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 시리즈, 내년 신작 출시 예정으로 눈길

기자가 본격적으로 게임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 시점은 1988년쯤이다. 당시 ‘오락실’로 불리던 아케이드 센터는 명작들로 가득했었고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다양한 게임들의 유혹은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중에서도 잊지 못할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쌍용’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테크노스 저팬의 액션 게임 ‘더블 드래곤’(쌍절룡)이다. 당시에는 동생과 함께 정말 매일 즐겼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볼까 한다.

그림만 봐도 왠지 '훕' '훕'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테크노스 저팬은 우리에게 더블 드래곤 시리즈와 열혈 시리즈로 잘 알려진 회사다. 최근 리메이크 작품들을 다수 선보이면서 다시 살짝 언급되고 있지만 이 회사는 1995년 12월 부도가 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테크노스 저팬의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밀리언’이라는 회사에서 판권들을 흡수해 2001년 게임보이 어드밴스용 ‘폭렬 돗지볼 어드벤스’ 게임을 선보였으나 반응은 미약했다. 결국 밀리언도 버티지 못하고 해당 판권의 판매에 들어갔고 이걸 아크시스템웍스가 최종 확보하게 됐다.

섀도우 포스 게임 속에는 전광판으로 쿠니오가 등장한다.

최근에 나온 리메이크, 리마스터 버전들은 전부 아크시스템웍스를 통해 개발돼 나오고 있다. 참고로 도산 당시에 테크노스 저팬 사장이 야쿠자에게 큰 빚을 지고 드럼통 속에 시멘트와 함께 들어가 깊은 바다 속에 버려졌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잊지 못할 1995년이 오기 전 테크노스 저팬은 나름 선전하는 게임 업체였다. 1983년 스크램블 에그라는 게임을 시작으로 1984년 도미 게임과 스크램블의 발전형 게임 ‘미스테리우스 스톤 등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 게임도 테크노스 저팬에서 만들었다.

이후 열혈 시리즈로 패미콤을 장악하고 아케이드 센터용 더블 드래곤 시리즈를 1987년 선보이며 해외에서도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 외에도 컴뱃 트라이브즈, 섀도우 포스, 서유항마록, 빅 프로레슬링, 익사이팅 아워, WWF 슈퍼스타즈, WWF 레슬패스트 등 주옥 같은 게임들을 선보였다.

이중 더블 드래곤은 그야말로 ‘초대박’ 작품이었다. 내수보다 오히려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이후에 나온 다양한 액션 게임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게임으로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더블 드래곤의 시작은 열혈 경파였다.

당시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은 말 그대로 좌 또는 우로 이동하는 단순한 형태가 많았지만 이 게임은 특정 지역 부분에서는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등의 벨트스크롤 방식을 채택, 게임의 몰입감을 극대화 시키고 액션성을 강조했다.

또한 버튼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고 손, 발, 잡기, 날라차기, 머리 박치기 등 12여개의 기술은 기존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과 차별성을 보여주며 독보적인 더블 드래곤만의 재미 요소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는 저 머리 잡고 니킥 날리는 기술이 제일 좋았다.

특히 전설의 ‘팔꿈치’ 공격은 92년 스트리트 파이터2가 출시되기 전까지 당시 꼬마들의 유행어와 같았다. 동네에서 이걸 따라하면서 노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기자도 포함됐다.

이 게임의 매력은 다양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 부분을 강조했다는 점과 다양한 테마를 가진 스테이지가 존재했다는 점, 각종 무기를 사용해 싸울 수 있었던 점 등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의 느낌을 살린 요소들은 큰 화제였다. 당시 개발진들은 이소룡의 빅 팬이었다. 그래서 게임 이곳저곳에 그의 흔적들이 실려 있다. 이야기 자체는 ‘용쟁호투’와 흡사했고 포스터 역시 이소룡의 작품들을 모티브로 비슷하게 구성됐다.

남자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지 않는가?

주인공인 빌리 리 이름은 영화 ‘사망유희’의 주인공인 ‘빌리 로’에서 따왔다. 게임 내 등장하는 무술인 쌍절권은 이소룡이 창시한 ‘절권도’를 모티브로 만들어졌고 게임 내 적 캐릭터들 대부분도 사망유희 작품에서 나온 캐릭터들을 따라 했다.

그 중 근육질의 장신 흑인 캐릭터는 사망유희의 ‘카림 압둘 자바’를 연상케 한다. 게임 내 채찍을 든 여성 캐릭터는 린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이는 이소룡의 아내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들을 찾아보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정말 이소룡을 사랑했던 것 같다.

이정도면 지옥에서 온 팔꿈치가 아닐까 싶다.

게임은 주인공 빌리의 연인인 ‘마리안’이 블랙 워리어즈 일당에게 납치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때 살짝 보이는 속옷은 당시 많은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지금 보면 “뭘 저런 연출을 굳이 넣었을까.. 역시 일본인가?” 싶지만 그땐 놀랍고 신선했다.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특별한 연출이 나오지는 않지만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숲을 지나고 독특한 유적지 같은 곳까지 가는 등 지역의 변화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이 부분도 상당히 당시에는 신선한 시도였다.

동생의 뒷통수를 후려친 지미의 배신.. 마리안 너마저!

최종 보스와 대결한 후 엔딩은 큰 화제가 됐다. 2인 플레이로 게임 엔딩을 보면 마리안을 두고 빌리와 지미가 싸우는 설정이었는데 꽤나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마리안은 빌리의 연인이다. 지미가 구출을 도운 후 동생의 연인을 빼앗겠다고 싸움을 건 것이다.

물론 사이 좋게 아래 쪽의 가시 함정으로 빠지는 해피 엔딩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치열하게 싸워서 연인을 차지하는 재미도 뛰어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미도 문제지만 그걸 받아주는 마리안도 큰 문제인 것 같다.

