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은 참고 혜택은 나 몰라라.. 언행 불일치가 만들어낸 더 큰 문제 임박

얼마 전 ‘메갈’ 논란으로 찬반논쟁이 뜨거웠던 게임이 있다. 굳이 이름을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페미니즘’에 따른 선택으로 한 직장인이 직업을 잃은 내용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회사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반대로 회사를 떠나게 된 직원을 변호하는 사람들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SNS는 물론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이 논쟁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어디가 문제 였을까. 기자는 이 문제에 대해 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아마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이 논쟁을 바라보니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회사의 문제가 엿보였다.

물론 끼어 맞추기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고 동의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메갈이나 일베 아니면 서로 다른 프레임을 갖춰서가 아닌 마인드의 문제에서 생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이런 이런 문제를 말이다.

가족 같은 회사.. 정말 그런 회사가 좋은 곳일까?

우리나라 개발사 구인 문구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고 회사 대표와 인터뷰나 만남에서 회사 소개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참 가족 같은 곳입니다”
“회사의 모두는 가족 같은 존재여야 한다”
“우리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가족처럼 지내고 회사를 집처럼 여겼으면 좋겠다”

아마 게임 개발사에 좀 다녀본 사람들은 많이 들어본 이야기일 것 같다. 스타트업이나 애매한 크기의 중견 회사를 다닌 사람이라면 더 많이 들었을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 나라 개발사에서 우선시 되는 저 논리는 여러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복지와 혜택, 근무 여건에 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족 경영을 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직원들에게 가족 이라는 이유로 다양한(그러면서도 무리한) 요구를 자주 한다. 야근 수당 없이 도와달라, 또는 주말 근무도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주지 않는다. 가족이니깐.

그리고 회사가 잘되면 너희들에게 베풀겠다, 다양한 복지 마련하겠다, 그러니 지금은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난 나 혼자 잘되려고 이걸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다 잘되기 위함이다라는 식의 말을 끊임 없이 한다.

반대로 이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는 가족이기 때문에 철저히 무시한다. 위에 대한 언급이나 연차, 월차 등 어쩌면 당연히 받아야 할 직장인의 권리는 “가족이니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무마된다. 행여나 누군가 연차를 급하게 쓰면 다른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니 하지 마라는 식의 언급도 나온다.

이런 회사의 대표는 외부적으로는 가족적인 회사를 유지하는 대인배처럼 보인다. 회사의 직원들이 이런 분위기에서 대우를 받고 있고 그들에게 가족 같이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일정 연설처럼 쏟아놓는다. 꼭 자기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가장인 듯 말이다.

가족 같은 회사라는 걸 강조하는 사이 더 중요한 것들이 무시되고 잊혀진다.

그래서 이런 회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퇴사자가 속출하고 금방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는 점이다. 막상 외부에서 봤을 때의 상황과 전혀 다른 형태, 즉 언행 불일치 사례가 내부에 즐비하다는 걸 확인한 직원들이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기자도 이런 경영자를 정말 많이 봤다. 이 사람들은 대 부분 사람으로 만나면 꽤나 좋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같이 일해보거나 중요한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골치 아픈 존재가 된다. 쉽게 말해 사적으로는 편한 사람이지만 공적으로는 문제투성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와 메갈 사태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메갈이나 일베 같은 프레임이 아닌 우리나라 많은 회사들이 가진 마인드, 즉 의식에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 서비스 그룹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예로 들고 싶다.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정리해둔 Culture Deck에는 ‘우리는 스포츠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 (We're a team, not a family)라는 문구가 있다. 기자가 이번 사태에서 빠진 한 가지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회사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실력 있는 일명 프로가 모여 있는 집단이다. 이곳은 애사심이나 가족이라는 명명 하에 조직이 꾸려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개개인이 동맹의 목표에 맞춰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는 곳이다.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의 한 문구.. '우리는 스포츠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

또한 회사의 존재 의의는 이익 창출이다. 대표가 직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도 아니고 직원들이 대표에게 거액의 돈을 벌어주기 위함도 아니다. 회사의 모든 인원들은 이익 창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서로 둘의 존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고 있고 이 둘의 노력과 선택에 따라 생존과 기회라는 것이 창출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뭉친다면 양 측 모두에게 최악의 수가 되기 마련이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사례처럼 말이다.

쉽게 말하면 이들의 관계는 스포츠 구단과 프로 선수의 관계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면 그저 인간미 속에서 서로의 문제를 방치하고 쌓인 불만은 예상하지 못한 문제로 번진다. 그리고 이런 회사는 대 부분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다시 메갈 사태, 그리고 예전에 벌어진 일베 사태로 돌아가 보자. 사측과 직원 모두 왜 프로답지 못했을까. 개인이 어떤 종교, 무엇을 믿는가는 자유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회사와 연결 시킬 필요가 없다. 개인의 삶과 즐거움이 회사로 들어오면 문제의 해결은 항상 복잡하고 심각해진다.

사측의 선택도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불이 커지기 전 황급히 문제를 봉합했지만 결국은 상처뿐인 영광만 남았다. 회사도 직원도 서로가 프로라는 생각만 가졌으면 애초에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엉뚱한 프레임만 남아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있다.

물론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당연히 대표의 마인드 개선부터 여유 있는 자금력 확보와 회사에 어울리는 인재들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바라는 성공은 가족 같은 회사보단 성공을 위해 모인 스포츠 팀 같은 회사에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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