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g오늘날 온라인게임 강국의 위상을 가지게 된 국내 온라인게임의 배경에는 MMORPG가 있다. 현재는 그 위세가 줄어들었지만 90년대 후반엔 세계가 주목하고 밴치마킹 할 만큼 대단한 돌풍을 일으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로 인해 오늘날 각종 콘솔 게임과 PC 패키지 형태의 해외 게임들이 한국형 MMO의 성격을 가지고 심심치 않게 자리 잡고 있다. 몇해전부터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게임의 생태계가 모바일로 변화되고 있는 추세는 뚜렷하다. 오늘은 한국의 MMO 시장의 발전사와 더불어 이러한 게임들이 모바일로 융합되고 있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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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MMO 태동 세계가 주목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1996년 바람의 나라로 시작해 1998년 등장한 '리니지'의 성공을 기점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2'와 '리니지 포에버' 등의 후속작 개발에, 웹젠은 '뮤 온라인'을 개발에 착수했다. 2000년 리니지가 대만에서, 2001년 미르의 전설이 중국에서 각각 흥행에 성공하며 국산 온라인게임은 명실상부 세계적인 상품으로 발돋음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03년에 엔씨가 '리니지 2'를 다시 한 번 성공시키며 MMORPG 개발에 붐을 일으켰다. MMO가 대세로 자리잡자 웹보드게임의 메카인 한게임은 '아크로드'를 만들었고, 캐주얼 게임의 명가로 맹위를 떨치던 넥슨은 '마비노기'로 MMORPG 시장에 도전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MMO를 만들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엔씨의 라인업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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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2004년 블리자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서비스하기 시작하며 국내 MMO 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시작됐다. '와우'의 그리핀, 와이번 등 탈것에 대한 개념과 방대한 맵과 세계관과 결코 예쁘지 않은(?)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카리스마'에 유저들의 동요가 시작됐다. 유저들의 눈높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 부터다.  이로 인해 2005년은 국내 게임업체들에겐 새로운 도전과 시련의 시기였다.

와우와 함께 유저를 나누게 된 엔씨와 넥슨은 새로운 판로를 꾀했다. 엔씨는 MMO를 넘어 새로운 장르의 도전으로 사업의 다각화를 노리며 '플레이엔씨' 플랫폼을 열었다. 실질적으로 캐주얼 게임에 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반대로 캐주얼 게임이 대부분이던 넥슨은 MMO인 ‘제라’를 만들다. 이때만 해도 결과는 좋지 못했다. 

 

희소식은 3년 후 들리기 시작했다. 2008년 11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유료 동시 접속자 수 20만 명의 성적을 거두면서 'MMORPG=엔씨소프트'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이때부터 MMO로 흥하고 싶으면 엔씨소프트 출신 개발자가 필요하다는 공식도 생겨났다. 이로 인해 엔씨에서 아주 작은 프로젝트의 보조 역할을 했던 사람도 다른 게임회사로 옮길 때는 높은 몸값을 받았고 부작용으로 '경력 부풀리기'같은 해프닝도 빚어졌다.

이후부터 엔씨소프트 개발자 출신들의 시장 도전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테라를 만든 블루홀스튜디오 박용현의 DNA는 엔씨소프트였다. 테라는 총 제작비 500억 원이 들은 게임으로 당시 NHN 한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최근 넥슨이 이관받았다. 엔씨에서 리니지를 개발한 송재경 역시 엑스엘게임즈를 설립하고 '아키에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 을 만들었다. 업계는 이 게임들을 두고 빅3라 불렀다.

이처럼 공교롭게도 아키에이지를 만들던 송재경과 블소를 만든 배재현, 테라를 만든 박용현은 모두 엔씨에서 리니지 시리즈 개발에 참여했던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엔씨소프트를 나오거나 현재 머물면서 개발했던 세 게임은 투입된 인력과 자본도 역대 최고였다. 그래서 시장에서 이들의 경쟁은 지적재산권 문제를 포함 여러가지 갈등과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결국 MMO가 가진 정해져 있는 수요층에서 서로 유저 빼앗기 급으로 전개됐고 누구의 승리도 패배도 없는 게임이 됐다. 그렇게 시장은 다시 한번 각성했다.