결국 최후를 맞이한 마리안.. (네오지오 더블 드래곤에서 되살아난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1988년 출시된 후속작 더블 드래곤2에서는 마리안이 게임 시작과 동시에 블랙 워리어즈의 보스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다.

1편의 고무적인 성과를 달성한 개발자들은 2편에 더 많은 힘을 쏟는다. 단순 버전업 형태의 게임 개발이 아닌 완전히 달라진 게임성을 선보였던 것이다. 방향에 따라 버튼의 역할이 달라지고 ‘용미람풍각’ 등의 필살기도 다수 추가 됐다.

그러나 너무 많은 변화로 인해 전작의 팬들이 다수 떨어져 나가는 사태가 생겼다. 게임 자체도 상당히 어려워져 예전의 팔꿈치 공격 만으로는 이길 수 없게 됐다. 기자도 이 게임은 한 두 번 즐긴 후에 포기해버렸다.

2편하면 역시 BGM 쌍룡의 외침이다!

그나마 2편의 숨은 매력을 찾는다고 하면 역시 BGM이다. 테크노스 저팬의 역대급 BGM 중 하나로 손꼽히는 최종결전 BGM ‘쌍룡의 외침’은 지금도 회자가 될 정도로 명곡이다. 일단 들어보면 왠지 투지가 불타 오르는 그런 느낌이다. 높은 인기로 1편의 리메이크 작품인 ‘더블 드래곤 어드벤스’에도 수록된다.

이 곡의 인기는 게임보다 더 뛰어나다. 유튜브나 동영상 사이트에 ‘Double Dragon 2 - Final Boss Theme’로 검색하면 이와 관련된 수많은 커버 곡들을 만날 수 있다. 원곡도 좋지만 커버 곡들 중에서는 정말 대단할 정도로 멋진 음악들이 많으니 기회가 되면 꼭 들어보자.

이후 더블 드래곤 시리즈는 다른 개발사에서 맡게 된다. 아마 2편의 실패에 대한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 작품의 제작사는 이스트 테크놀러지다. 그래서 전작과는 완전히 달라진 게임성을 보여준다. 밸트스크롤 방식보다는 횡 스크롤 고전 게임과 더 흡사해졌다.

어떤 의미로는 전설의 시작..

이야기도 전작과 관련이 없다. 빌리와 지미가 등장하지만 쌍절권 마스터에서 트레저 헌터로 전향, ‘로제타 석’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탐험한다는 내용이다. 인물에도 소니라는 캐릭터가 추가돼 최대 3인이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3편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이는 추가 과금 시스템 때문이었다. 게임 내 등장하는 아이템과 캐릭터들은 모두 실제 돈을 주고 사야 했다. 특히 무기는 난감한 부분이었다. 그 스테이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사라졌다.

내수용은 다르다!!

이 문제에 대해 개발사 역시 심각하게 생각했는지 일본판은 이를 다 제외한 형태로 나온다. 캐릭터도 초기에 선택이 가능했고 무기 등은 전투 중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발사는 이미 북미 내에서 큰 실패를 맛본 상태여서 시리즈의 존폐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후 시리즈는 아케이드 버전에서 벗어나 가정용 게임기 위주로 명맥을 이어나간다. 1992년 슈퍼패미콤으로 나온 ‘리턴 오브 더블 드래곤’과 1995년 네오지오로 나온 ‘더블 드래곤’ 등이 그것이다. 이중 1995년 작품은 무려 격투 게임이며 완전히 달라진 세계관을 자랑했다.

되살아난 그녀의 니킥!

이후 테크노스 저팬의 부도로 사실상 시리즈는 막을 내린다. 이후에 2004년 더블 드래곤 어드벤스나 2012년 더블 드래곤 네온 등이 나왔지만 너무 달라진 느낌 때문에 원작을 기다렸던 팬들 입장에서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중 2013년 바른손게임즈가 개발했던 더블 드래곤2 리메이크 작품은 시리즈 최악의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날아가버렸다. 당시 유저들의 평가는 10점 만점 기준으로 1.5점 수준. 개발 기간도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쏟아진 혹평은 안타까울 정도였다.

아아.. 시리즈 최악의 게임에 선정된 한국판 더블 드래곤2

이렇게 명맥이 완전히 끊어질 줄 알았지만 최근 아크시스템웍스에서 후속작 출시를 공식으로 발표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그것도 무려 자막 한글화돼 국내 정식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상태다.

시리즈 30주년을 맞이해 공개된 ‘더블 드래곤4’는 PS4와 PC용으로 내년 초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개발진도 화려하다. 원작의 개발자였던 키시모토 요시히사가 기획자로, 오가타 코지가 디자이너, 야마네 카즈나카가 작곡가로 참여해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원작으로 복귀다! 정식 넘버링 시리즈의 화려한 등장!

그래픽은 패미컴 기준의 도트이지만 액션성이나 기술 등은 원작보다 더욱 다양해졌다. 특히 열혈 시리즈 리부트로 특유의 감각을 극대화 시킨 아크시스템웍스의 경험이 더해졌다는 점에서 큰 기대가 된다. 팬이라면 놓치지 말자.

2017년 다시 돌아올 더블 드래곤의 추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의 완성형이자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받은 더블 드래곤 시리즈는 하나의 장르를 정착화 시켰으며 후배 게임들에게 무수한 영향을 끼친 명작이다.

그래픽이 아니라 투지로 즐기는 게임 더블 드래곤4

30주년을 맞이해 나오는 후속작을 즐기기 전 더블 드래곤 시리즈들을 찾아서 한 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80년대 당시 어린 시절 느꼈던 추억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