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성이 가미된 게임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무기다.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무기들 가운데는 ‘정말 저걸 들면 저렇게 되나?’ 싶은 것들이 적지 않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게임이니까 가능하다!’ 는 것이다. 심신을 녹아내리게 하는 무더위 속에서 정신줄을 놓고 무분별하게 행하지 말아야 할 것들 가운데에는 선진민주사회의 시민의식을 무시하는 일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게임이니까 가능한 것들을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 역시 모든 진정한 게이머들의 소양이다. 그러므로 게임 속 무기들의 현실성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물론 따라할 가능성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저 무기들을 실제로 구할 수가 없을 테니.)

클라우드의 버스터 소드는 사연을 가진 무기다. 친구인 잭스가 남긴 유품이자 그와의 우정을 상징한다. 게임 내에서 무기를 바꿀 때마다 그래픽은 바뀌지만, 버스터 소드는 팔거나 처분할 수도 없게 되어있다는 점에서 클라우드가 이 무기를 어떻게 여기는지 잘 알 수 있다. 전투에서 클라우드는 이 대검을 양손으로 쥐고 싸운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이해가 되지만, 승리포즈 시에는 자기 몸통만한 검을 세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린 후 폼을 잡는다. 

사람이 수직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는 자기 몸무게의 2.5배를 넘지 못한다. 한 팔로 물건을 들어올릴 때는 자기 몸무게의 절반 정도를 들 수 있다. 많은 훈련을 쌓아 근력의 한계를 넘었다 해도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사람의 몸은 이백 개가 넘는 뼈로 이루어져 있고 뼈와 뼈 사이는 근육과 연골이 잇고 있다. 만약 자기 몸무게보다 무거운 칼을 한 손으로 들어올린다면, 충분한 힘이 있더라도 팔이 어깨에서 빠지거나 팔꿈치 뼈가 부러진다.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다. 설령 연골까지 단련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물리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관성이다. 관성은 무게가 클수록 커지게 되며, 검을 회전하다 뚝딱 멈춰버리려 한다면 강마른 클라우드의 몸이 딸려가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을 것이다.

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으니 이제는 총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정확히는 총기류를 다루는 게임인 FPS에 대해서다. FPS 게임의 오랜 테크닉 중 하나로는 ‘로켓 점프’가 있다. 로켓 런처 등 폭발형 무기의 반동을 이용한 점프 테크닉을 부르는 말이다. 이 요소가 최초로 등장한 작품은 전설의 게임인 둠1이다. 둠1의 에피소드 3에는 벽에다 로켓을 쏘며 그 반동으로 먼 거리를 날아가 비밀레벨의 입구를 찾을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이러한 둠의 로켓 점프 요소는 수평적으로만 가능했는데, 수직적으로 높이 뛰어오르는 요소를 유행시킨 게임은 퀘이크 시리즈다. 참고로 수직 점프가 처음으로 등장한 게임은 라이즈 오브 더 트라이어드다. 여기서는 유명한 퀘이크 시리즈로 예를 들어보겠다.

퀘이크 시리즈에서는 로켓 외에도 반동이 있는 무기라면 뭐든지 시도가능하다. 로켓 점프 외에 수류탄 점프, 수류탄+로켓점프, 플라즈마 점프 등이 가능했으며, 언리얼 시리즈에도 임팩트 해머 점프라는 요소가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화약이 터질 때 생기는 폭발력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무기들은 대부분 폭발력을 집약시켜 한쪽 방향으로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켓을 쏜다는 행위는 그러한 것이다. 다만 이것이 넓은 장소에서 폭발했을 때, 그 폭발력에 영향을 받은 물체가 어떤 방향으로 날아갈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즉 퀘이크에서처럼 자신이 날아갈 방향을 미리 안다는 건 불가능한 셈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총에는 반동이란 것이 있고, 로켓 무기에는 후폭풍이 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야 다들 알겠지만 후폭풍은 무서운 것이다. 로켓이 날아가는 반대 방향으로 강한 불꽃과 파편이 생기게 되는데, 날아가기는커녕 시전자가 피해를 입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오버워치의 파라가 괜히 “로켓점프요? 위험해보입니다만.”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물론 오버워치에서도 파라를 포함하여 폭발형 공격을 지닌 솔저:76, 자리야, 정크랫, 궁극기를 사용한 바스티온 등이 로켓 점프를 응용하여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쓸모는 없다. 위 캐릭터들이 로켓 점프를 하지 않아도 파라나 디바, 윈스턴은 부스터로 날아다니고, 위도우메이커는 갈고리로 높은 곳에 올라가고, 겐지와 한조는 벽을 타고 이동하며, 리퍼는 아예 순간이동을 한다. 전술적으로 유리한 고지대를 점령할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으니 로켓점프를 할 이유도 없다.

마지막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모든 병기 중 최고의 로망인 이족보행병기에 대해서이다. 이족보행병기에 대한 로망은 수많은 로봇 만화에서 익히 등장해왔다. 이 로망은 여전히 식을 줄을 몰라서 최근작인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토르와 같은 유닛이 나오기도 했다. 토르에 대한 재원 및 구체적인 공식설정은 없다. 다만 스타크래프트2 야전교범을 보면 대략적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데, 돌격모드의 바이킹 3기를 쌓아둔 정도의 높이로 약 20m 안팎으로 추정된다. 오딘에서 훨씬 소형화를 거쳤음에도 울트라리스크와 덩치가 비슷한 거대병기이다.

병기가 거대화될 경우 가장 큰 부담으로 떠오르는 문제는 바로 무게다. 이족보행병기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데, 발을 딛다가 발이 땅속에 박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토르의 경우를 보자. 일단 180cm, 70kg의 인간을 표준으로 잡아보자. 키는 인간의 10배 이상이다. 길이가 10배 늘어나면 부피는 3승에 비례하기에 약 일천배 가까이 늘어난다. 밀도는 인간과 강철의 차이가 있으므로 대략 6배 정도 차이가 난다. 질량=부피×밀도의 공식에 의거, 토르의 몸무게는 적게 잡아도 400톤을 넘는다. 발이 안 빠지고 배겨낼 리 없는 무게다. 

사실 토르가 나타난 계기가 있다. ‘스타크래프트1’을 만들어놓고 보니 테란만 유일하게 지상 대형 유닛이 없었던 것이다. 저그는 울트라리스크, 프로토스는 파괴자(리버)가 있는데 테란만 이 테크의 유닛이 없었다. 공성전차(시즈탱크)는 울트라리스크가 아니라 가시지옥(러커), 집정관(아칸)과 같은 테크였다. 그래서 테란도 지상 대형유닛을 맞춰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토르인 셈이다. 테란에 토르를 만들어주면서 프로토스는 파괴자 대신 거신이라는 유닛을 갖게 된 것이다.

이처럼 게임의 설정은 기본적인 밸런스를 맞추고, 또 그에 대한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바로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는 재미 말이다. 게임이 현실과 너무 똑같다면 우리가 게임을 즐길 이유가 하나 사라지는 셈 아니겠는가. 비행기를 한 번도 조종해 본 적 없는 사람이 게임을 하기 위해 비행 교본을 공부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총을 한 번도 쏴보지 않는 사람도 FPS를 즐길 수 있어야 하며, 자동차 면허증이 없더라도 레이싱 게임을 하는 데에 지장이 없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현실에서는 무더위에 지지 말고 선진민주사회를 현실화하는 데에 앞장서는 올바른 시민이 되고, 게임에서는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우리의 비현실을 마음껏 누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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