반면 이와는 상반되게 이 게임들은 해외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블소는 중국, 테라는 북미, 아키에이지는 북미와 유럽, 러시아, 중국에서 국내와는 비교가 안될 수준의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K.jpg

모바일로의 환경변화 누구도 원치 않았던 게임

아키에이지가 국내에 서비스될 때 쯤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12년 7월 카카오게임이 론칭하면서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 같은 캐주얼 게임이 전 연령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라이트 유저들의 이입이 시작됐다. 스마트폰의 역량은 일반적인 예상을 넘어 폭풍과 같았다. 사람들의 PC 사용 횟수는 급감했으며 대부분의 네트워크 활동은 테블릿 스마트폰 등의 휴대용 기기로 변화됐다. 게임 역시 이 영향을 받으며 모바일게임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거대해져갔다.

이렇게 모바일게임들이 강세를 보이며 온라인게임들은 이용자가 급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게임 시장이 위축되자 PC하드웨어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용산 전자상가등의 폐업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온라인게임사들은 출구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거나 대세를 따르지 못했던 게임사들과 게임들은 역사속으로 사라져갔다. 한때 포트리스로 PC방을 지배했던 CCR이 대표적 예다. 미련은 클 수밖에 없었다.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 보다는 온라인게임을 잘 만들고 오랫동안 유지시키는게 업체들에겐 안정적인 수익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사들은 온라인게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카루스(2014년 4월)'와 '검은사막(2015년 7월)'이 MMORPG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업체들 역시 모바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작 온라인게임 출시가 급격하게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 같은 현상은 당시 CJ에 있던 넷마블이 가장 크게 겪었다. 리프트, 모나크, 엘로아 등 해외에서 검증된 게임들을 비싼 가격에 수입해 서비스를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던 넷마블은 모바일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모바일게임 '다함께차차차'를 시작으로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등을 차례로 히트시키며 모바일 분야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전략으로 선택한 '융합' 이미 절반은 성공

최근 MMORPG가 침제기에 빠져있는 지금 리니지, 아키에이지, 블소는 물론 최근 출시한 블레스까지 MMORPG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뮤온라인'의 모바일 버전인 '전민기적'이 2014년 12월 중국에 출시돼 흥행에 성공한 뒤 2015년 4월 출시된 '전민기적'의 국내 버전인 '뮤오리진'까지 흥행을 이어갔던 것이 본보기가 됐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과거 애니팡이나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이 캐주얼한 모바일게임의 흥행 모드가 RPG로 옮겨갔다. 엄청난 인력과 투자금이 몰렸던 대작 MMORPG의 게임 소스는 무궁무진한 만큼 이런 리소스를 활용한 모바일게임과의 융합은 대세가 되고 있는 추세다. 한빛소프트 역시 '미소스' 등 MMO에서 큰 재미를 못 본 게임들이 국내외에서 온라인 지재권을 활용하고 싶다는 제의를 연이어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분기 ‘블소모바일’ 중국 출시를 시작으로 '리니지모바일'과 '리니지레드나이츠'를 준비하고 있으며, '아이온레기온스'는 4분기 소프트 론칭이 예정돼 있다. 블소모바일의 경우 카드배틀 RPG로 잘 알려진 ‘밀리언아서’와 유사한 장르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블루홀은 테라의 모바일 버전 ‘T2’를 만들고 있으며, 이 게임 역시 넥슨을 통해 올 하반기 서비스된다. T2는 테라를 모바일에 이식한 게임으로 테라의 황철웅 프로듀서를 포함한 주요 개발진이 다수 참여해 개발이 진행 중이다.엑스엘게임즈도 아키에이지의 모바일게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아키에이지의 모바일 버전은 게임빌을 통해 서비스가 진행된다.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블레스의 모바일 버전 개발을 준비 중이다.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을 이끈 온라인게임, 그중에서도 대들보 역할을 했던 MMORPG는 모바일의 유행을 타고 새롭게 변화하려 하고 있다. 올해는 그 변화가 성공적이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다. 전통 MMO가 모바일에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서 유저의 간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뽑기&강화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성공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미 유저들은 그러한 시스템에 신물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즐겼던 똑같은 게임을 모바일에서 즐기는데 모바일이라고 다른 과금을 유도한다면 저항은 매우 클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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