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연출과 다양한 편의성, 성장 방식에 대해선 호불호.. 그래도 재미있다

턴제 방식의 일본 RPG와 전략성을 가진 시뮬레이션 장르가 결합된 일명 SRPG는 80~90년초 당시 플랫폼의 한계를 최대한 활용한 스타일로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용자물을 비롯해 다양한 애니메이션 및 만화에서 등장한 로봇들이 연합해 싸운다는 일종의 드림 매치 스타일의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역시 이런 분위기에 맞춰 탄생했다.

그 시리즈가 벌써 26년째가 됐다. 작년 25주년을 기념해 2개의 작품이 공개됐다. 선행 출시된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와 이번에 리뷰에서 다룰 ‘슈퍼로봇대전V’가 그것이다. 둘 작품 모두 시리즈 첫 자막 한글화로 국내 정식 출시됐다.

참전 작품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매력만큼은 그대로인 슈퍼로봇대전V

이중에서도 슈퍼로봇대전V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됐다. 첫 정식 넘버링 시리즈의 현지화라는 점과 기존 시리즈가 가진 전통성을 과감히 탈피한 시도들이 다수 더해졌기 때문이다. PS4로 나온 첫 정식 넘버링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전 인류가 통일정치체제에 들어간 이후 지적 생명체 ‘가밀라스’의 침략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유성 폭탄에 의해 지구의 바다는 말라버리고 대기의 오염으로 지구가 멸망까지 1년의 시간만을 남기고 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치토세.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여성 캐릭터다.

지하 벙커로 피신한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은 희망을 찾기 위한 시도에 들어간다. 게임은 지구의 수명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기나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사투를 오리지널 이야기로 구성했다.

기존 작품들이 여러 작품을 옴니버스 식으로 혼합해 작품의 주적과 대립하는 내용을 주로 다뤄왔다면 이번 작품은 완전히 새로운 가상의 이야기로 색다른 전개를 보인다. 참전하는 다수의 작품은 자신들의 세계나 이야기보단 새로운 이야기에 맞춰 활약하게 된다.

여전히 연출은 최고 수준이다.

총 50화, 그리고 추가 시나리오를 통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부터 대립하는 존재에 대한 비밀을 파헤쳐 간다. 처음엔 다소 복잡한 형태와 기존 방식과 달라진 느낌 때문에 어색하게 느껴졌으나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괜찮은 시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세계관과 이야기를 오고 가며 ‘순회관람’ 하듯 이어지는 기존 시리즈들과 달리 하나의 목적과 세계를 놓고 주요 세계관들을 재해석한 색다른 구성을 결합해 빠져 들기 충분한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놓은 것 같다. 쉽게 평가하면 상당히 뛰어난 크로스 오버가 아닌가 싶다.

반가운 인물 중 한명! 컷인 연출은 흥미진진하다.

연출은 독보적이다. SPRG 장르 중에서도 전투 장면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게임이 몇이나 있을까. 이 게임은 그런 부분에서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사소한 공격이나 로봇 기체의 시그니처 공격 등의 장면 등은 정말 멋지게 표현돼 있다.

특히 2D와 3D 랜더링 방식이 혼합된 연출 방식을 사용해 원작의 느낌을 거의 100% 구현했으며 오리지널 기체들의 연출도 최고 수준으로 구성, 보는 재미를 극대화 시켰다. 물론 일부 장면은 기존 작품과 너무 흡사해 아쉽긴 하지만 최고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PS4 버전은 화면 가득 펼쳐지는 화려한 연출로 눈을 사로 잡는다.

다소 단점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작품마다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우주전함 야마토 2199’에 대한 편애는 심한 편이다. 심지어 로봇도 아닌데 게임 내 등장한 거의 모든 기체보다 압도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그에 비해 에반게리온이나 섬광의 하사웨이는 변화도 없고 단순한 수준이다.

물론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서 신규 기체 등장 시 해당 기체를 띄워주는 편애와 연출은 전통과 같은 것이지만 야마토는 그 부분을 뛰어넘을 정도다. 오죽하면 일본에서는 ‘슈퍼 야마토 대전V’라고 게임을 부를 정도다.

