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 게임 시장이 모바일로 옮겨 가면서 모바일 환경에 맞는 가볍고 간단한 게임성을 가진 게임들이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게임이 바로 방치형 류의 게임들이다.

방치형 게임에서는 게임의 전반적인 진행이 모두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유저가 할 일은 가끔 게임을 확인하고 그동안 모인 자원으로 캐릭터의 육성이나 강화에 투자해주는 것 정도다. 말 그대로 게임을 그냥 ‘방치’해 놓아도 알아서 캐릭터가 돈을 벌어오고 점수를 모은다.

극한의 단순함과 반복성에 오는 중독성, 그리고 독특한 소재에서 오는 특별한 감성이 방치형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중년기사 김봉식 - 100만이 선택한 인디게임

 '중년 기사 김봉식'은 방치형 게임의 고전격 작품이며 인디 게임임에도 구글플레이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이다.

게임에서는 어느 화창한 날, 중년의 백수는 방 안에 있는 투구를 장난삼아 써봤다가 투구가 벗겨지지 않아 기사가 되어버린 김봉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년 기사 김봉식'에서는 캐릭터 스스로 열심히 움직이며 던전을 차근차근 돌파해 나간다. 주인공 김봉식은 절대 몬스터에게 쓰러지는 일이 없으므로 어려운 스테이지를 깨기 위해 안간힘을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유저는 그저 주인공이 착실히 모아오는 돈으로 장비나 퀘스트에 투자해 더 많은 돈을 벌어오게 하면 된다. 시간만 무한히 많다면 과금 없이도 누구나 최강의 김봉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게임의 또 다른 재미는 게임 내내 튀어나오는 김봉식의 아재 개그다. 사냥을 하면서 김봉식이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수준 낮은 개그들은 게임의 단조로움을 줄여주는데 한몫하고 있다.

구수한 아재 개그를 즐기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진정한 용사 김봉식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숙주나물인 - 신종 숙주를 향한 끝없는 도전

'숙주나물인' 시리즈는 숙주를 기르는 방치형 육성 게임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출시 후에 많은 화제를 모은 게임이다. 작년 출시 직후 국내 애플스토어 무료게임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숙주나물인'의 게임의 방식은 너무나 간단하다. 유저는 숙주에 물을 주고 얼마간 내버려둔 뒤 뽑아내기만 하면 된다. 일단 숙주를 뽑고 나면 신기하게도 그 자리에 새로운 숙주나물이 자라난다.

숙주를 건장하게 키우려면 분무기 버튼을 눌러 화분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한다. 분무기를 사용할 때마다 충전량이 감소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야만 충전되므로 다른 일을 하면서 틈틈이 즐기기에 적합하다.

'숙주나물인'의 재미는 내가 키운 숙주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에 있다. 주정뱅이 숙주, 좀비 숙주 등 약 50여 가지의 개성 있는 숙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따금 신종 숙주가 출연하는데, 이걸 뽑아서 도감을 채우는 것이 '숙주나물인'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하나하나 채워져 가는 도감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흐뭇함을 느낄 수 있다.

술 취한 아버지를 닮은 숙주, 공부벌레 숙주, 왠지 삐딱선을 타게 돼 양아치가 돼버린 숙주 등 재미있는 숙주들이 많다. 의외로 '뽕'하는 음향 효과와 함께 숙주를 뽑는 맛이 쏠쏠하고, 자라나는 숙주들이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 보는 것도 적잖은 재미를 준다.

‘숙주나물인’의 게임플레이는 이것이 전부다. 숙주를 뽑고, 물을 뿌리고, 신종 숙주가 출연하면 도감을 채우고, 이를 통해 얻은 포인트로 가끔 배경을 교체한다. 무의미한 반복 작업 같지만, 괴상한 숙주들이 가진 다양한 표정과 뽑을 때의 과장된 시각 효과를 감상하는 것이 의외로 즐겁다.

다만 이 게임에서 숙주를 수집한다는 것 이상의 재미를 기대한다면 무리한 것일 수 있다. '숙주나물인'은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줄 만하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게임에 실증난다면 이 독특하고 이상한 게임으로 잠깐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네코아츠메 - 귀여운 고양이들의 일상 속으로

'네코아츠메'는 '히트포인트'라는 일본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으로 영어와 일본어만 현재 지원하고 있다.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많은 유저들이 이 게임을 다운 받아 즐기고 있다. 특히 여성 유저들 사이에서 꽤 인지도를 가진 게임이다.

'네코아츠메'는 고양이를 모으는 게임이다. 고양이가 찾아오게끔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난감을 여기저기에 배치하고 맛있는 사료를 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세팅을 마친 상태로 게임을 꺼 두어야 고양이들이 슬금슬금 찾아온다는 것이다. 진정한 방치형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의 명확한 목적은 없다. 그저 게임에 방문하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촬영하고, 앞마당을 꾸미고 고양이 도감을 감상하는 등의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경쟁이나 과금 없이 느긋하게 고양이를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는 소재는 확실히 매우 특별한 점이 있다.

오늘은 어떤 고양이가 방문했는지, 배고픈 고양이가 있지는 않은지를 자꾸 떠올리며 다시 게임을 켜게 되는 것이 이 게임만의 매력이다.

오뎅집 인정이야기 금소 기적이 일어나는 가게 - 선술집의 푸념이 궁금하다

'오뎅집 인정 이야기 금소 기적이 일어나는 가게' 이 게임은 긴 이름만큼이나 진행 방식 또한 독특하다.

언뜻 보면 타이쿤 게임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유저가 주로 해야 할 일은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의 사연을 그저 들어주는 것이다. 3시간 단위로 소모되는 음식을 매입하는 것 외에 게임의 운영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

유저는 손님이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이후 손님의 사연이 등장할 때마다 적당하게 터치, 푸념을 모두 들어주면 계산을 하고 나가는 식이다. 푸념을 친절히 들어주면 해당 손님은 더 자주 방문해 매출을 올려준다.

손님들의 정보는 노트에 기록되는데 좋아하는 오뎅과 방문 시 늘어놓았던 고민이 깨알같이 기록된다.

가게에는 각양각색의 손님들이 방문하는데 각자 자신의 나이와 처지에 맞는 푸념을 하고푸념을 들고 온다. 들어보면 평소 우리가 일상생활에 가진 고민과 밀접해 더 공감과 위안이 간다.

놀라운 점은 이 게임에는 엔딩이 있다는 것이다. 푸념을 자세히 읽다 보면 각 인물 간에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특정 인물의 푸념을 빠짐없이 끝까지 들어주면 해당 인물의 엔딩을 볼 수 있다. 일부 엔딩은 상당히 충격적인 경우도 있어 게임에 의외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방치형 게임은 그 특유의 단순함과 독특한 소재로 독자적인 장르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공통점은 특별히 과금이나 경쟁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남들과의 경쟁에 지쳤거나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유저라면 이번 기사에서 소개한 방치형 게임들을 한 번씩 접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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