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 미래만 보지말고 현실로 접근, 더 나은 해결법 필요

2012년 오큘러스 리프트가 킥 스타터로 첫 선을 보였을 때 게임 산업 내 반응은 뜨거웠다. 일부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고 새로운 먹거리가 탄생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리고 이 분위기는 올해 PS VR, 바이브 등의 경쟁기기의 출현으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마치 동작인식기기 키넥트와 PS 무브가 나왔을 때처럼 말이다.

기자가 키넥트와 무브를 언급한 이유는 사실 VR 기기들이 앞서 등장한 차세대 먹거리들의 결말을 따라가지 않을까 라는 회의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되는 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쉽다. 그런 논지가 되지 않도록 이 사설에서는 단순한 비판이 아닌 최대한 객관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이를 고민하자는 취지로 쓸 예정이다.

PS4 전용 PS VR

*VR 기기 구입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가장 첫 번째로 고민되는 부분은 VR 기기들은 메인 기기가 아닌 주변기기라는 점이다. 당연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VR을 즐기기 위해 플랫폼이 추가로 있어야 하는 건 큰 단점으로 보인다.

우리가 VR을 하기 위해서는 VR을 구입하는 것 외에 PC나 PS4 등의 추가 플랫폼을 구해야 한다. 단순히 PC가 있다, 없다 수준을 떠나 VR 기기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키넥트와 무브가 고스란히 보여준 단점이다. Xbox360, PS3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이를 구매한 사람들은 절반 이하였다. 첫 런칭 이후 큰 폭의 하락까지는 6개월도 안 걸렸다.

동작인식 기기라는 차세대 먹거리가 무너지게 된 큰 배경에는 해당 기기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특정 플랫폼만 한정 지원한다는 점이었다.

PC용 오큘러스 리프트

*게임 유저를 꼭 VR 기기로 공략해야 하나?
이미 한정된 플랫폼을 지원한다는 의미는 해당 플랫폼을 가진 유저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랑 똑같다. 고사양 PC를 필요로 하는 오큘러스나 바이브, PS4를 필요로 하는 PS VR처럼 말이다.

이 플랫폼들을 가진 모든 유저가 VR 기기를 구매할 것은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PS4를 구입한 3천5백만명 중 1/3이 PS VR을 구입한다고 해도 1천만명 수준 밖에는 안 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냥 PS4 게임을 개발해 출시하면 3천5백만명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으나 PS VR로 출시하면 무조건 그것보다 줄어든 수요를 대상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나온 주변기기들의 평균적 수요는 절반을 넘지 못했다. Xbox360은 전 세계 7천만대 넘게 팔렸지만 키넥트는 1천8백만대에서 그쳤다.


키넥트는 전 세계 가장 빨리 많이 팔린 주변기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러나 이 제품은 금방 소비자들의 외면을 샀고 개발사들 역시 포기해버렸다.

당연히 이렇게 위험하고 한정적 시장에 동일한 수준의 개발 비용이 드는 게임을 제작해 출시한다는 건 개발사 입장에서 꽤나 위험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에는 VR 전용 게임을 선보이는 개발사도 시간이 지날수록 VR 기능 지원 등으로 노선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키넥트, 무브의 사례에서 충분히 언급된 부분이다.

PC용 HTC 바이브

*완전한 경험을 기다리는 유저, 많은 유저가 생기길 바라는 개발사
이런 상황에서 VR 기기에 대한 소비자와 공급자의 엇갈린 시선이 더해져 더욱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유저는 비싼 금액을 줘야 살 수 있는 VR 기기에 대해 ‘완전한 경험’ 또는 자기가 만족할 수준의 킬러 타이틀이 나와야 구매를 할 수 있다.

반대로 개발사는 자신들이 개발을 선택하기 전 해당 플랫폼의 수요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에 도달해야만 개발하고 출시할 수 있는 상태다.

당연히 이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개발사는 한정적인 유저를 대상으로 막대한 비용을 쏟아야 하고 소비자는 콘텐츠가 불확실함에도 VR 기기를 구매해야 한다.

결국 유저는 VR 기기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고 개발사 역시 VR 게임 개발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물론 마니아는 남겠지만 그 적은 수요로는 시장 자체를 버틸 수가 없다.

이브 발키리

*VR 기기로 할 수 잇는 게임 장르의 한계
VR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은 또 있다. 바로 장르의 한계다. 기본적으로 VR 게임들은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레이싱 게임이나 건 슈팅, 아니면 비행 시뮬레이터 같은 형태의 게임에 매우 적합하다. 그러나 인기 장르 액션 어드벤처나 RPG 같은 장르에는 그리 좋지 못하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를 VR 기기로 하면 재미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디아블로3나 스트리트 파이터5 등 의 타이틀을 VR 기기로 체험하는 일은 그리 즐겁지 않다.

자연스럽게 레이싱이나 체감을 중시하는 장르를 선호하는 유저 위주로 구매자들이 집중될 것이고 개발사 역시 VR에 최적화된 장르로만 개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수요는 줄어들게 되고 개발사는 다시 비용이나 시장에 대한 분위기 등을 고려해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현재 전 세계 게임 시장 중 FPS 장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액션 어드벤처와 롤플레잉이 각각 10~15%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레이싱이나 시뮬레이션은 5% 미만이다.

반다이남코의 VR 프로젝트

*1등도 살아 남기 힘든 시장에 여러 개의 경쟁 기기가 등장했다
마지막은 이런 총체적인 상황 속에서 경쟁 기기가 3개가 된다는 점이다. PC를 대상으로 한 오큘러스 리프트, 바이브, 그리고 PS4 전용 PS VR 등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VR 기기까지 겹치기 시작하면 당연히 수요는 더욱 나눠진다. 개발사 입장에서 어떤 플랫폼으로 개발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작게 3개의 기기만 봐도 VR 기기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실제 주는 체감은 완전히 다르다. 즉 1개를 개발해 3개의 플랫폼에 론칭하기 까다롭다는 것이다.

당연히 퍼블리셔도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오큘러스, 또는 더 많은 PS VR을 팔기 위해서는 독점적인 타이틀이 절실하기 때문.

여기에 유저들의 요구사항은 계속 상승할 것도 VR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초반의 체험은 어느 정도 수준이겠지만 이후에는 급격히 상승하게 될 것이다.

유저들이 게임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그래픽 측면은 단순히 엔진의 선택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 수십 명의 디자이너가 필요하고 막대한 개발 비용이 들어간다.

AAA급 게임 개발에는 약 200억에서 500억 수준이 들어간다. AA급도 100억 이상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높아지는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개발사는 큰 투자를 결심해야 한다.

이런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회사는 한정적이다. AA급 타이틀도 1년 내 1개 이상은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높아진 유저 눈 높이에 맞추는 타이틀은 최소 수준이 된다.

결국 VR 기기는 계륵이 될 수밖에 없다.

*과열된 분위기, 좀 더 차분하게 VR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
시장 입장에서 VR 기기가 잘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새로운 플랫폼과 수요가 생겨나 더 많은 개발사가 VR 기기로 게임이 나오길 기자 입장에서도 바라고 있다.

다만 조금 더 차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2012년 시작된 VR 기기에 대한 기대감은 최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가고 있다. 장미 빛 미래만 다루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의 문제나 한계점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점을 모색하는 방향 보단 일단 ‘잘 될꺼야’ 라는 희망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상황은 이미 수 많은 사례로 우린 접해왔다.

VR 기기가 성공해 새로운 체험을 안겨주는 것을 기다리지만 그것보다 현재의 상황의 냉철한 분석과 유저들이 이를 선택하게 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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