그래도 이 기체에 쏠린 편애는 조금 이해 하기 어려웠다.

이 부분이 단점으로 지적되는 이유는 이 게임 내 등장하는 판권 작품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다수의 작품들마다 팬 층이 다르다 보니 자신이 동경하고 좋아하는 작품이 특정 작품보다 수준이 떨어져 보일 경우 게임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할 확률이 높아진다.

슈퍼로봇대전V에서는 초반 야마토에 쏠린 비중을 후반 다양한 작품으로 나눠 주면서 이런 논란을 최소화 하려는 느낌을 주지만 그래도 연출 면에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편애는 불편한 시각으로 볼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는 우리나라 유저의 시각에서 더 심할 수도 있다)

무슨 연출 신이 2분 이상이 된다. 다른 기체도 조금 더 신경 써줬다면 어땠을까.

게임성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눠지는 평가가 나올 것 같다. 입문자들에게는 너무 좋은 쉬운 난이도와 충분한 편의 시스템, 그리고 정신 커맨드의 사용 빈도 증가를 통한 효과적인 공략 등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니아들에겐 정식 넘버링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낮은 난이도로 인한 전략 요소 하락과 긴장감을 살리지 못한 레벨 디자인, 그리고 시스템 밸런스가 1, 2개의 기체 성장에 유리하게 돼 있어 진 엔딩을 노리는 유저들 입장에서는 불가피 하게 2회차 이상을 시도해야 한다.

정신 스킬은 공격 중, 반격 도중, 공격 전 언제든지 가능하다.

아마 이번 작품은 전 시리즈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낮은 난이도를 자랑할지도 모른다. 운동성과 무기 랭커, 그리고 EN을 높여놓은 상태에서 스킬을 다수 배치한 에이스 기체 하나를 적진에 던져놓으면 에너지가 바닥을 낼 때까지 정말 거의 모든 기체를 ‘박살’ 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보스 기체가 여전히 긴장감을 주지만 반격 상태에서도 정신 스킬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추가 난이도 역시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초보에겐 좋지만 고수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성장 부분은 한, 두 개의 기체를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에 최적화 돼 있다.

성장 및 기타 편의 시스템은 편해졌다. 언제든지 캐릭터의 프로필이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과 주요 단어 등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한다. 초보를 위한 비기너즈 모드와 게임 진행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가이던스 모드 등도 지원해 입문자를 배려하고 있다.

스킬 트리 방식은 스킬 구입 후 자신이 필요로 하는 파일럿에게 주는 형태로 제공된다. 처음엔 왠지 어색했지만 특정 캐릭터를 극대화 시켜 성장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어떤 기체나 파일럿도 에이스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평행 세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두 남자의 만남!

시스템 자체가 ‘다회차’ 플레이를 요구하는 느낌이 든다. 실제 진 엔딩도 조건 상은 1회차에도 가능하지만 지옥에 가까운 난이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2회차 정도면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다. 일부 아이템은 3~4회차 이상이 아니면 얻지 못하는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커스텀 BGM 기능은 정말 잘 만든 요소가 아닐 수 없다. USB에 SRWMUSIC 폴더를 만든 후 자신이 넣고 싶은 MP3를 넣어 PS4에 연결하면 된다. 이후 MP3를 PS4로 복사한 후 메뉴에서 해당 음악을 찾아 설정하면 된다. 한 번 설정해 두면 변경 전까지는 계속 쓸 수 있다.

주인공 기체는 역대급 연출을 가지고 있다. 키우는 재미가 있는 기체 중 하나.

한글판에만 있는 단점도 있다. 일부 번역 오류가 그것이다. 오역으로 보기 보단 아마 과정 상에서 뭔가 꼬인 듯한 문제로 생각된다. 일부 단어의 실수가 아닌 아예 문장이 다른 경우가 다수 보이기 때문이다. 대략 5개 정도는 숫자부터 내용이 안 맞게 번역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 외적인 부분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다. 오랜 시기가 지나 나온 정식 넘버링 시리즈답게 만족스러운 게임성을 보여준다고 판단된다. 25주년 기념작 중 하나였던 문 드웰러즈에서 난이도나 재미를 많이 느끼지 못한 분이라면 슈퍼로봇대전V는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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