼한 이야기와 탄탄한 설정을 자랑하는데 와일드 랜드는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 임무 내내 볼리비아가 어떻게 돌아가고 왜 이렇게 부패할 수 있었는지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자유도를 상당히 높여 놓았다는 점이다. 대 부분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은 특정 공간까지 가기 위해서는 해당 임무를 수행하거나 어떤 요소 이상을 요구하는데 이 게임은 그렇지 않아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시작하자마자 거대한 볼리비아를 마음껏 다닐 수 있다는 것. 물론 지역마다 난이도가 있고 특정 지역은 적대감이 높아 괜히 잘못 들어갔다고 집중포화 받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온라인이 아니라면 난이도 별로 임무를 완수하며 자신을 성장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정도면 볼리비아 정부 추천 관광 게임.

성장 요소는 의외로 재미있다. 아이템 파밍에 맞춰져 있던 더 디비전과 달리 능력치의 성장과 새로운 기술의 추가 등이 적절히 섞여 성장 시 강해지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총 6개로 나눠지는 성장 시스템은 레벨에 따라 열리는 식으로 돼 있다.

각각 스킬을 획득, 강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스킬 포인트와 부수적인 아이템이 필요한데 이는 부가적 임무를 하거나 게임 내 곳곳에 있는 보급품을 획득하면 된다. 이중 저항군 지원은 관련 임무를 완수해야만 성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한된다.

스킬 성장에 따른 다양한 전술 변화가 재미를 준다.

스킬들은 단순 획득을 넘어 최고 수준까지 성장 시킬 수 있고 그에 따라 ‘에픽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 에픽 스킬은 특정 직업군으로 캐릭터를 최종 진화 시키는 요소다. 직업 자체보단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직업군이 달라진다고 봐야 하지만 에픽 스킬로 얻을 수 있는 버프는 상당하다.

무기 역시 성장할 수 있다. 아이템 파밍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조가 가능한 아이템과 그렇지 않은 아이템으로 나눠져 있다. 개조 부품들이나 고정형 무기는 마을이나 도심 등에서 획득할 수 있고, 고급 간부를 잡아 정보를 캐낼 경우 좀 더 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개조 기능 자체는 상당히 진보돼 있다. 정말 총기 구석구석까지 개조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다양한 성능의 변화를 체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밀리터리 마니아들에게는 정말 즐거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지금 잡으러 갑니다!

핵심 임무, 즉 게임성은 즐겁다. 거대한 도심을 공략하기 위해 4명의 유저가 몰려가 난전을 펼치는 과정은 시원한 액션 영화를 한 편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야간에 펼쳐지는 잠입은 긴장감을 극대화 시켜준다. 잘 맞는 유저들과 함께 하면 혼자 할 때 보다 몇 배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난전의 백미인 공중 침투는 협력일 때 극대화가 된다. 특히 높은 곳에서 아래로 쏘는 상황 자체가 유리하기 때문에 높은 곳이나 전망대 같은 곳을 공략한 후 유탄 발사기나 C4, 그리고 저항군 폭격 등으로 기선 제압하는 과정은 기대보다 훨씬 큰 재미를 준다.

받아라! 이것이 저항군의 폭격이다!

잠입 역시 마찬가지다. 각각 다른 방향에서 드론이나 망원경으로 정찰을 한 후 하나 하나 적병을 지워 나가며 목표로 가는 과정은 타 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재미를 준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으며, 이를 위한 전용 스킬도 다수 준비돼 있어 운용의 폭이 넓다.

그러나 이는 온라인 협력에서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싱글 플레이는 이런 재미를 찾기가 어렵다. 무적에 가까운 동시 사격 기술부터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인공지능 캐릭터가 전장을 마구 뒤집고 다니지만 적군 아무도 보지 못하는 상황 등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명 한 명 잡으면서 조금씩 카르텔을 압박하자!

또한 인공지능 캐릭터가 있지만 유저에게만 집중 되는 적군의 사격은 어이가 없는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보급차량 추격 중 차량 파손으로 차에 내리면 십중팔구 유저만 죽는다. 다른 인공지능 캐릭터들은 여유 있게 살아 남아 총알이 날아오는 상황에서 유저를 살린다.

그리고 온라인 협력 기반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싱글 플레이 시 아군의 명령 시스템이 매우 빈약하다.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와 같은 꼼꼼한 것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개별적 명령 입력 불가능부터 전진, 후퇴, 잠입, 저격 포인트 위치 잡기 등 전술적 요소 등이 없다.

설마 이게 전부 입니까?!

마지막 그래픽은 좋다. 최적화가 잘 돼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내내 ‘볼리비아 편 관광’을 하는 기분을 준다. 항공기를 타고 맵 여기 저기를 날아다니고 다양한 탑승 장비를 활용해 관광(?)을 하다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특히 시간 대 별 변화와 날씨 등에 따라 지형이 반응하는 모습은 최고 수준이다. 물론 PS4와 Xbox ONE에서는 다소 한계가 있다. 만약 성능에 자신 있다면 PC 버전을 추천하고 싶다. 정말 대단한 그래픽을 경험하게 해준다. 콘솔도 충분히 매력적이니 걱정은 하지 말자.

비가와도 눈이 와도 오늘도 달리는 고스트 부대!

마지막으로 꾸미기 기능은 더 디비전보다 훨씬 좋다. 정말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캐릭터 자체가 엄청 미남, 미녀는 아니지만 개성을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없으며, 다양한 기능을 조합해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낼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와일드 랜드는 정말 20~30시간은 환상적으로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성장 요소도 즐겁고 개조해 특정 무기를 극대화 시키는 과정도 재미있다. 멋진 유저들과 함께 거대한 작전을 성공 시킬 때의 성취감도 좋다. 

이렇게 날아 다니면.. 너무 좋은게 아니라 '미사일'의 표적이 된다.

하지만 임무가 실패했을 때 처음부터 다시 하는 상황의 반복이거나 인공지능의 어색함, 그리고 부가 임무들의 지루함은 어쩔 수가 없다. 파밍이라는 큰 목표가 없기 때문에 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한 두 개의 무기만 사용하게 된다.

초반에는 다소 무리한 작전을 감행하면서 무리수를 두지만 뒤로 갈수록 ‘정공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높은 몰입감이 선사하는 초, 중반 재미는 좋지만 주요 스토리 임무를 완수한 후에 남은 임무는 큰 매력을 느끼긴 어렵다.

릿X 레이서가 아닙니다.

그래도 와일드 랜드는 한 번 잡으면 20~30시간은 확실하게 책임지는 작품이다. 완전히 차별화된 게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게임도 절대 아니다. 밀리터리를 선호하고 온라인 협력을 즐기는 유저라면 꼭 한 번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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